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폭발…"살려달라는데 벼랑 아래로 밀어?"
        2006년 06월 03일 08: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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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달라며 평화적으로 농성을 하던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투경찰을 동원해 강제진압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울분이 강남 거리에서 격렬하게 터져나왔다.

    6월 2일 오후 3시 고층빌딩이 즐비한 강남구 대치동 하이닉스 본사 앞.
    이날 새벽 4시 경찰과 특공대를 투입해 12층에서 농성중인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진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간부들이 속속 강남으로 모여들었다.

    700명 모일 것이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1,500명이 하이닉스 앞 인도와 3개의 차도까지 가득 메웠다. 흰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머리를 짧게 깎은 용역경비가 건물을 에워쌌고, 하이닉스 앞 도로 양쪽에는 경찰버스 30여대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 6월 2일 오후 3시 서울 강남 하이닉스 본사 앞에서 금속산업연맹 조합원 1,500명이 모여 <공권력투입 규탄, 집단해고 철회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 금속노조)
     

    700명 참가 예상 뛰어넘어 1,500명 참가

    공권력투입 규탄과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금속산업연맹 노동자대회에는 1천여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은 물론 KTX 여승무원, 덤프연대, 전국철거민연합, 세종병원, 우진교통 등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해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에 굳은 연대를 보여줬다.

    금속노조 최용규 사무처장은 "3년 동안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고 아내가 남편 몰래 병원에 다니고, 가재도구 다 꺼내 청주공장 앞에 널어놓고 길거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하이닉스 조합원들의 그 피눈물나는 설움을 누가 만들었냐"고 물었다. 그는 "정부와 자본이 만들었고, 벼랑끝으로 내밀었는데 오늘 공권력투입으로 정부가 벼랑 아래로 떠밀었다"고 말했다.

       
     
    ▲ 집회 참가자들에게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1)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위원장은 "이놈의 공권력은 2조원의 순이익을 내면서도 정규직의 반도 안되는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우리 노동자들을 연행해갔다"며 "우리는 더 이상 노무현에게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당당하게 맞서 싸워서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때 제발 중간에서 방해하지 말고 끼어들지 말 것을 분명히 천명한다"고 외치자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당 참패에 대한 분풀이냐 한나라당 승리에 대한 축배냐?"

    민주노총 김지희 부위원장도 "더 이상 광기어린 자본과 정권의 만행을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 이 사회를 뒤바꾸는 그 첫 출발을 승리로 안아오자"고 역설했다.

       
     
    ▲ 집회 참가자들에게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2)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고 있는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5.31 지방 선거에서 민중들이 요구했던 개혁에 실패했던 노무현 정권의 분풀이를 우리에게 했단 말이냐, 공안세력의 뿌리가 한나라당이었기에 한나라당에 축배를 터뜨려 준 것이냐"며 "인간답게 살 것인가 노예같이 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금속노조는 피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4시 30분. 집회를 마치고 대표단이 면담을 요구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육중한 체구의 용역경비들은 대표단을 밀치고 면담을 막았다. 여러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뒤에 있던 조합원들이 앞으로 나와 용역경비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용역경비가 건물 옆으로 빠져나가자 건물 안에 숨어있던 1천여명의 경찰들이 건물 밖으로 순식간에 뛰어나왔다.

       
     
    ▲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이마가 크게 찢어진 노동자(2)
     

    면담을 요청하며 들어가려는 노동자들과 이를 가로막는 경찰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노동자들을 거칠게 밀어붙였고, 집회 참가자들은 하이닉스 앞 도로로 밀려났다. 노동자들이 도로로 흩어지자, 8차선 도로는 완전히 마비됐다.

    방패로 얼굴 정면 공격 병원으로 후송

       
     
    ▲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이마가 크게 찢어진 노동자
     

    노동자들은 다시 면담을 요구하며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더욱 거칠게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대전충북본부 김성봉 조직차장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방패를 휘둘렀고, 김 차장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됐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됐고, 15바늘을 꿰맸다.  순식간에 밀어붙인 경찰의 진압에 10여명의 노동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금속노조 현정호 구미지부장은 경찰 앞에 있다가 갑자기 끌려 들어갔고, 이에 항의하다 집단구타를 당한 후 10여분만에 풀려났다.

       
     
    ▲ 아수라장으로 변한 집회장소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덕기업주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와 준비해온 현수막을 하이닉스 건물 곳곳에 붙였다. 이 포스터에는 하이닉스 우의제 대표이사를 비롯해 KM&I 노철호, 기륭전자 권혁준, 한국철도공사 이철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한 사업주들의 이름과 탄압행위가 빼곡이 적혀있었다.

    금속노조 최용규 사무처장은 "경찰이 점거농성을 이유로 구속시키지는 않겠다고 약속했고, 오늘 투쟁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의 치료비를 대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더욱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 조합원들이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모습
     

    30도를 훨씬 웃도는 불볕더위보다 더 뜨거운 노동자들의 분노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강남 하늘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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