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조재범 성폭력 논란
    문체부 “제도 정비 등 강력 대책 마련”
    정의당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폭력 전수조사 필요”
        2019년 01월 10일 01: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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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상습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그동안 정부와 체육계가 마련해 왔던 모든 제도들과 대책들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8일 SBS 보도에 따르면, 심석희 선수는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뿐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4년부터 4년 가까이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며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 전 코치가 이때부터 평창올림픽 개막 두 달 전까지 지속적인 성폭행을 일삼았으며, 조 전 코치는 성폭행을 저지를 때마다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냐”는 협박을 했다는 것이 심 선수 측의 주장이다. 조 전 코치 측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태강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성폭력이 아닌 일반 폭력 사태만 파악하고 대책을 세웠는데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며 “이는 피해자가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내부의 문제를 알 수 없는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노 차관은 “이런 일을 예방하지도 못했고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정책 담당자로서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이날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민간 주도 특별 조사 실시, 체육 단체 내 성폭력 전담팀 구성, 인권관리관 제도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놨다.

    노 차관은 “중대한 성추행의 경우에도 영구제명하는 등 영구제명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체육 단체 간 성폭력 징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성폭력 가해자가 체육 관련 단체에서 종사하지 못하도록 올해 3월까지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폭력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의 혐의가 확정이 되면 그 사실을 국제올림픽위원회, 전세계 국가올림픽위원회, 해당 경기 국제경기연맹에 통보하고 협조 체계를 구축해 가해자가 해외에서의 활동을 제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시민단체,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체육 분야 규정 개선 TF를 구성해 각종 법령과 규정을 정비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 3월까지 민간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 조사반을 구성해 회원 종목 단체나 가맹단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비위가 발견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책임을 묻기로 했다.

    스포츠 비리 신고센터 내에 체육 분야 성폭력 지원 전담팀도 구성한다. 전담팀은 성폭력 피해 신고의 접수, 피해 사실 확인 및 수사기관 고발을 위한 기초 조사, 법률 상담, 피해자 정서 회복 프로그램 등을 원스톱서비스로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인권 전문기관에서 전문가를 추천받아 지원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선수촌 내에 인권 상담사를 상주하게 하고 인권 문제를 총괄하는 인권관리관 제도를 도입한다.

    문체부는 이러한 대책을 바탕으로 교육부, 여가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 차관은 “정부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이 더욱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인 우리의 스포츠 선수들이 더 이상 이런 야만적인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는 앞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폭력 전수조사 필요”

    정치권도 심석희 선수의 폭로를 계기로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조재범 전 코치의 인면수심 행태에 함께 분노하며, 체육계의 성폭력 비위 행태를 철저히 전수 조사해 발본색원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어린 선수의 꿈과 미래를 볼모로 잡아, 갖은 폭력이 자행되는 구시대적인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가대표 선수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로 조재범 전 코치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정부도 철저한 특별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야만적인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심석희 선수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대한체육회와 체육계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문화, 예술, 체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성폭행 실상을 조사하고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관련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심석희 선수의 용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전면적인 전수 조사를 요구하며 “무엇보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에 대한 책임있는 분위기와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미투 운동’ 가운데도 체육계에서는 이렇다 할 목소리가 나오지 못했다”며 “이는 학연과 인간적 관계 등 매우 폐쇄적인 ‘인의 장막’ 속에 갇혀 운영되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기인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육계가 서로 감싸고 덮으며 병폐를 ‘암덩어리’로 키워간 실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자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금번 대책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직무유기’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바로 모든 것이 정부의 책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자각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또한 “‘제2의 심석희’가 나오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체육계는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어린 학생시절부터 훈련에 들어가는 체육계의 특성상 폭행이 일상화는 교육과 인권의 문제로 간주돼야 한다”며 “관계 당국과 체육계 모두가 나서 인권과 교육 차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매질에 성폭력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썩은 우리나라 체육계 부조리가 경악스럽고 절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정 대변인은 “부푼 꿈을 안고 운동에 매진한 어린 아이에게 스승이란 어른은 지옥 그 자체였다”며 “행복했어야 할 선수의 유년을 짓밟고 청소년기를 유린하고 매질해서 얻은 그런 금메달은 필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체육계는 처절히 각성해야 한다”며 “지도자에 의한 일상적 폭행 전수조사를 실시해,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퍼져있는 폭력적 문화와 부조리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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