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독자세력화 뭘 노리나?
    2006년 06월 02일 03:13 오후

Print Friendly

고건 전 총리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그는 1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월 중 사회 각 분야의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운동 성격의 연대모임을 결성하겠다"고 했다.

이 모임의 성격에 대해 그는 "정당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여지를 뒀다. 그의 한 측근은 "전문가들 중심으로 구성되겠지만 현직 정치인들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고 했다.

고 전 총리의 독자 행보는 이미 예견된 바다. 중요한 건 발표의 시점이다. 다소 전격적인 느낌이 있다. 여당의 공황상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난파했다고 보고 이 참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선 여당 의원들이 일거에 고 전 총리쪽으로 쏠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 장영달 의원은 "지금 이탈하는 것은 누가 봐도 기회주의적"이라며 "이탈이 곧 자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목희 의원은 "당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이탈자가 나오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문학진 의원은 "지금은 당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의원은 "단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우원식 의원은 "장차 함께 할 사람들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며 "반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여당의 새 지도부가 얼마나 지도력을 발휘하느냐다.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에도 현재의 지도력 공백과 분란이 이어질 경우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따리를 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전 총리를 중심에 놓을 때 향후 정계개편의 방향은 대략 네 가지로 정리된다. 고 전 총리의 독자적인 세력 구축은 이 가운데 어떤 선택항을 취하느냐와 관계 없는 필요조건이다. 물론 실제 세력이 구축되는 정도에 따라 고 전 총리의 선택지는 달라질 수 있다.

먼저 고 전 총리가 대권주자로 합의 추대되는 것을 전제로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방법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고 전 총리의 영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특정 정당과의 연대보다는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중도 실용주의 개혁을 같이 할 사람은 누구와도 연대하고 협력할 생각"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기존 정당의 헤쳐모여를 통해 통합신당을 만들고 고 전 총리를 간판으로 세우는 방법이 있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론’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세력도 포함될 수 있다. 고 전 총리는 "한나라당 안에도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깨끗하고 개혁적인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과 같이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저마다 독자 후보를 내세우고 고 전 총리도 독자 신당을 만들어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다자경쟁 구도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 전 총리, 어느 한 곳에 일방적으로 힘이 몰리지 않고 있는 현재 구도상 이렇게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통합 논의는 곧 후보단일화 논의가 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이런 방식으로 통합을 했다.

당시 정몽준 후보는 국민신당을 만든 바 있다. 고 전 총리가 이런 종류의 독자신당을 만들 경우 ‘국민연대’가 모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일부 세력이 합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고 전 총리가 1일 ‘국민연대’가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영달 의원은 "향후 통합 논의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의 형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대권 후보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보수대연합론이다. 일부 보수논객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 소장파인 임태희 의원은 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건 전 총리가 한나라당과 노선에 있어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며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대권 경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의 전제는 여야 정당이 공히 고 전 총리를 원한다는 사실에 있다. 스스로를 민주개혁세력이라 자임하는 여당도, 여당에 의해 수구냉전세력이라 불리는 한나라당도 고 전 총리를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이다. 민주당은 말 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종종 ‘아무 것’도 아닐 때가 있다. 고 전 총리의 넓은 보폭이 자신에게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