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지도부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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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05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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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지방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완전한 싹쓸이로 끝났다.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2개를 비롯해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강원, 경남, 경북에서 전부 또는 거의 전부의 기초단체장을 석권했고, 서울시 지역구의원 100%를 포함해서 전국 광역의원의 76%를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모두들 ‘무서운 민심’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민주노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은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나는, 당의 지역구 출마자들이 얻은 대략 8%∼10% 수준의 득표나 좀더 상대적 기반이 탄탄한 곳에서 얻은 13%∼16%는 그동안 당과 후보들이 노력하고 고생해서 얻은 정말로 소중한 성과가 아닌가? 당락을 떠나서 이 정도면 훌륭한 결과가 아닌가? 이 성과를 밑천으로 이 후보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지역사업을 하면서 대선과 총선 치르면, 그것이 또한 자신들의 다음 지방선거를 위한 사전선거운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정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민주노동당은 선택받지 못한 정당이 됐을까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그러한 당의 성과와 별개로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서 내 마음은 좀 우울하고, 머리는 좀 무겁다. 이유는 간단한데, 민주개혁세력을 자임하는 노무현 정부를 세우고 총선에서 집권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몰아주었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게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심판했는데 왜 그 심판의 결과가 민주노동당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국회의석이 없던 시절 대중정당으로서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원내진출을 희망했던 민주노동당도 당당히 10석의 원내의석을 차지하며 제3당이 되었고,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왜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권과 여당에 실망하거나 실망을 넘어 비판자로 돌아선 국민들에게서 대안정치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한 것인가?

우선 드는 생각은 과거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민들 대다수는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처지에 근거해서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지난 대선과 총선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러한 성향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정치가 밥 먹여준다”는 걸 어떻게 설득할까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밥 먹여 주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정당정치는 “정치가 밥 먹여 준다”는 것인데, 나는 여전히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가 법 먹여 주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들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당이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영향력도 어느 정도 커져야 가능한데, 그런 점에서 당장에는 그럼 어떻게 국민들 대다수인 노동자, 농민, 서민의 지지를 확대해 나갈 것인가 하는 일종의 딜레마를 당은 겪고 있다.

한 가지 더 말해보자. 당은 선거중반에 ‘진보개혁세력 교체론’을 선전기조로 정했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무능함, 반개혁적 행태에 대한 30~40대 민주개혁세력의 실망이 고조된 정세에서 민주노동당을 대안으로 선택해달라고 하는 정치적 호소였는데, 대국민 선전론 제기라는 발상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그 기조는 실패했다.

‘진보개혁세력 대표 교체론’이 실패한 이유

냉정하게 판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민주개혁정치를 잘 했는가 못했는가와 같은 단순한 평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혁적이지도 않은데다가 먹고 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계속해서 갈등만 일으키고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것이 없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이 핵심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스스로 강조하듯이 사회경제 양극화가 심각하고, 일자리 문제, 자녀교육 문제, 노후불안 문제로 경제생활에 대한 스트레스와 걱정이 끝나지 않는 이들에게 단순하게 민주화운동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쟤네들 보다 내가 더 민주개혁세력을 잘 대변할 수 있으니 지지해 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사실 선거 과정에서 ‘진보개혁세력 교체론’을 접하며 진보개혁의 내용이 바뀌어야 진보개혁세력 교체론이 국민들에게 동의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얼핏 든 생각의 대략은 이렇다.

민주노동당 아직 ‘진열장 밖에 있는 독특한 상품’

“6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분들이 지금은 60대 노인이 되어 노후의 일자리 찾기와 건강 돌보기에 바쁘고,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던 학생들이 지금은 40대의 노동자가 되어 실업과 아이들 교육, 그리고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처지가 바뀌고 사회양극화와 같이 삶의 조건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사회의 진보개혁세력이 앞장서서 선택해야 하는 정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정치이다. 그런 표심으로 이제부터 민주노동당을 진보개혁세력의 정치대표로 선택하자”

그런데 이런 논리는 솔직히 말해 설명이 복잡하고 따라서 당장의 정치선전용은 아니다. 단순명쾌하지도, 감동을 주지도 못한다.

어쩌면 서로 상충될 것 같은 이 두 가지 생각 속에서 나는 하나의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민주노동당은 국민들 대다수의 눈에 보이는 정치적 선택을 위한 ‘정당 진열장’에 아직도 놓이지 못했다. 독특한 상품으로 진열장 밖 옆자리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해온 정당정치와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형성(투표행태)이 서로 교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나니 “아쉽다”는 한마디로 표현된 당 지도부의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심하게 말하면 열린우리당이 “참담하다”는 평가를 한 것과 같은 맥락인데,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이 때문에 그렇다 치고 민주노동당은 그저 아쉽다는 수준의 평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 평가 “아쉽다”

최소한 “지난 2년 동안의 정치활동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며 그러한 점검과정에서 최고지도부로써 당원과 국민들에게 지도력을 평가 받겠다”는 정도의 발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민주노동당이 바라는 국민들의 표심과 국민들이 선택하지 않는 민주노동당의 정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서 당과 국민이 서로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보며 교감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할 때이다.

내 생각에 그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양극화 심화 경향으로부터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경제적 의제를 지속적으로 ‘정치 의제화’시키는 것인데 이때 정치 의제화시키는 것은 단순히 정책을 발표하고 주장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동, 헌신, 속 시원함, 똑똑함, 신선함… 등등의 정치적 이미지를 만드는 활동에서부터 포퓰리즘의 동원까지 다양한 정치기획을 수반한 의제설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민들로부터 그저 “좋은 정책이네”하는 평을 듣는 것으로는 놓여있는 현실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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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창규씨는 현재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글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밝혀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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