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들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2)
    현대차 위기와 산업평화 종식-⑤
        2019년 01월 11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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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현대차 위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1)”

    [목차]

    1. 진짜 경영위기 맞나?
    2. 일시적인 위기인가, 근본적 위기인가?
    3.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나?
    4. 사측의 예견되는 전략
    5.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앞으로 현대차 경영위기의 진전 상황에 따라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변화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그 성격으로 볼 때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것이다. 따라서 ‘독자생존’을 기준으로 향후 그 진행과정을 다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현 재벌경영체제 하에서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단계. 현재의 총수경영을 그대로 둔 채 ‘경영쇄신’ 등의 자구책을 통한 위기탈피 노력을 지속하는 시기이다. 정부는 이 때 현대차와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 조짐을 감지하고 부분적인 지원에 착수한다. 현장은 경영위기와 관련한 자본 측의 한층 강화된 선전에 의해 심리적으로 얼마간 긴장되고 위축된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와 함께 자본은 현장규율의 강화, 노동강도 강화를 점차 노골화할 것이며, 현장의 주도권 탈취를 위한 노조와의 경쟁이 격화된다. 그러나 아직 대규모 구조조정은 소문만 떠돌 뿐 정식 거론되지는 않는 상태이다. 이 단계에선 노동자들도 경영위기의 진단, 즉 위기냐 아니냐, 얼마만큼 심각한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놓고 내부 논쟁과 함께 사측과의 여론전을 전개한다. 노동진영 전체에서도 점차 현대차 경영위기가 쟁점으로 부각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써 현대차노조보다 먼저 ‘공기업화’ 요구가 제출되어 토론되지만, 아직은 선전적 차원에 머무른다.

    (2) 정부의 개입 하에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단계. 대규모 리콜사태 발생과 그에 따른 거액의 비용 손실, 또 세계 자동차시장 위축의 지속과 현대차의 판매대수, 매출액, 영업이익률 감소가 지속되어 마침내 적자 전환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간 현대차 수뇌부의 ‘경영쇄신’ 노력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음이 판명됨에 따라, 현대차 ‘독자생존’ 여부가 대내외 적으로 공식 쟁점화 된다. 이 경우 자본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연구소, 증권계, 보수언론 등의 ‘과감한 구조조정’에 대한 여론 압박이 노골화된다. 다른 한편 구제금융 등을 통해 정부가 본격적 지원에 착수한다. 부분적으로 총수경영 책임을 물어 이들의 ‘사재일부’ 반납, 심지어는 경영권 포기와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까지 거론될 수 있다. 물론 이때 가장 큰 희생에 대한 요구는 노동자들에게 돌려질 것이다. 예컨대 그동안 고임금과 고비용, 강성 귀족노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몰아갈 것이다. 여기서 강제적인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결사항전으로 인해 양 진영의 충돌이 본격화한다.

    이에 따라 다음 두 가지 가능성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노동자들이 ‘재벌해체’와 ‘공기업화’ 그리고 ‘노동자-시민-정부 대표회의’ 소집 요구를 내걸고 정면으로 맞서서 완강하게 투쟁하며, 사회적으로도 우호적인 사회여론이 형성됨으로써 정부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이다. 이때는 현대차의 독자생존이 가능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에는 새로운 장이 펼쳐질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공기업화’를 통해 국가자금을 체계적으로 R&D에 투여할 수 있는 합법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중국처럼 기업 차원의 연구개발과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이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뒤처진 기술력을 차츰 만회해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대량해고와 비정규직의 양산을 방지함으로써 국내 실업문제의 더 이상의 악화와 시장 축소를 방지할 수 있고, 정부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 차츰 경제성장의 기반을 바꾸어 갈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노동자와 시민 그리고 정부가 하나가 되어 공동의 목표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수 있게 되며, 경제와 사회 전반의 체력을 튼튼히 함으로써 국제 선두그룹을 추적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다른 한 가지 가능성은, 노동자들의 ‘공기업화’ 요구에 대해 자본과 정부가 힘으로 짓밟고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경우이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관례를 보면 이 같은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도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자신들의 ‘공기업화’ 요구를 내걸고 정면으로 맞선다면, 과거처럼 그 대오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전히 마지막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전체 36만 명에 달하는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밥줄이 달린 만큼, 그 저항의 규모도 엄청날 것이다. 때문에 자본과 정권으로써는 노동자들이 완강하게 저항할 경우 일회적인 공격만으로는 자신들의 구조조정 요구를 다 관철시킬 수가 없다.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셀수록 자본의 구조조정 역시 최소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싸움은 장기화 하게 된다. 이후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강제해고와 무급휴가에 대한 철회와 노동자들의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끈질긴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면, 이 싸움은 차츰 새로운 질로 변화해 가게 된다. 즉 정치세력화를 위한 운동과 결합되면서 한국 노동운동사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3) 독자생존의 포기와 해외매각으로 나아가는 단계. 만약 위의 두 번째 단계에서 노동자들이 애초부터 자본과 정권의 여론을 앞세운 대대적인 공세에 위축되어 소극적인 ‘구조조정 반대’만을 외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의 동정적 여론만 기대한 채 적당히 저항하다가 결국 지난 1998년 때처럼 굴복하고 만다. 이 경우 현대차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독자생존은 최종적으로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쇠락을 거듭하다가 해외매각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선 현대차 경영위기를 몰고 온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재벌경영체제가 이 경우 철저히 해소되기 힘들며,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고용위기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전혀 대책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혁명을 추진할 국내 인재의 양성과 시장기반의 확충도 모두 포기될 수밖에 없으며, 대신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화로 인해 사회의 양극화는 한층 심해지고 계급계층 간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록 정부가 일정기간 거액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 회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들, 그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수밖에 없다. 곧 바닥이 드러나게 될 것이며, 이미 현저하게 벌어진 세계 선두주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어 독자생존을 포기하고 해외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 ‘광주형 일자리’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실 진행을 고려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위에서 설정한 제1단계 내에서 양 진영이 맞붙는 ‘서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현대차 경영위기의 진척에 따라 그것은 점차 성격을 달리 해 갈 것이다. 이에 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동력은 현대차보다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현대차 경영진은 지금 자신의 위기가 ‘고임금’ 문제나 값싼 자동차의 양산과 같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동차시장 성장세의 둔화, 트렌드 전략의 실패, 새로운 미래차 기술 개발에 있어서의 전략상 오류 등에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기에 아직까지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는 소극적이다. 또한 지금 괜히 노조를 자극하여 파업을 일으킴으로써 생산 차질을 야기하는 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에 비해 인기 유지를 위해 ‘일자리 창출’이 급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대차보다 더 조급하다. 지금처럼 북핵문제나 남북교류 하나만 가지고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금씩 그 약발이 다해가고 있는 상태이고, 한국정부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이기에 그 진전 역시 순조롭지 않다. 날로 경제가 악화되고 그에 비례하여 지지도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 제일의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이는 내후년 총선을 승리로 장식하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지금부터 꼭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문정부의 추진에 마지못해(?) 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a) 무엇보다 ‘후계승계’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것을 빨리 마무리 짓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를 위해선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주회사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든, 공정거래위가 ‘순환출자’ 고리 끊기의 마감 시한을 설정한 것과 관계되든, 어떻든 지금으로서는 서슬 퍼런 적폐청산의 칼을 아직 휘두르고 있는 현 정부와 척을 두어선 이로울 것이 없다. (b) 정부가 나서서 총대를 메고 노사관계를 풀어준다고 하니, 한번 ‘기대해 볼’ 만하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잘만 하면 강성 현대차노조와 정규직들을 약화시킬 수 있고, 자동차생산 사업장에 있어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형식상으로는 정부가 대주주인 독립법인을 설립하여 추진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중간 자회사’를 두는 것을 통해 비정규직을 양성하는 것과 본질상 다를 바가 없다. 당연히 그것이 활성화 되면 정규직의 상대적 ‘고임금’을 하향평준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더군다나 소요될 자본의 상당부분과, 공장설립 부지, 노동자복지 등을 모두 광주시(사실상 중앙정부의 지원)가 책임져 주겠다고 하니 현대차로서는 별반 부담될 것이 없다. 이에 더해 정부는 현재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차와 자동차산업에 대해 ‘구제기금’ 성격의 자금지원을 ‘당근’으로 제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있어 이 같은 초기의 능동과 피동의 관계는 앞으로 서로 뒤바뀌어 질 수 있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현대차 경영위기의 단계적 진척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래 일정한 ‘선의’를 가지고 이 같은 정책을 추진했었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재벌체제’라는 한국적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애초부터 자신의 본뜻과는 달리 변질되면서 노동자들에게 있어 큰 재앙이 될 가능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그 같은 실례는 많이 있는데, 예컨대 IMF 외환위기 직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과, 이후 서민의 대통령이라는 노무현 등이 한 일이 그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유주의 철학에 입각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그 보완책으로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한다고 하였지만, 현실에서는 전자만 이루어진 채 후자는 불철저하게 수행되었다. 결국 이 때문에 한국사회에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재앙이 발생하였으며, 재벌들에게 이용당하고 그들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는 이들이 본질상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는 세력으로서의 정치이념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 역시 그렇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 같은 사업이 실현됨으로써 기존의 노조체계와 정규직을 무력화시키는 선례가 남겨지고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게 된다면, 이후 이 정권 하에서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재벌들은 이 같은 ‘제도혁신’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한 색체들이 담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 사업이 제안될 때는 ‘4차 산업혁명’ 관련한 거시적 대응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란 취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4차 산업혁명’ 관련한 대응전략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미래차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기보다는, 엔진과 변속기 등이 불필요해지는 향후 미래차의 기술혁명에 조응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생산시스템과 고용시스템의 창출’로 그 중점이 바뀌어 졌다. 비록 그럴듯한 표현으로 포장을 하였지만, 그러나 이러한 애매한 규정이 한국적 상황에서 실행될 경우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자유롭게 해고가 가능한 수많은 기간제와 임시직 등의 비정규직의 양산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 경영위기의 전개는 ‘광주형 일자리’의 변질을 위한 충분한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점차 자신의 위기가 현실화할수록 현대차는, 그간의 암묵적인 ‘노사협약’을 깨고 자연퇴직 감소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정규직 감소비율의 속도를 높이려 할 것이며, 이를 위해 ‘광주형 일자리’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물론 그 때가 되면 이미 군산형, 대구형, 구미형 등 수많은 아류들이 탄생되어 있을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이 같은 수많은 사실상의 비정규직들로 이루어진 ‘하청생산’ 체제로 변모되게 된다. 이미 미래차 경쟁에서 상당히 뒤쳐진 현대차로서는, 그 같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방식을 통해 ‘일정 기간’ 이나마 독자생존의 숨결을 연장할 수도 있다. 결국 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귀결점은 한국 완성차 부문의 ‘독자생존’의 포기이다. 대다수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한 토대 위에서 초국적 자본(국제 자동차메이저)의 하청기업화 내지는, 기껏해야 종속 파트너로의 전락이 그 종착역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이에 맞서는 길은 오직 ‘투쟁’ 밖에는 없다. 지금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는 투쟁을 통해 분명한 전선을 만들어 놓지 않고, 어물쩍 하니 ‘사회적 합의’니 뭐니 하며 끌려 다니다 보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 만큼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의 자동차산업 전반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 아직 얼마간 진보적인 역할이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노동자가 자신의 절실한 ‘계급이익’을 양보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이 같은 진보적 역할 역시 문재인 정부가 지금처럼 여전히 ‘한미동맹’의 신화 속에 갇혀 있는 한 그 한계는 명확하다. 현재의 북핵문제를 진척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미동맹’의 신화를 깨면 된다. 미군 철수를 약속한다면 북한은 반드시 핵을 포기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해서 미국을 압박해가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역시 북핵 협상에 성실히 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북핵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이유는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해 전략적 경쟁상대인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같은 ‘목적’을 지닌 미군 주둔에 대해 직접 위협을 가한다면, 그 ‘핑계거리’에 불과한 북핵에 대해서도 지금보다는 진지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렇게 나아가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동자들이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결국 노동자들이 반재벌 투쟁을 견결히 수행하고 미군 철수 요구를 들고 나올 경우, 지금 시들어가는 문정부의 ‘개혁성향’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 재벌과 친미 보수세력의 공세에 둘러 싸여 점점 동요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문정부내 개혁파들은, 이로부터 새로운 강력한 지원세력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현대차투쟁에 대해 한국의 다른 노동자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동참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국 노동계급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모두의 투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지주이며 그 파급효과가 대단하다. 또 여기서 한 번 결정된 관행은 전 산업에 전파되는 관례가 있다. 1998년 현대차 구조조정 투쟁이 그러하였는데, 그 투쟁은 전체 노사관계에 있어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그 이후 사내하청과 기간제를 통한 비정규직이 급속히 양산되었으며 전 산업과 업종으로 확대되었다.

    가장 강력한 한국 노동계급의 마지막 정예부대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에는 각각 5만과 3만의 잘 조직된 조합원 대중과, 현장정파및 의식 있는 수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노조를 옹호하고 있다. 이들 한국 노동계급의 최정예부대가 무너지게 되면 우리 운동의 미래는 지금 보다 훨씬 암울해질 것이다. 비정규직들의 소규모 게릴라식 투쟁만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 같은 투쟁의 어려움은 지금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5년차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4년차 구미 아사히글라스투쟁, 추위와 더위 속에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는 고공투쟁을 수행중인 전주택시와 파인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에 내몰리기 전에 자동차 정규직부대의 최후의 일전을 한국 전체 노동자들이 함께 ‘사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차 경영위기와 관련한 싸움에 있어 승패의 관건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대차-기아차 자체 8만여 명의 내부 역량을 어떻게 충분하게 동원할 수 있는가이다. 지난 2009년 쌍용차 900여명 용사들의 ‘옥쇄파업’ 투쟁의 위력을 우리가 실감하였듯이, 결사항전으로 맞서는 대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단한 위력을 지닌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그 규모에 있어 당시 쌍용차투쟁과는 비교가 되지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의 실현 여부라 할 수 있다. 이점에서 볼 때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역시도 비정규직 투쟁을 중시하고 지금부터라도 의식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도 일부 정규직 활동가는 비정규직의 개별 분산적인 소규모 투쟁의 겉모습만 보면서, ‘전체로서의 비정규직 투쟁’이 갖는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대공장 정규직들은 자신들이 한번 일어나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기에 굳이 이처럼 영향력이 미미한 소규모 투쟁에 대해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비정규직은 개별적으로는 소규모이지만 전체로서는 거대한 집단이다. 더군다나 자동차업종 내 수많은 부품회사 노동자들 상당수가 이 같은 비정규직 계열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들은 재벌체제의 모순의 심화와 4차 산업혁명의 전개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정규직 자신과 그 자식들 역시도 이후 대부분이 이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들이 함께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현대차 싸움의 규모와 역량은 훨씬 왜소해 질 수밖에 없다.

    숫자적으로 그러할 뿐만 아니라, 사회여론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이들 비정규직들이 대공장 정규직투쟁에 ‘귀족노조’ 운운하면서 냉소를 보내는 한, 그 같은 분위기에서는 아무리 위력 있는 ‘대공장 총파업’도 제대로 조직될 리가 만무하다.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대기업노조와 관련된 기사 하단에는 반드시 수많은 냉소를 담는 댓글들이 눈에 뜨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되돌려놓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가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이 같은 ‘귀족노조’ 운운하는 여론공세는 저절로 분쇄된다.

    정규직은 지금부터라도 말뿐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비근한 예로, 울산과학대 농성장의 천막 지키는 문제가 있다. 학교 측의 야반 기습철거를 막기 위해 밤이 되면 최소한 2인 이상이 안에서 잠을 자야만 한다. 지금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돌아가며 지키고 있는데, 인원이 부족하여 김덕상 위원장은 4년 채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부족해서 지역의 연대동지들이 개별적으로 동참하며 함께 지키고는 있지만 조직적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실천대’를 조직하여 몇 사람의 지원자를 순번을 정해서 보내준다면 이 같은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지금처럼 일상 시기에 기울이는 이러한 작은 노력은 이후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 그 몇 십 배의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다. 울산과학대(그 배후에는 현대중공업재벌이 있다!)는 정규직과의 이 같은 조직적 연대 움직임만 보더라도 지금 보다는 훨씬 성의 있는 모습으로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울산의 시장과 동구청장이 모두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에 의해 장악되었지만, 정작 농성장 청소노동자들은 세상이 바뀐 것을 전혀 실감할 수 없을 만큼 사태 진전은 지지부진하다. 그것은 저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약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전히 ‘시간 끌기’로 이쪽이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공장 정규직들의 ‘조직적 동참’은 이 같은 상황을 빨리 종식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것은 저들의 기대가 허황된 것이며, 시간을 끌수록 전체 노동진영과 정규직 대군을 각성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뿐임을 깨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현장실천대’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도록 하자. 그것은 단위사업장과 지역 두 차원에서 결성될 수 있다. 현 시기 노동운동의 최대 과제는 누가 뭐래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상호분리와 고립상태를 극복하고 통일적인 노동자계급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그 구체적인 실현 형태 또는 실천 형식으로서의 ‘현장실천대’ 사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전략적 중요성을 들자면 이러하다.

    지금 단사노조 중심의 한국 노동운동의 구조 속에서, 현장실천대는 현 민주노총 체계의 한계로 인한 비정규직과 정규직, 중소사업장과 대규모사업장 연대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유력한 형식이라고 본다. 그것은 1990년대 초 ‘전노협-지노협’ 체계에서 일찍이 간직했던 지역연대의 전통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과거 단위노조와 활동가 단체들은 함께 전노협-지노협 체계로의 결합을 통해, 대공장과 중소공장, 투쟁력이 강한 사업장과 약한 사업장, 선진적 의식의 활동가와 일반 노조원의 상호침투를 이룰 수 있었으며, 당시 산별조직이 없는 조건에서 그 약점을 상당 정도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이 보존되어 발전하기보다, 지금의 민주노총 체계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정 상실되고 약화된 감이 있다. 이후 개별 노조들은 사실상 단위사업장 차원으로 다시 갇히게 되었고, 그 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라는 또 하나의 분열적 요소가 덧붙이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현재의 민주노총과 지역본부는 형식상으로는 산별과 업종 연합체인 상급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하부 사업장에 대해 특히 대공장 사업장에 대해 지도력이 취약하며, 동원력을 포함한 집행력이 크게 떨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단사와 지역 차원에서 건설되는 현장실천대는, 이 경우 계급의식과 집행력 면에서 현 노조체계의 약점을 일정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단위사업장 일반 노조원의 수준이나 그때그때의 정서에 제약받지 않고, 전체 계급이익과 노동운동의 요구에 따라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지원을 즉각 수행할 수 있다. 반대로 정규직 입장에서 본다면, 대공장 사업장 투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의 하나인 ‘우호적인 사회여론’의 조성을 위한 비정규직의 지지선언을 끌어 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장실천대는 정규직 활동가와 비정규직 활동가로 함께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장실천대의 기동성 있고 선도적인 활동은 공식체계인 민주노총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비유하자면 단위사업장 차원에서 전체 조합원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대의원과 상집 간부 등이 농성, 집회, 부분파업 등을 수행함으로써 차츰 전체 사업장의 동력을 이끌어 내는 것과 같다.

    이 같은 현장실천대의 존재는 향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의 실현, 한국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실천대는 단사와 지역 차원에서 건설되는데, 이들은 제 정파의 공동사업으로, 혹은 지역 공동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각 사업장 정파들과 선진 활동가들의 움직임은 지금 시기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이 같은 모든 대중의 행동을 낳게 하는 최선두에 서 있으며, 현장실천대를 제일 먼저 앞장서 구체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일대 사활을 결정짓게 될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들이 기존의 느슨한 관행에서 벗어나 사태의 절박함을 하루 빨리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울산에서는 노동운동의 전반적 위기 상황과 지역 및 사업장 내의 문제점을 극복코자 ‘현장기획토론회’가 조직되었다. 그리하여 지난해 10월초부터 11월 하순까지 5차례에 걸친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주제는 비정규직 문제, 재벌 문제, 중국 문제, 그리고 평화와 통일 등 현 시기 노동운동과 관련된 핵심 쟁점 4가지가 선정되었다. 필자가 다른 동지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지금 현장활동가들의 상태는 우리 운동의 ‘과도기적’ 모습을 정확히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선 그들의 동기가 다양하였는데, 무슨 얘기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는 사람에서부터, 다른 사업장 동지들과 친교를 맺기 위해 온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현재 민주노조운동이 부딪치고 있는 한계를 돌파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즉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많이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참여자들의 행동이 그 같은 문제의식과 완전히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혁신에 대한 기대를 가졌던 반면에, 다른 한편에선 지금까지 해오던 관성에 눌려 이 같은 전망을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에 있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한계도 보였다. 일반적으로는 참석자들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였는데, 필자가 보기엔 그것은 그동안 이 같은 토론과 학습 문화가 비교적 소홀히 취급되어 온 결과라고 보인다. 그러나 처음의 의욕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학습토론의 성과를 기초로 점차 ‘실천소조’로의 발전적인 전환을 꾀하여야 한다. 일회적인 학습과 토론만으로 끝나고 마는 것은 의미가 그리 크지 않으며, 이제부터는 기존의 토론회가 가졌던 한계가 극복되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노동운동과 사회상황에 대한 새로운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탄생하는 이 같은 실천소조는, 향후 ‘비정규직철폐, 재벌개혁,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선도할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재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 변혁성과 같은 상실되어 가고 있는 건강한 민주노조 정신을 되살림으로써 현 노조체계를 더욱 강력히 호위할 뿐만 아니라, 노동계급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이끌 선봉부대로서 현장 내 기반 구축이라는 사명을 짊어져야 한다. 이들 새로운 세력을 기초로 할 때만이 앞서 언급한 ‘현장실천대’ 사업도, 그리고 과거 민주노동당을 뛰어 넘는 진정한 정치세력화도 가능하다.

    이제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해고와 비정규직과 산업재해가 남무 하는 자본의 천국을 향한 길이요, 다른 하나는 이러한 자본의 천국을 거부하는 노동해방의 새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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