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2일 75미터 고공농성
    이제는 무기한 단식까지 병행
    파인텍 공동행동 “김세권 사장, 노골적 노조 혐오와 노동3권 부정”
        2019년 01월 07일 06: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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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75m 굴뚝에 오른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들이 6일부로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돌입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사회·종교계 인사들이 단식 철회를 요구하며 물과 음식을 굴뚝 위로 올려 보냈지만 노동자들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422일째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 박준호 씨는 전날인 6일 오후 4시 40분경부터 무기한 고공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공동행동은 7일 오전 두 노동자의 굴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땅 위의 파인텍 동료들과 공동행동 등이 극한의 상황을 피하려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있으나, 고공농성자들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견에 앞서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이 두 노동자에게 단식 철회를 눈물로 호소했으나 거부했다.

    기자회견 모습(사진=금속노조)

    장기간 고공농성으로 쇄약해진 두 노동자는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물과 소금마저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이들의 긴급건강검진을 위해 굴뚝에 오른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의사 최규진 씨는 “뼈만 남아있어 눈으로 쳐다보기도 힘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두 노동자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파인텍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9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은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만이라도 찾고 싶다”면서 “노동자의 권리가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공동행동도 “벌써 422일째 이어지고 있는 굴뚝농성은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의 단식 선포로 일촉즉발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노골적인 노조혐오를 드러내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정면 부정하는 김세권 사장의 무책임한 태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하루 빨리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오는 8일 오전 10시 경에 직접 굴뚝에 올라 홍기탁, 박준호 씨를 만날 예정이다.

    두 노동자가 400일이 넘는 고공농성에 더해 목숨을 건 무기한 단식까지 선언한 원인은 스타플렉스이 2015년 맺은 노사합의를 일방 파기한 데에 있다. 지난 2014년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이 408일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는 2016년 1월 파인텍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정상적인 고용과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파인텍의 직원은 조합원 7명이 전부였다. 회사의 정상적인 생산과 운영에 필요한 신규사원을 단 1명도 고용하지 않은 채 조합원만 “격리 수용”한 것이다.

    노조 탄압이라고 볼만한 운영도 이어졌다. 애초에 스타플렉스와 무관한데다, 영업 경험도 없는 물품을 생산했다. 임금 역시 최저임금을 웃돌았고, 이후에 회사가 생산물량까지 줄이며 월 70만원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조는 표면적으로만 인정될 뿐이었다. 공동행동 측은 “노동조합 인정은 무늬만 있고 어떤 활동시간도 보장되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운영과 약속 이행을 위해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정상교섭을 거부·회피해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약속의 총체적인 파기를 통해 관계의 파국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파인텍은 공장도, 설비도, 직원도 없는 페이퍼 회사로 남아있는 상태다.

    두 노동자는 김세권 스타플렉스 사장에게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굴뚝에 올랐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세우자 정치권은 서둘러 두 노동자를 찾았고 지난달 27일부터 4차례 노사 교섭을 진행됐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을 핵심으로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파인텍이 폐업할 경우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고용 승계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사측은 1차 교섭에서 “(조합원) 5명이 들어오면 회사 망한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공동행동 측은 전했다.

    공동행동 측은 “김세권 사장은 파인텍을 재가동하더라도 본인은 어떤 경영, 고용,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결국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서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파인텍 사태 해결을 위해 400여일 고공농성을 했던 차광호 지회장은 이날로 29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이 밖에 박래군 인권재단 소장, 나승구 신부, 송경동 시인, 박승렬 목사도 무기한 동조단식에 돌입한 지 21일차에 접어들었다.

    한편 시민사회·종교계 등은 오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김세권 사장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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