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인텍 굴뚝농성 426일,
    노사협상 극적으로 타결
        2019년 01월 11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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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의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한 파인텍 노동자들이 426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오게 됐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11일 오전 7시 45분 교섭에 극적 타결했다. 파인텍에 5명의 조합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고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차광호 파인텍지회장과 김세권 대표 등 노사대표자들은 전날인 10일 오전 11시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무려 20시간이 넘는 교섭 끝에 나온 합의서인 것이다.

    노사 조인식의 모습(사진=금속노조)

    노사가 공개한 합의서에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의 대표이사 맡는다 ▲2019년 7월 1일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조합원 5명 업무 복귀 ▲고용은 2019년 1월 1일부터 최소 3년간 보장 ▲공장의 소재지는 평택 이남지역 ▲원활한 생산활동을 위해 적정인원 고용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 ▲기본급은 최저임금+1000원 ▲회사는 노조사무실을 제공하며, 연 500시간 타임오프 부여 등이 담겼다.

    특히 합의서엔 ‘합의 불이행 시 관련된 책임은 불이행 당사자가 진다’는 문구도 포함했다. 지난 2014년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408일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맺은 노사 합의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맡기로 합의한 것도 회사의 성실한 합의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회사는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홍기탁, 박준호 씨도 400여일의 고공농성에 더해 무기한 단식농성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7일부터 4차례 노사교섭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을 핵심으로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파인텍이 폐업할 경우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엔 스타플렉스로의 고용승계 보장은 빠져 있는데다, 고용보장 기한을 ‘최소 3년’으로 둬 향후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어느 노동조합이든 합의는 끝이자 시작”이라며 “남은 것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세권 대표가 얼마나 진실되게 합의를 이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회사의 성실한 합의이행을 거듭해 강조했다.

    노조는 “이 정도의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는 400일이 넘게 굴뚝 위에 올라가 있어야 하는지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도 했다.

    파인텍 타결까지 연대한 노동·시민사회·종교계와 언론 등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노조는 “금속노조의 힘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며 “연대의 마음으로 파인텍지회와 함께 해준 종교계와 시민사회, 민주노총이 타결의 힘”이라며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파인텍지회’는 앞으로 그 이름에 연대의 기억을 새겨넣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파인텍 상황을 전달해온 언론에 대해서도 “굴뚝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감옥에 갇혀 힘겹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와 사업장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며 “부디 우리 언론이 파인텍지회에 보여준 관심의 아주 조금만이라도 전국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비춰준다면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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