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비핵화는 불변한 입장·의지”
    트럼프 “김 위원장과의 만남 고대”
    정세현 "새로운 길, 중·러 끌어들이는 다자협상 의미"
        2019년 01월 02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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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은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한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한의 그간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를 다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며 “(이에 대해)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에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조미 두 나라 사이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면서 “(북미가 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정착점에 가 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 모색”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모습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의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 미국에 합의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을 다자체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북관계에 대해선 김 위원장은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북남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두고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긍정 평가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오후 트위터에 “나 또한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아주 잘 인식하고 있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CNA) 소속 켄 가우스 박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이번 연설은 미국 쪽으로 공을 넘기기 위한 차원으로, 북한의 양보는 끝났다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지를 보기 위해선 백악관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북미협상 전개와 관련해 “비핵화는 주고받기(give and take)의 상호 과정 속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화해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으나 아주 날카로운 가시도 함께 내밀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외교적 교착의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고 (협상에) 무거운 조건을 부과하며 ‘새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국내 정치권에서도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은 없었다”며 “마치 대단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현재 핵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의 제재 해제와 같은 선제적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심지어 ‘제재가 지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협박성 엄포까지 내놓았다”면서 “이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 의사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수용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일축하며 “자칫 국제제재 위반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오히려 우리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요구에 응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 미국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의 틀을 확대하자는 제안적 의미라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세현 “핵 다시 개발하는 건, 새로운 길 아닌 옛날 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 보수언론에서도 ‘새로운 길’을 ‘다시 핵 개발로 돌아가겠다’는 협박이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고 싶어 한다.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도 비슷하게 해석을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핵을 다시 개발하는 건 (북한에) 새로운 길이 아니다. 옛날 길”라고 단언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또한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미국이 경제제재 완화 등의 약속을 지켜줘야 한다는 경고로 생각을 하면 됐지, 그렇게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보수단체마저도 그 내용에 가시가 있지만 올리브 가지를 보낸 건 사실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북미 협상에 미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방식의 다자 협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 ‘정전협정 당사자’라는 표현을 빌려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해 들어오는데 이러려면 차라리 북한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끌어 들여서 ‘제재 해제 문제 관련해서 미국을 계속 설득할 수 있는 힘도 있고 의지도 있는 나라들과 같이 대응을 하겠다’, ‘외교적으로 조금 판을 키우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데도 다자협상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이건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제안”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는 “지난 6월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세 가지를 합의를 했다”며 “그런데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지, 협상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논의를 못하고 해를 넘겼다. (다자협상 제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놓은 것이다. 최소한 4국(미국, 북한, 한국, 중국)이 하자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4자 협상 제안이 ‘새로운 길’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판단이다.

    정 전 장관은 거듭해서 “미국이 오해하지 말아야 되는 것이 새로운 길은 절대로 핵을 다시 개발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길은 이미 떠난 길이고 못 돌아가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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