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의 빈자리
    그를 대신할 사람, 여영국
    [기고] 창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
        2019년 01월 14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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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가 흐리고 목이 멘다. 도시 전체가 죽음의 무채색. 사각액자에 사진을 넣으면 그대로 장례식장에 보내도 될 정도다. 그야말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저녁에 토론회가 있어 서울에 가야 하는데 자연스레 목숨 걸고 가는 비장한 기분이 되어 버렸다.

    정의당 지도부가 창원에서 오늘(14일) 상무위원회를 한 모양이다. 시의적절하다. 엊그제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여영국 예비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맹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후보는 1위와 오차범위 바깥이고, 진보진영 단일후보로도 여영국 후보가 압도적 1위로 지지를 받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전 경남도의원

    여영국 후보는 얼마 전까지 진보정당 유일 지역구 광역의원이었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정의당으로 당선된 것도 아니고 노동당 소속으로 당선되어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중요한 순간마다 맞짱을 뜨서 창원지역을 넘는 인지도를 만들었다.

    2016년 총선에서 여영국은 고 노회찬 의원을 설득하여 그가 창원에서 출마하도록 이끌어냈다. 노회찬-여영국 쌍두마차의 활약은 권영길을 이을 노동자 국회의원을 창원에서 당선시켰다. 되돌아오지 못할 비탄 속으로 노회찬 의원을 보낸 지금 우리가 노회찬과 닿을 수 있는 방법은 여영국을 통한 길 밖에 없다. 그는 창원의 무수한 을들이 변화의 길을 걷게 해줄 ‘헤임달’Heimdallr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 신들의 세계와 지상을 잇는 다리를 지키는 이. 영화 ‘토르’에 나옴)이다.

    그는 창원에 노회찬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일찍부터 창원에는 ‘여영국’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여영국이 ‘창원시 소상공인 자영업 실태조사 보고서'(2013년)를 발간했을 때부터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노동운동만 30년 하다가 도의원이 된 그가 자비를 털어서 창원시 자영업자를 직접 면접조사 했다. 설문지 600장을 돌렸다고 했다. 무려 6개월을 발로 뛰며 자영업자들을 만났고, 전문연구자도 아닌 그가 두 달 동안 설문지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를 통해 창원 공단지역의 쇠락과 정규직/비정규직 분화가 지역의 영세상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소상공인의 운명이 노동운동과 어떤 구조 하에서 공동운명체가 되었는지 실증했다.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명해졌다.

    이 조사보고서는 지자체나 정부 혹은 어느 의원실에서 어디 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겨 실시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보통의 다른 조사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정치인 여영국의 열정과 헌신이 담겼기 때문이었다.

    조사과정에서 여영국이 만났던 한 식당 사장님(여영국이 ‘누님’이라 불렀던)은 ‘작년은 가을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작년은 가을이었다’. 여영국은 이 말을 가는 곳마다 했었고 실태조사에 대해 묻던 나에게도 했었다. 올해는 겨울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정치가 당장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여영국의 웅변이 되었다.

    솔라쥬 가문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던 1892년의 프랑스 까르모지역 탄광노동자들은 노동자 칼비냑을 카르모 시장으로 당선시켜 버렸다. 그러자 솔라쥬 가문은 칼비냑을 해고했다. 시장은 무보수였으므로 노동자는 해고 되면 시장직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자 성난 노동자들은 다른 지역구에서 낙선하여 야인이었던 장 조레스를 불러와 까르모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내보내 당선시켜 버렸다. 그때부터 프랑스 통합사회당의 지도자 장 조레스는 까르모 광부들의 대표가 되었다. 후에 조레스는 전쟁에 반대한 대가로 죽임을 당한다.

    나는 야인이었던 고 노회찬 의원을 창원에 불러들여 당선시키는 과정을 보며 여영국이 까르모 광부들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노회찬은 없고, 누군가 그의 자리를 이어야 한다. 여영국 말고, 노회찬 이상을 해낼 사람은 생각나지 않는다.

    필자소개
    나경채
    정의당 전 공동대표. 전 관악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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