• 주한미군 기지이전 재협상 필요하고 가능하다
        2006년 06월 07일 0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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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고 법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이 미국의 주권과 관련된 사안으로 우리로선 불가피하며, 평택 기지와는 무관한 문제인만큼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정면 배치되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안이하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주한미군 재배치 관련 협정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재배치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두 사안은 명백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장은 7일 참여연대와 민변 공동주최로 열린 ‘주한미군 기지이전 재협상의 필요성과 가능성’이란 주제의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주한미군 성격 달라진 만큼 재협상 해야

    이태호 사무처장은 “9.11 테러 이후 선제공격-예방전쟁 독트린을 정식화하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이 나왔다”면서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도 대북억지 차원에서 나아가 역내외 분쟁 개입과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됐다”고 주장했다. 동북아분쟁 발생 시 주한미군의 개입이 불가피하고 우리 군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태호 사무처장은 “평택 기지가 스트라이크 부대, 신속기동군으로 한반도 방위 목적 이외 용도로 사용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NSC와 주무 협의 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한미 동맹의 성격과 한국 안보에 사활적인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반대하자 ‘사전협의제’ 같은 최소한의 통제장치마저도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더불어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되거나 이의 개정에 준하는 조치라는 점을 알고서도 국회 비준 등 국민,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 협상이 위헌적인데다가 국가 안보상의 위험이 심각하고 현존하는 만큼 정부가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협정 조항에 ‘개정’ 가능성 열려있어

    민변의 송상교 변호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재협상의 법적 가능성을 검토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국제적 신뢰에 흠이 된다는 이유로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UA)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및 개정협정 등 2가지 협정을 검토한 결과 재협상은 가능하고 당연하다”고 결론내렸다. 

       
      ▲ 송상교 변호사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에는 ‘주한미군의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상호 협의하고 이전계획에 필요한 조정을 가할 수 있다’, ‘양당사국의 상호동의에 의해 서면으로 개정될 수 있다’, ‘개정 위한 건의는 양 당사국 동의에 의해 언제든지 제출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평택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에도 현저한 변화 발생시 조정, 서면 개정 등이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

    송 변호사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평택 미군기지 토지의 골프장 등 부지 현황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 미군 측의 팽성 미군기지 성토 요구에 따른 5천~6천 추가 비용과 환경 파괴 문제, 평택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등이 ‘현저한 변화의 발생’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 통제로 사업 중단 가능해

    또한 국내법에 따라서도 주한미군기지 이전 협정의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우리 헌법의 제5조 평화주의 원칙과, 제10조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협정은 헌법우위에 따라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면서 더불어 “협정 자체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므로 헌법 제60조제1항에 따라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사업 집행에 필요한 자금에 관해 국회의 예산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에 차질이 생질 경우, 조약위반의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미국 스스로도 94년 북한과 체결한 제네밥협의를 의회에서 예산 지원이 통과되지 않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미군기지 이전 협정 등이 재협상 과정을 거치거나 사업 중단된 다수 사례가 소개됐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국방연구원 백승주 연구원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후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연결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주장했다. 미군기지 이전은 88년 노태우 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우리 측이 먼저 제기했으며, 평택으로 미군 기지를 이전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전 세계적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전략적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미군기지 이전 누가 먼저 제안 중요치 않아

       
     

    하지만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노회찬 의원은 “용산미군기지 이전 계획이 노태우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돼 최초로 나온 것으로 말하지만 미국의 경우 이는 87년까지 비공개였다”면서 “노태우 후보 측이 이미 미국이 수립한 계획을 알았기 때문에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이해해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 의원은 “혹 우리가 먼저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따질 문제가 많고 비용 더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면서 “그런 논리라면 노태우씨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회찬 의원은 “미군기지 이전 협정은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측이 아직 주한미군 기지 이전의 예산, 비용 등 시설 기본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만큼 향후 이를 제출하고 막대한 예산이 논란이 되면 재협상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이다. 또한 지난 2004년 국회 비준시 외교통상부가 제출한 해설자료에 따르면 용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재협상을 통해 본 협정에서 명확히 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막대한 예산 불거지면 재협상은 불가피

    노 의원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법적으로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법률적 동의는 해주지 않되 실질적 일 추진은 용인하는 기가막힌 상황”이라면서 “민주노동당은 실질적인 전략적 유연성 상황에 따라 비준 동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송상교 변호사가 제시한 “국회의 예산 통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재협상 추진은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밝혔다. 국회에서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UA)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및 개정협정을 비준할 때 반대를 표명한 국회의원은 각각 27명, 29명으로 이라크 파병 시 반대했던 60명에도 못 미치는 만큼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종인 의원은 “근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성격을 밝혀줘야 한다”면서 “남북한 군사력 비교를 통해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한 억지 작용을 한다는 논리가 사실이 아님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대 힘들어, 현장 투쟁만이 재협상 열 길

    한편 플로어에서는 유영재 평택 범대위 정책위원장이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이 전면적으로 허용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유 위원장은 “한국군이 개입하지 않는다지만 동북아안보 2인3각에서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안 움직인다는 점으로 힘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현장에서 강력한 투쟁 없이는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기욱 변호사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 협정과 과 한미 FTA 추진에서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 후 “특히 2004년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 비준 시 국회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보를 요구해 판단하지 않은 잘못을 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회 상임위별 활동은 정부의 중요 정책을 전체적으로 견제, 통제하는데 부족하다”면서 “앞으로 주한미군 기지이전 등에 대한 국회의 감시, 견제 활동으로 적극적인 청문회, 예산통제는 물론 소속정당을 초월한 개혁 성향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면 적지 않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공동주최로 한 이날 토론회는 동국대 박순성 교수 사회로 진행됐으며,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 민변 송상교 변호사가 주제발제를 하고 인하대 이경주 교수, 국방연구원 백승주 연구원,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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