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이 민주주의의 아버지”
    이순자 망언에 정치권 격앙···자유당만 침묵
    정의당 “전 씨는 광주를 생지옥으로 만든 학살자”
        2019년 01월 02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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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광주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민주주의 아버지는 우리 남편”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망언’, ‘민주주의에 대한 농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순자 씨는 지난 1일 인터넷 보수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5년제) 단임을 이뤄서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하지 않느냐”며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출근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거짓이라고 써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오는 7월 광주지법에서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고령으로 광주까지 가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광주에서는 공평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광주 법원에 재판관할 이전 신청을 냈으나 최종 기각된 바 있다.

    이 씨는 전 전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 말했다.

    이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체를 폄훼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재판관한테 편지(불출석 사유서)도 썼는데 재판장도 어떤 압력을 받고 있으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본다. 광주 5·18단체도 이미 얻을 거 다 얻었는데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씨는 <전두환 회고록> 출판금지 처분을 ‘민주화정신의 훼손’이라고도 했다. 이 씨는 “전직 대통령 회고록이 출판금지 당하고 형사소추를 당했다는 사례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민주화를 표방하는 5·18 단체들은 자신들과 다른 입장,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한 스스로 민주화의 정신을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좀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만 침묵, 모든 정당들 격앙과 비판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순자 씨의 발언에 대해 “실성에 가까운 망언”이라고 규정하며 “인간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같은 발언을 해서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일 수도 없다”고 개탄했다.

    설 최고위원은 “저는 80년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죽음의 고통을 당하는 고문을 당했다. 감옥에 있으면서 숱한 저주의 나날을 보냈지만, 그것이 결국 나 자신에게 해롭다는 것을 알고 용서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 용서가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때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다. 많은 국민들이 용서했던 그 사실에 대해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이지만 해괴망측한 이런 발언들이 여과 없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것이 대단히 유감”이라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으로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갔고, 유가족들은 수십년의 세월동안 그리고 지금도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역사의 단죄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당사자가 감히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실성에 가까운 발언을 내뱉은 사실에 광주항쟁의 원혼들을 대신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경거망동 말라. 국민이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마저 농락하지 말라”면서 “5.18 범죄자들과 그 비호세력의 세 치 혀에서 나온 말들은 피해자들에게는 또다시 그해 오월의 총칼이 되어 상처를 할퀴고 있다”고 질타했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고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다”며 “온갖 위헌·불법적 만행도 알츠하이머 투병 탓에 깨끗이 잊고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주장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강상태를 앞세워 재판과 증언을 피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꾸고 기대하는 국민 앞에 함부로 민주주의 운운하지 말라”며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더 이상의 허위증언은 그만하라”고 덧붙였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전두환이 민주주의 아버지라니 신년 벽두에 이 무슨 망언이냐”며 “해외토픽에 나올 일”이자 “용납할 수 없는 작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5.18과 한국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자기 최면도 이만하면 병”이라며 “전 씨는 광주를 생지옥으로 만든 학살자”라고 맞섰다.

    정 대변인은 “전 씨가 잔꾀로 재판에 불출석하며 정상적인 재판 진행을 막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민주화의 아버지가 웃고 갈 행태다. 이토록 국민을 우롱하니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법정에 전 씨를 세워야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전 씨 부부가 민주주의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다. 권력을 잡고자 불법적으로 계엄군을 동원해 수많은 시민을 학살한 그 수준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그대로다.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며 “전 씨 부부는 그 입 다물고 더 이상의 망발을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두환은 민주주의 아버지’라는 이 씨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각종 법안을 애써 외면하는 자유한국당에게도 묻는다. 이순자 씨 말에 동조하느냐”며 “자유한국당도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5.18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진상규명작업이 절실해졌다”며 “자유한국당은 5.18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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