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없어 이사다니는 비율 빈곤층이 2.5배
    By
        2006년 06월 03일 08:4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돈 벌어 어디 다 쓰나 … 1번이 주거비

    주택문제와 교육문제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이지만, 그중에서도 주택문제는 소득이 적은 가난한 빈곤층에게 훨씬 심각한 고통이다.

    최근 5년간 소비지출 비중을 분석한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전체 평균 지출 1위가 주거비(14.8%)로 나타난 가운데, 소득 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빈곤층은 이보다 훨씬 높은 19.7%를 주거비에 쓰고 있다. 상위20% 고소득층은 교육비(13.3%) 지출 비중이 가장 높았고 교통(12.9%), 식료품(12.9%), 외식(12.1%), 주거(10.6%)순으로, 주거비 지출은 다섯 번째로 밀리고 있다.

    1990~1997년 기간의 전체 국민의 평균 소비지출 비중이 식료품(21.3%), 주거(17.2%), 교통(9.5%), 외식(9.3%), 교육(9.3%) 순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2000년 이후 제4차 부동산 투기 국면을 맞아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그만큼 고통이 커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주로 ‘평균치’로 작성되는 일반통계는 우리나라 주거생활이 크게 나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주거지표의 변화를 뜯어보면 주택의 대량공급에 힘입어 주택보급률이 높아졌음은 물론 주거밀도와 주거시설 등 국민의 주거생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 예로 입식부엌, 수세식화장실, 온수 목욕시설이 갖춰진 가구가 1970년에는 열 집 중 한 집이나 두 집 꼴이었지만, 30년 만에 열 집 중 한 두 집을 빼고는 모두 갖추게 되는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 통계는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실제로 국민 주거생활 수준은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으며, 그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현대식 아파트를 많이 지은 데 있다. 1976년부터 2004년까지 29년 동안 공급된 주택 1천19만 채 가운데 아파트는 67.6%인 805만 채, 단독주택은 16.8%인 200만 채, 연립/다세대 주택은 15.6%인 185만 채였다. 새로 지은 집 세 채 중 두 채는 아파트였던 것이다.

    그 결과 1970년 총주택 중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95.3%, 아파트는 0.77%였으나, 30년 뒤인 2000년 단독주택수는 큰 변화가 없었어도 총주택 중 차지하는 비중이 37.13%로 급감한 반면 아파트는 158배로 늘어났고, 비율도 절반에 육박하는 47.73%로 급증하였다.

    또 통계청이 잠정집계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비중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긴 52%로 나타났다. 30여년 만에 아파트가 단독주택을 제치고 한국의 집을 공식대표하면서 ‘성냥갑 일색의 획일화된 주거문화’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거생활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문제는 더 넓고 편리한 집에 살게 되었다는 통계는 전체의 평균치일 뿐, 꼭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산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새로 지은 집의 절반이상을 집을 두 채에서 1,083채까지 소유한 집부자들이 차지하는 바람에 주택보급률이 국민의 절반이 셋방살이하는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처럼, 땅 많고 집 많은 부동산 부유층은 한없이 넓고 한없이 편리한 집에서 살고 땅 없고 집 없는 부동산 빈곤층은 아직도 좁고 불편한 집에서 살고 있는 데도 그 평균값을 표현하는 주거수준 통계에는 이것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단 말이다.

    실제로 다수의 부동산 빈곤층의 삶은 주거수준의 발전을 보여주는 평균치 통계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소득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주거생활에 관한 통계는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살폈듯이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도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는 주거, 교육, 환경, 문화 다양한 영역에서 생활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은 아파트에 저소득층은 일반주택에

    이번 글의 주제인 소득계층별 주거생활 격차에 관한 통계는 주로 국토연구원의 연구 성과에서 볼 수 있다.
    먼저 국토연구원의 2002년 현재 도시거주가구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소득계층별로 주거실태는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교적 최근에 공급돼 편리하고 넓고 새 건물인 아파트에는 고소득층이 주로 살고 있으며, 밑바닥 1~2분위 저소득층은 60% 이상이 다구가주택과 단독주택에 몰려 살고 월세 또는 사글세로 사는 가구 비율이 15~20%에 달한다. 1~2분위 계층의 주거면적은 17평에 미달해 전체 평균의 70% 남짓한 실정이며 1분위 계층이 사는 집은 건축년수가 16.5년으로 전체 평균치 11.2년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소득 1분위의 맨 밑바닥 계층은 낡고 오래된 불량주택에 거주하는 데도 소득대비 주택가격(PIR) 비율이 6.7로 전체 평균보다 2배나 높아 자력으로 주택마련이 거의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가구 중 입식부엌, 수세식화장실, 온수목욕시설을 갖추지 못한 집은 3.3~4.1%에 불과하지만 최저소득층은 14.7~19%로 평균치의 5배 정도가 주거시설이 엉망인 집에서 산다.

       
     

    평균치 통계가 보여주지 못하는 주거현실은 소년소녀가장가구, 노인가구 등 평균치 통계와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지표를 견줘 분석한 <가구유형별 주거실태> 통계를 보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체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19.1평, 1인당 주거면적은 7.3평, 평균 사용방수는 3.4개, 방당 가구원수는 0.98인이지만 소년소녀가장가구와 편부모가구 등 사회적 약자계층은 이에 비해 열악한 집에서 살고 있다. 소년소녀가 가장인 가구의 경우 평균 주거면적은 12.1평, 1인당 주거면적은 6.9평, 평균 사용방수는 2.3개, 방당가구원수는 1.08인으로 주거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전체 가구의 아파트 거주 비율에 비해 노인가구와 1인가구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에 사는 비율이 높은 편이며, 특히 소년소녀가구의 단독․다가구주택 거주 비율은 68.9%에 이르고 있다. 전체 가구중 셋방살이 비중은 43%이지만 소년소녀가장가구는 73.4%, 1인가구는 61.6%로 셋방살이 비율이 매우 높고 편부모가구도 절반이상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전체가구 중 입식부엌, 수세식 화장실, 온수 목욕시설을 갖추지 못한 가구 비율은 각각 6.1%, 13%, 12.6%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소녀가장가구의 24.5%가 입식부엌이 없고 41.6%가 수세식 화장실이 없으며, 37.4%가 온수 목욕시설이 없다. 1인가구와 편부모가구, 노인가구도 전체가구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친다. 6년 전인 2000년 현재 전체가구의 주택경과년수는 13.3년이지만 노인가구는 지은 지 거의 20년이 다 된 집에서 살고 있다.

       
     

    저소득층 사는 집 고소득층 집값의 3분의 1

    이처럼 부동산 소유에서 나타나는 빈부격차는 주거생활의 빈부격차로 연결되고 있다. 부동산이 많으냐 아니면 조금 있거나 아예 없느냐에 따라, 부동산 부유층과 부동산 빈곤층의 삶이 크게 차이 나고, 인생 자체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고 있다.

    주거생활에서 나타나는 빈부격차를 두루두루 측정한 최근의 통계로는 건교부 용역을 받아 국토연구원이 2005년 현재 계층별 주거지표를 분석해 제출한 보고서 『주택수요조사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자체 연구서로 내놓은 『지역간·계층간 주거서비스 격차 완화방안 연구(Ⅰ)』가 있다.

    앞의 ‘부동산과 동네별 생활격차’에서도 살펴봤던 이 연구는 2005년 5월 전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표본조사(11,000개)를 실시한 뒤, 통계청 도시가계연보 근로자 가구소득을 이용해 2005년 2/4분기 현재 10분위(전가구를 최저소득부터 최고소득까지 10%씩 10분위로 구분) 가운데 제1분위~제4분위를 저소득층, 제4분위~제8분위를 중소득층, 제9분위~제10분위를 고소득층으로 구분해 각 계층별로 주거지표를 분석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 달 평균 소득 200만원이 안 되는 저소득층의 주택가격은 9,000만원인 반면, 월평균 소득 496만원이 넘는 고소득층의 주택가격은 2억 6,000만원으로 2.9배에 달한다.

    고소득층의 64.7%가 내집을 갖고 자기집에서 사는 데 비해 저소득층은 자기집 거주비율이 53.3%로 낮고 대신 월세비율이 19.2%로 고소득층의 2.9배에 달한다. 저소득층의 자가비율은 중소득층의 자가비율 50.9%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특히 한달 평균 소득이 46만원에 불과한 극빈층인 제1분위 가구의 자가거주율이 61.1%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 중 극빈층 상당수가 주택가격이 매우 싼 농어촌 지방이나 도심 변두리에서 작고 낡고 좁은 자기 집에 거주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주거비 부담 저소득층은 늘고 고소득층은 줄고

    소득계층별 주거비 부담을 보면 가난한 사람의 주거비 부담이 부유층에 비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해가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2005년 현재 소득과 비교한 주택가격 비율은 저소득층의 경우 7.5배로 고소득층의 4.2배에 비해 매우 높다. 그만큼 저소득층은 자기 소득을 저축해 집을 사기에는 집값이 너무 높고, 거꾸로 높은 집값에 비해 소득이 턱없이 적어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득 중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5년 현재 고소득층은 15.4%이지만 저소득층은 2배 가까운 29.4%로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벌이가 시원찮은 데 소득 중 3분의 1을 뚝 떼서 주거비로 쓰고 있으니, 사회나 국가정책 등 외부의 도움 없이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주거생활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주거비 빈부격차가 해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득층의 경우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은 2001년 18.8%에서 2005년 15.4%로 줄어들었고,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도 4.5에서 4.2로 낮아져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이 4년 만에 21.7%에서 29.4%로 7.7%포인트나 크게 늘었고, 소득대비 주택가격도 6.1배에서 7.5배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또 저소득층은 가구전용주거면적이 작은 주택에 살고 있으나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가 3.0명으로 중소득층 3.8명 고소득층 4.1명에 비해 적어 1인당 주거면적은 다른 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고소득층이 많은 자가는 1인당 8.5평 가구당 24.8평으로 주거밀도가 낮은 반면,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전월세는 주거면적이 낮아 주거밀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고소득층 자가주택에 비해 훨씬 좁은 곳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54.4%가 아파트에 살고 단독주택에는 31.5%가 사는 반면, 저소득층은 59.4%가 단독주택에 살고 있고 아파트 거주가구는 27.6%로 낮게 나타났다.

       
     

       
     

    못사는 사람일수록 낡고 오래된 집에서 산다. 고소득층은 지은 지 10.6년, 중소득층은 11.4년 된 주택에서 사는 데 저소득층은 평균 지은 지 17.7년 된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다. 특히 가장 밑바닥계층인 월 평균소득 46만원인 제1분위 극빈층은 지은 지 25년이 넘은 낡디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용 단독주택, 영업용 건물 내 주택은 각각 지은 지 23.2년, 14.1년, 15.1년인 반면, 중소득층 이상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은 지은 지 9.2년, 4.2년으로 비교적 새집으로 나타났다.

       
     

    가난할수록 낡고 오래된 집에 산다

    집이 얼마나 낡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거생활의 빈부격차는 더 뚜렷하게 보인다.
    전국적으로 주택상태 및 노후도를 조사 분석한 결과 매우불량 또는 불량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평균 17%로 나타난 가운데, 고소득층의 노후도 비율이 10.5%인데 비해 저소득층이 20.9%를 보여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2배로 낡은 집에 살고 있었다.

    소음진동은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내열방화, 건물 기울어짐, 환기채광, 빗물누수, 배선, 습기, 배관, 배선, 화재붕괴 등 전 분야에서 저소득층의 주거생활은 아주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집에서 사는 경우 노후도는 14.7%에 그치고 있지만 저소득층이 주로 해당되는 월세에 사는 사람은 19.7%~30.8%로 평균치인 17% 보다는 높게 나타나 더 낡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고소득층에 비해 시설도 훨씬 뒤떨어진 집에서 살고 있다. 전용입식부엌, 전용수세식화장실, 전용온수목욕시설을 갖춘 전체가구 비율은 1980년 18.2%, 18.4%, 10%에서 2005년 현재 96.6%, 91.4%, 90.7%로 급격히 나아졌다. 그러나 2005년 현재 부엌,화장실,목욕시설을 갖추지 못한 가구가 고소득층은 0.9%, 1.1%, 1.4%인데 반해, 저소득층은 3.2%, 13.8%, 15.1%로 고소득층의 3.6~12.5배에 달했다.

       
     

       
     

    주거환경과 주거만족도 조사에서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빈부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은 지역유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주거환경만족도가 양호한 반면 저소득층은 의료시설, 공원녹지율, 주차시설, 교육환경 등 모든 면에서 주거환경에 대해 불만족도가 높다. 또 자기집에 사는 사람은 만족도가 높은 반면 월세나 전세에 사는 사람의 주거환경만족도는 낮게 나타나고 있다.

       
     

    강제이동비율 저소득층이 2.5배 높아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이사를 자주 다니는 것으로 통계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강제로 이사를 가는 비율이 외국에 비해 매우 높아 주거문제의 심각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강제이동비율’ 통계에서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이사를 자주 다니는 것으로 통계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강제로 이사를 가는 비율이 외국에 비해 매우 높아 주거문제의 심각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강제이동비율’ 통계에서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강제이동비율이란 이사하는 이유를 “주거부담이 비싸서” “임대기간이 만료되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로 선택한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먼저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강제이동비율은 10.3%로 미국(6.1%)과 영국(5.5%)에 비해 1.7~1.9배가량 높다.

       
     

       
     

    우리나라 강제이동비율은 전반적으로 높지만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 저소득충 중에서도 한달 평균소득이 46만원인 극빈층과 월세 사는 사람이 매우 높다. 고소득층의 강제이동비율은 5.5%로 미국(6.1%)보다 낮은 영국(5.5%)과 같은 수치로 매우 양호하다.

    반면 저소득층은 <그림 2-15> 소득계층별 강제이동율(2005)
    13.9%로 고소득층의 2.5배에 달했으며 특히 제1분위(2005년 2/4분기 기준 월평균 소득 46만원)는 무려 22.1%로 고소득층의 4배, 전국 평균의 2.2배에 달했다.

    점유형태별로 강제이동비율은 살피면 자기집에 사는 경우 전체 평균과 비슷한 반면, 월세 사는 빈곤층은 19.5%~23.6%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저소득층 중에서 보증금도 없는 월세방에 사는 가구는 30%에 육박하는 강제노동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소득이 적은 빈곤층과 소득이 많은 부유층간의 주거생활 격차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