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2중대 전략의 동반 패배
        2006년 06월 02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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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90점. 10점을 마저 채워 주지 않은 것은 표를 너무 많이 얻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나 재보선을 싹쓸이 하고는 견제심리에 의해 총선과 대선에서 지곤 하던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민주당은 80점. 호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시장과 서울시 정당득표율에서 민주노동당을 앞지른 것을 지역주의 덕택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은 20점이나 30점. 1980년, 잠실에서 전두환에게 ‘약정 패배’한 민한당의 유치송 이후 한국 민주주의 최고의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서울서 명실상부한 4당

    그러면, 민주노동당은? 60점.
    300명 당선 목표라더니, 800여 명의 출마자 중 81명이 당선되었다. 기초비례제와 중선거구제라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었음에도 지난 지방선거의 20% 당선율에서 10% 당선으로 반토막 난 것을 “81명이 당선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식으로 호도하여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최고위원회를 비롯한 다수 집행부들이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책임론과 거취론이 꼭 나와야된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인식은 예상외로 한가한 것 같다. 

    서울에서는, 정당 지지율에서 언제나 압도하던 민주당에게 시장과 구청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비례대표까지 모두 밀렸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명실상부한 제4당이 되었다. 지난 8년 간 집권했던 울산에서의 패퇴 원인은 단순히 선거운동이 미숙했다거나 후보가 좋지 않았다는 정도를 넘어 민주노동당의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04년 총선 때보다 당 인지도와 지지도가 두세 배나 뛰어오른 상황에서 정당득표율이 12%로 하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먼저 선거 목표와 조직 동원이 적절했는지를 따져 보자. 민주노동당의 당력으로 500명 출마가 적당한지 1,000명 출마가 적당한지를 수치화하여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800여 명이 출마하는 과정을 살펴 보면, 출마자 조직과 목표 설정이 과도하였거나 부실하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애초의 출마자 명단은 802명이었는데 나중에 797명이 출마하게 된 것은 민주노동당 내부의 자기 검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검찰과 선관위에 의해서였다. 기초의원 후보가 돈을 뿌리다 검거된다거나, 인천의 구청장 후보가 열린우리당과의 이중 당적으로 등록이 취소된다거나 하는 일은 한 달 전까지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 추태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전유물이었으니까. 이런 사태는, 민주노동당에게는 민주노동당다운 800명을 만들 능력이 없거나, 적어도 이번의 출마자 조직이 부실하였음을 보여 준다.

    당 활동가들 대부분이 출마자로 직접 뛰다 보니 대부분의 선거가 후보자와 그 배우자만의 외로운 투쟁일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민주노동당의 조직 선거 전통은 개인의 노력과 재기로 대체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이 과도한 목표 설정이 몇몇 간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 전체의 이심전심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점이다. 선거주의와 투기적 작풍을 경계하던 사람들마저 너 나 없이 선거에 뛰어들어, 당 게시판에서는 선거운동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비판적 제언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돈 뿌리는 후보, 이중 당적자 상상도 못했던 일 벌어져

    이번 선거 운동은,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이 치른 일곱 번의 전국선거 중 가장 무기력하고 문란했다. 중앙선본의 책임자들은 전임 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찌해야 하는가를 매번 물으며, "잘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당직선거 당시 공약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폭로했다.

    중앙선본이 만든 로고송은 지역선본들에 의해 거부되었고, 각각의 선본은 생돈을 낭비하며 만든 제각각의 로고송을 틀어 댔다. 서울의 다른 후보들이 주황색을 쓰고 있을 때, 서울시장 선본은 붉은 상징색을 사용했다. 중앙선본이나 광역선본은 전략 제시는커녕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마저 제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국회의원 유세단을 제공한 것으로 자족할지 모르겠지만, 그 효과도 의문스럽다. 아홉 명의 국회의원 중 유권자들이 얼굴을 아는 이는 두세 명에 불과하고, 그들이 지역을 돌아봐야 몇 명이나 만나겠는가? 예전에는 유명한 당내 정치인들을 중앙의 언론전에 이용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다른 당들이 미사일을 쏴대면, 힘없는 민주노동당은 소총이라도 쏴야 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와 국회의원들에게 돌멩이를 쥐어주고 일선으로 내몬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국 정치는 언제나 중앙에서 결정되었지, 일선에서 결판이 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중앙당 제작, 다케시마 동영상 르펜 ‘국민전선’에나 어울리는 것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초기에 ‘민주적 사회주의’를 이야기했다. 문제는 사회주의라는 말 때문에 결과적으로 표가 떨어졌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김종철 선본이 세운 나름의 선거 전략과 이미지 계획에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것이 부합하지 않았고, 서울시민들로 하여금 ‘똑똑한 젊은 후보’ 즉, 특이한 군소 후보로 인식되게 하였다는 점이다.

       
     

    김종철 선본의 초기 선거운동 기조는 당 강령과 정책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이 과중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중앙당의 기조 일탈은 범죄에 가깝다. 돈 깨나 들었을 ‘다케시마 동영상’은 르펜의 국민전선에나 어울릴 뿐더러, 지방선거의 아젠다와는 전혀 소통되지 않는 생뚱맞은 것이었다.

    어느 날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가짜 개혁, 진짜 개혁” 운운하는 구호가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어, 서프라이즈로 잘못 들어간 게 아닌가 싶었다. 민주노동당 강령과 당헌이 언제 ‘개혁’으로 바뀌었던가? “이제 진보정당으로 바꾸자”라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열린우리당과 우리는 원래 한통속이예요”라고 떠들어대는 것에 다름 없다.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은 여당과 한통속이라고 떠드는 것

    투표 전날과 당일,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는 민주노총 주요 간부의 글이 초기 화면으로 떠 있었다. “개혁을 대표했던 정치세력의 몰락으로 피해보는 건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우리 민중입니다. … 만일 개혁과 진보에 대한 염원이 아직도 가슴에 충만하다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투표를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을 비롯한 범진보개혁진영에 표를 찍어야 합니다. 범진보개혁+민주대연합 세력으로서 표를 찍어야 합니다.”

    진성당원에서도, 당 민주주의에서도 한국 최초를 이룬 민주노동당은 이제 다른 당을 찍으라는 투표 지침을 내린 헌정사 유일 정당의 반열에 올라섰다.

    신라면 봉지에 안 팔리는 라면을 넣어 팔면 신선하다는 평을 받나? 그건 불량품이다. 지지자들을 배신한 노무현이 몰락한 것처럼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개혁’과 자신을 동일시한 민주노동당이 선거에 동반 패배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한국 또는 민주노동당에서 개량이나 수정의 위험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서구적 사민주의에서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토착 자유주의 세력과의 근친성 그리고 그에 대한 종속성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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