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에서 산 우리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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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2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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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고 많은 부모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아토피. 아토피성 피부염의 병인에 대해서는 유전설부터 환경설까지 여러 학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토피가 이리 널리 퍼지고 심해지는 것이 경제 발전 및 환경 파괴와 무관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아토피와 친구하기’는 윤춘호 현장기자 부부와 일곱 살배기 영서가 아토피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앞으로 몇 차례 연재할 예정인 ‘아토피와 친구하기’가 아토피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독자들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정보 교류와 격려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영서 아토피 얘기를 연재하려 하자 아내는 반대했다. 왜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영서는 말하자면 1%의 아이였다. 어느 병원을 다녀도 영서보다 심한 아이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지금은 영서는 깨끗하다. 겉보기에는 이 아이가 언제 아토피를 앓았느냐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아토피는 낫는 병이 아니다. 평생을 관리하면서 가야할 친구같은 존재다.

       
      ▲영서의 어렸을 적 사진은 없다. 전무하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지나고 나니 참 아쉽다. 이젠 영서의 모습을 보고 아토피와 연관시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영서의 아토피는 낫지 않았다. 그저 잠복해 있을 뿐이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아토피, 평생을 관리하면사 가야할 친구

    2편까지는 영서의 고생담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부부의 고생담이다. 기적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영서는 나아졌다. 3편은 영서의 치료기다. 영서의 아토피는 우리 가족의 모든 생활 패턴을 바꿔놓았다. 4편은 우리가 해야할 숙제다.

    영서의 아토피는 영서의 잘못이 아니다. 온전히 우리 부부의 잘못된 습관이 영서의 아토피를 불러왔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생한 영서에게 미안하고 잘못을 비는 마음이다.

    영서가 잠을 자기 위해서는 우린 몇가지 준비를 해야 했다. 영서는 엄마 아빠가 누워있는 옆에서 함께 자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밤이 되면 우린 영서의 잠자리를 미리 만들어뒀다. 그리곤 내가 아이를 안고, 또는 업고서 잠들 때까지 동네를 돌아다녔다. 때로는 차를 타고 잠들 때까지 강변 북로를 계속 돌기도 했다. 간신히 잠이 들면 우린 우리만의 준비를 또 했다.

    영서의 손을 바지에 집어넣은 후에 기저귀 천으로 온 몸을 세게 동여 맸다. 마치 번데기 마냥 말이다. 손을 끄집어내서 긁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 몇 번 자다가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서 이미 영서의 머리는 반쯤은 없는 상태였다. 얼굴이든 어디든 자다가 보면 긁거나 후벼파서 진물이 끊일 새가 없었다. 그래서 우린 아이를 묶어서 재울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아무리 그래도 아이를 그렇게 재우면 성장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했다. 우리도 알았다. 한참 클 시기에 마치 전족처럼 아이를 꽁꽁 묶어놓을 생각을 하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 우리에게 당장 아이가 긁어서 생기는 2차 감염이 무서웠다.

    그래도 30분 이상의 숙면은 어려웠다. 자다가 깨면 다시 어르고 다시 묶어서 재우며 밤을 보냈다.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른다고 하는데 영서는 온 몸의 신경세포가 살아 있는 냥 자그마한 소리에도 민감했고 쉽게 깼다.

    아이에게 수면제 먹인 부모의 고통

    매일 매일 계속되는 잠과의 전쟁은 우리 부부를 파김치로 몰아갔다. 고백하건대 우리 부부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자 정말 몹쓸짓을 하기도 했다. 소아과에 가서 영서가 잘 수 있도록 수면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푹 자봤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수면제 처방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아이는 내내 졸려하고 칭얼댔지만 잠은 들지 못했다. 하루 24시간을 비몽사몽으로 지내면서도 잠은 들지 않았다.

    아토피는 피부와 가려움증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토피 자체가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몸 안의 독소를 외부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작용이다. 따라서 피부뿐만이 아니라 내장에서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염증이 끊이질 않았다.

    영서는 장염을 달고 살았다. 한번 장염에 걸리면 두세달은 설사와 구토가 이어졌다. 계속된 장염으로 아이의 성장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전 영서 친할머니는 이렇게 얘기했다.
    “한번씩 가 볼 때 마다 이만큼 컸겠지 하고 가면 매냥 그 모양이야. 크지도 않으면서 머리는 계속 빠지고, 피부는 내 피부보다 쭈글거리고, 그렇다고 애가 왜 이러냐고 하면 니들 속상할까봐 말도 못하고 그랬다”

    한번은 목욕을 시키는데 영서 엄마가 아이의 항문을 보더니 나를 불렀다.
    “애 항문에 이상한 종기같은게 나 있네. 이게 뭐지?”
    내가 보니까 새끼 손톱만한 종기가 나 있는데 보기에도 누르스럼한게 고름도 잡혀 있는 것 같았다. 소아외과를 갔다.

    “치루입니다. 아이가 설사를 자주 하니까 변이 안 좋아서 생기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나을 수 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수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수술은 언제쯤 할까요?”

    하루에 병원을 서너 군데 다니고

       
     
     

    “지금 이 상태로는 수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보니까 아토피가 심해서요, 링겔 꽂을 곳이 없어요. 아토피가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수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내는 병원을 나오면서 울었다.

    당시에 아이는 하루에 서너 군데의 병원을 다녔다. 피부과와 장염으로 인한 소아과, 치루 때문에 소아외과를 다녔다. 그런데 어느 하나 좋아지는 것이 없었다. 정말로 암담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가족끼리 어린이 대공원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가는 동안 어른들이 먹을 김밥을 준비했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영서가 김밥을 먹었나 보다. 그 김밥 속의 밥에 계란이 묻은 게 문제였다.

    영서의 얼굴은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눈이 안 떠졌다. 몸에도 두드러기가 너무 크게 나서 온 몸이 부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또 우린 응급실로 달려가야만 했다. 의사 선생님은 쇼크가 올지 모른다며 계속 대기해야한다고 했다. 영서 엄마는 차가운 물수건으로 영서의 온 몸을 마사지 하며 밤을 새웠다. 계란이 묻은 밥 조금 먹었다고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우린 또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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