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슬픈 얘기 "여당도 존재할 필요가 있다"
        2006년 06월 05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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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린 이유로 흔히 무능, 독선, 분열 세 가지를 꼽는다. 시쳇말로 ‘능력 없고 버릇도 없는데다 내분만 일삼는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최악이라는 얘긴데, 이런 모습은 선거 후에 보다 뚜렷하다.

    "반성하랬더니 망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한 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지당한 말이다. 그러나 지당한 말도 언제, 어떤 맥락에서 했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얻는다. 이를테면, 노대통령이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민심은 천심이다",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면, 대통령이 선거 민심을 반영해 정책기조를 바꾸려나 보다, 이런 해석을 낳았을 것이다.

    여당이 선거에서 처참하게 깨지고 거당적으로 ‘반성모드’에 들어간 시점에 나온 대통령의 "한 두번 선거로…" 발언은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난 내 갈 길을 간다’는 얘기로 해석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멀루니 캐나다 전 총리 얘기를 다시 꺼낸 걸 보면 작심하고 한 얘기임이 분명하다. 

    정부 여당의 독선에 대한 심판에 독불장군식 태도로 화답하는 대통령. 유권자는 자신의 판단이 틀지리 않았음을 위안 삼아야 하는 걸까. 

    "잘못된 반성문만 쓰고 있는 여당"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적 불만, 부동산 문제, 세금 문제 등과 관련해 국회차원에서 시정하고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민심을 반영해서 시정하고 개선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노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이 있던 날 여당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도출된, 역시 문제적 결론이다. 부동산과 세금 정책을 현재보다 완화하겠다는 얘기다. ‘마이 웨이’를 외치며 경주마처럼 외곬로만 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반성문을 써대는 것은 더 난감하다. 그것이 민심의 소재를 거스르는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국민들은 지금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 원인이 뭔가. 신자유주의다. 비정규직 확대, 고용없는 성장,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 자본주의가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 아닌가. 우리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곪을 대로 곪았고, 그것이 종기가 되어 밖으로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그 종기에 바르는 ‘소독약’ 같은 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세금정책이다. 그런데 여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은 그대로 두고 그나마 있던 함량 미달의 ‘소독약’마저 버리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표로 심판했는데, 더욱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채로운 색깔, 그러나 다 쭉정이들"

    선거 이후 여당에서 정계개편 얘기가 하루라도 나오지 않는 날이 없다. 정계개편이란 게 뭔가. 될 사람 중심으로 헤쳐모여서 대권을 꿰차자는 얘기다. 지금 여당의 세력 지도는 그렇지 않아도 어지럽다.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이 질서없이 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분란이 그칠 날이 없다. 선거 직전 선두에 선 장수의 등 뒤로 칼을 꽂는 판이다.

    선거 후 여당은 혼돈과 공황의 상태다. 국민들은 여당의 소모적 내분과 어정쩡한 정체성, 그로 인한 무능을 표로 심판했는데, ‘민주+중도+개혁+실용+평화’의 갖은 양념으로 더욱 다채롭게 버무려진 비빔밥을 받게 생겼다. 

    "여당도 존재할 필요가 있다?"

    여권은 참으로 철저하게 선거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 국민들은 투표로 여당을 처절하게 응징했지만 여권은 역주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투표’라는 무기를 소진해버린 국민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5일 국회 브리핑에서 "여당도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당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이 말만큼 지금 여당의 무용함을 보여주는 게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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