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헌정사상 최초···책임 회피와 떠넘기기
    정의당 "사법적폐 청산,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이 시작"
        2019년 01월 11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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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거래’로 법조계 일대에 혼란을 일으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또 다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이날 오전 9시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의자 신분인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향후 자신이 재판받게 될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이날까지도 시종일관 책임회피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그는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는다”며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자신은 ‘재판거래’ 혐의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전혀 없으며, 후배 법관들이 저질렀을 지도 모를 ‘재판거래’에 대해선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후배 법관의 개인적 일탈로 사건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감이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모습(방송화면)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 비판 거세···“부끄러운 줄 모르는 특권의식”
    나경원, 양승태 옹호 “문재인 정권의 사법장악 시도가 사법난국으로 치닫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배경을 둘러싸고 비판이 제기된다. 영장실질심사나 재판이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법원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법원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만약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의 부당함을 주장하려 했다면 통상적으로 검찰 (포토라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현재 법원 내에는 사법 농단에 관련된, 사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유죄라면 자신들도 유죄가 되는 상황의 판사들이 버젓이 법원에 있는 상황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법원 내부에 자신에게 동조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전직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와 대법원 앞에서의 기자회견에 대해 “비상식적인 일”이자 “사법부로서는 그야말로 ‘치욕의 날’”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 혐의가 40여개에 달하는 ‘사법농단의 몸통’”이라며 “‘대법원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켜 ‘검찰 대 법원’의 구도를 조장함으로써 법원을 등에 업고 구속영장을 피해보려는 승부수였다면, 이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사법농단의 몸통’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모든 여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 과정이 이어져 사법적폐의 청산이 이뤄짐으로서 종래에는 사법부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죄 없는 ‘대법원 건물’까지 모욕하지 마라”며 “사법부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든 사람의 부끄러운 줄 모르는 ‘특권의식’이 그저 놀랍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양 전 대법원장은 삼권분립을 몸소 훼손한 당사자”라며 “지금이라도 양 전 대법원장은 법관으로서 그에 합당한 처신을 보여라. 대법원은 ‘법을 악용하려는 자’의 공간이 아니라 ‘법을 지키려는 자’들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피의자로 소환된 입장에서 지금 대법원 앞에서 쇼 하고 갈 때냐”며 “혹시 아직도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김 대변인은 “헌정사에서 사법부 치욕의 날로 기록될 오늘 그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전 대법원장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고개를 떨구고 들어가도 할 말이 없을 판에 후배 법관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질타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을 뛰어넘는 황제 출석”이라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가치를 사뿐히 즈려밟는 특권의식이 놀랍다. 사법부 독립을 해치고 헌법을 파괴한 주범답다”고 질타했다.

    최 대변인은 “사법부 수장이 사법권력을 사유화하고 권력 입맛에 맞게 재판개입을 해놓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안 보이는 것은 큰 유감”이라며 “(이로써) 사법적폐 청산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출두는 사법적폐 청산의 시작일 뿐”이라며 “검찰은 사법농단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양 전 대법원장을 적극 옹호하며 문재인 정권의 “사법장악 시도”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위-사법부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수호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정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사법부가 오늘의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 과연 전임 대법원장 사법부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사법장악 시도가 사법난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특정단체 출신들로 사법부 요직을 장악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위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검찰을 끌어들여 사법공간을 정치로 오염시켜 오늘 전임 대법원장이 출두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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