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다움을 잊었다. 그래서 진 거다"
        2006년 06월 03일 04: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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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다." 당 안팎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민주노동당의 이번 지방선거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민주노동당 다움’을 잃은 것을 패인으로 들었다. 그들이 바라 본 선거 결과, 민주노동당의 패인, 향후 개선 방향을 요약했다.

    "선거 결과는? 패배다" 

    임영일 경남대 교수는 “목표의 1/3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실패일 것이고 2002년 45명 당선에서 이번에 81명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2004년 총선의 약진을 생각하면 분명 실패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도 “민주노동당의 패배이고, 더 안 뺏긴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이것도 “중선거구제로 2위 이하도 당선되는 제도의 ‘득’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본부장은 “민주노동당의 이번 선거 결과가 형편없는 패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진보세력이 20~25%에 불과하고 그 중 핵심적인 개혁진보층은 10~15% 선이라는 것.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12% 득표는 “큰 실패는 아니다”는 견해다. 

    가장 큰 패인은 원칙 없이 득표에만 몰두, 지지층 이탈 유발

    임영일 교수는 “민주노동당 계급 투표 지역인 창원, 울산 등에서 지지 양상이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서 핵심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이들 지역의 정당지지도에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수치보다도 지지강도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민주노동당 지지층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긴 찍지만 표정들이 좋지 않다”면서 “이는 주위에 민주노동당 지지를 설득해내는 동인, 에너지가 훨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임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같은 개발 논리를 내세우는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있었다”면서 “민주노동당 후보라면 민주노동당 정책을 준수해야 하는데 당에 의해 전체가 통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원칙, 목표가 공유되지 않은 채 최대한 나가서 최대한 표를 얻는 것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선거운동기간 민주노동당 게시판에는 지역의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이력이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열린우리당과 차별성 부각 실패

    임 교수는 이와 함께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 지지도와 동조현상을 보였다”면서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손 교수는 “과거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비슷한 색깔로 비쳐진다”면서 “열린우리당의 ‘무능’ 이미지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 전체의 ‘무능’으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손교수는 이같은 현상은 민주노동당에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후 열린우리당과 차별성을 어필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영태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중도좌파가 민주노동당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기대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중도좌파들은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문제에서 동조할 뿐 사회경제 정책에서 민주노동당의 내용에 찬성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기권’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노동당의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이 열린우리당 지지층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민주노동당

    손혁재 교수는 “특히 지난 10.26 보궐선거에 이어 울산에서 또 진 것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서 “민주노동당의 울산 패배는 울산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란”이라고 주장했다.

    정영태 교수 역시 “울산에서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지켜본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 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 처리에서 더 실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반응이 울산지역에서는 물론 전체 민주노동당 호감층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일반 대중들은 민주노동당이 총선 승리 이후 원내진출해서 보여준 모습이 대기업 노조 중심인데 반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정체성 확립, 무원칙한 타협 배제, 패러다임 전환

    지방선거 이후 대선까지 정국의 격변이 예상된다. 민주노동당이 향후 정국 변화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민주노동당이 ‘정체성’부터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임영일 교수는 “지방선거 패배로 오히려 ‘대중성’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지 걱정”이라면서 “핵심적 지지기반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 확립 없이 외연적 확대만 하면 당이 어디로 갈 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지연 본부장은 “정치는 예측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내년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한 분파와 민주노동당이 타협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패배를 초래할 가능성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치 지향의 정당은 타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하나 얻으려다 셋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손혁재 교수는 “원외정당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원내정당으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데 의원들이 구체적인 성과 얻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민주노동당 내부에 노선 투쟁의 분파가 너무 많다는 점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태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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