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산업의 진보:
    테슬라 모델3의 대량생산
    [경제산책] 머스크, 혁신가? 사기꾼?
        2019년 01월 02일 11: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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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의 상징인 CEO 엘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한편으로 머스크는 혁신의 상징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 머스크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머스크는 전자상거래 업체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CEO였고, 전기자동차 전문메이커 테슬라의 투자자이자 공동창업자였으며, 민간 우주로켓 개발업체인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머스크는 사기꾼으로 간주된다. 공상과학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말들을 통해 투자자금을 모았기 때문이다.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진공관 튜브 속을 비행기보다 빨리 달리는 하이퍼루프를 만들겠다는 것, 테슬라의 적자가 계속되는 것에 대한 압박에 맞서 테슬라 상장 폐지를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등등 처음 듣기에 황당한 말들을 많이 했다.

    물론 머스크가 한 황당한 말들 중 일부는 현실화되고 있다.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민간우주로켓 발사에 성공했고, 자동차를 시속 200km로 운반하기 위한 지하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테슬라 상장 폐지를 위한 자금줄이 될 것으로 여겼던 아라비아 국부펀드는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사인 루시드모터스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결국 테슬라 상장 폐지는 허풍으로 끝났다.

    머스크는 혁신가인가? 사기꾼인가?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모델3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현재 시점에서 보면 그는 대단한 혁신가다. 테슬라의 모델3 대량생산 성공은 전기자동차 생산 역사상 일대 전환점이 될 진보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모델3의 대량생산 성공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다들 알다시피 현재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커들은 내연기관 강자들이다. 폴크스바겐, 토요타, GM, 포드, 현대기아차 등 쟁쟁한 내연기관 메이커들이 지배하는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8년 출시된 로드스터는 항속거리 399km, 248마력 모터, 제로백 3.9초의 탁월한 가속력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가격이 12만 달러나 되는 고가였기 때문에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극소수 부자들에게 보급된 후 단종되었다.

    2012년 출시된 모델S 역시 컨슈머리포츠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가장 안전한 차로 평가받아 단숨에 미국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가격이 1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였기 때문에 기껏해야 1년에 5만 대 가량이 판매될 뿐이었다.

    고가의 럭셔리 전기차를 팔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테슬라는 200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해가 없다. 차량 자체의 생산원가가 크고, 대량생산 경험이 없었으며, 대량생산 후속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테슬라는 늘 적자에 시달렸다.

    주요 메이커들은 테슬라가 적자에 시달리다 곧 사라질 거라 생각했고, 사라지기를 희망했다. 희망대로 되지 않더라도 대량생산 모델이 없었던 탓에 내연기관 주요 메이커에게 테슬라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주요 메이커에게 테슬라는 연 10만대에 불과한 주변부의 아주 작은 틈새시장의 강자일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 굳이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

    물론 럭셔리 전기차를 먼저 만든 것은 머스크의 2006년 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는 “스포츠카를 만든다. 스포츠카를 팔아 번 돈으로 양산형 차를 만든다. 양산형 차를 팔아 만든 돈으로 더 저렴한 차를 만든다.”는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다. 이 계획에 따라 테슬라는 2017년 비로소 양산형 전기차 모델3를 출시했다. 머스크는 제로백 5초인 고성능 전기차 모델3를 3만5천 달러에 대량공급하여 본격적으로 돈을 벌 계획이었다.

    모델3는 출시되자마자 1,000달러의 예약금을 받으면서도 무려 40만대에 달하는 예약을 받았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성공을 낙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한편으로 10만 달러나 되는 고가의 전기차를 생산하면서도 한 번도 돈을 벌지 못했는데, 겨우 3만5천 달러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비관론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대량생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제때에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고, 생산이 지연될수록 실망한 예약고객이 이탈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테슬라는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초기에 모델3를 하루 평균 3대밖에 생산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으면서 직원을 줄여야 했다. 그렇지만 2018년 3분기 마지막 주에 주당 5,300대의 모델3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모델3 대량생산이 성공하면서 테슬라는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여 순이익 3억1,150만 달러(3,547억원)를 기록했고, 주당 생산능력도 6,000대까지 확보했다.

    테슬라가 대량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내연기관 메이커는 더 이상 전기차 생산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대량생산된 모델3가 BMW 3, Mercedes C클래스 등 프리미엄 중형세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모델3의 후속작 모델Y를 2020년에 출시하여 년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인데, 만약 내연기관 메이커가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경우 더 많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대체될 것이다.

    정리하면 모델3의 대량생산 성공은 내연기관 메이커가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될 수 있는데, 그동안 내연기관 메이커는 전기차 생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기술기반이 전혀 다른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환경규제를 맞추는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임하면 될 뿐이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 태도를 유지할 경우 내연기관 시장마저 잠식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 시장 1위 폴크스바겐이 5년 이내에 테슬라를 넘어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 생산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인 엔론 머스크를 지나치게 칭송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 환경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동한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강력한 온실가스 환경규제에 반대하는 나라들이 주로 내연기관 메이커 강자들을 보유하거나 석유 생산에 이해관계를 지닌 국가이고, 미국이 그런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지연되고 있었다.

    관건은 내연기관 메이커가 자발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여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참여토록 해야 하는데, 머스크가 그 역사적 임무를 대행한 것이다. 물론 머스크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환경분야에서 중요한 진보가 이루어졌다. 현대기아차만 하더라도 테슬라의 대량생산 전기차에 대항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나설 것이다. 그럴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 것이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차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슈퍼차저와 같은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어 나간다면 온실가스 배출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엘론 머스크는 혁신가로 간주될 자격이 있다.

    필자소개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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