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부 교체까지 하고 혁신못해 실패"
        2006년 06월 01일 07: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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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 기사는 당초 "진보개혁 대표교체론 잘못됐다"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이 인터뷰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중요한 부분은 ‘진보개혁 대표교체론’이란 컨셉 자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중앙당 수준에서 선거의 주요 컨셉을 준비하지 못하고 선거운동이 시작된 점과 ‘대표 교체론’ 역시 사전에 충분하게 기획되거나 준비됐던 내용이 아니었다는 점에 대한 비판적 평가였다는 점을 밝혀드립니다. <편집자 주>

    5.31 지방선거가 끝났다. 민주노동당은 정당득표율 12.1% 획득, 광역·기초의원 81명 당선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민주노동당 6개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노동당에서 가장 바빴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던 노회찬 의원으로부터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기초의회 진출 활성화, 정당 득표율 15%, 울산 수성 모두 실패

    -민주노동당의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국 기초의회 진출 활성화, 정당 득표율 15% 이상 획득, 울산 수성이 민주노동당의 이번 지방선거 목표였다. 거꾸로 울산 동구, 북구부터 말하자면 울산 수성은 실패한 것이다. 수성이 어려운 것이라 해도 그간 민주노동당과 노동운동에 대한 심판이라고 본다.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반성할 게 있다.

    정당 득표율 15%도 달성 못했다. 위기라고 해서 지도부까지 교체해놓고 혁신은 하지 못한 채 선거에 투입됐다. 대중들에게 새로운 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8%로 지지율 떨어진 것과 같은 이유다. 지지율이 8% 이하로 내려간다고 이야기했고 실제 내려갔고 선거에 따른 관심사로 10%대로 올라갔고 그 정도였다. 평소 실력만 나온 거다. 플러스 알파를 못해냈다.

    마지막으로 기초의원 66명 당선은 4년 전에 비해서는 분명 진전한 거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제자리걸음으로 보일 수 있다. 아쉽게 떨어진 기초의원이 많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되고 영남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했다. 서울에서도 위기의식에 따른 호남의 재결집이 민주당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 민주노동당이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 패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컨셉부터 애매한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은 한나라당 강세와 열린우리당 참패의 중간 결과에 의지한 이슈였다. 처음부터 나온 것도 아니었고 선거 전반을 관통하지도 못했다. 과거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 복지를’ 같은 새로운 게 없었다는 게 지역에서 만난 후보들의 이야기였다.

    대표교체론 처음부터 나온 것도 선거 전반 관통한 것도 아니다

    기존 지지율을 높이지 못했다. 선거 치르는 과정에서 업그레이드 돼야 하는데 평소 실력만 나왔다. 선거 전략은 지금 당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현실 문제에 새로운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다. 뭘 고쳐야 하는지, 뭘 바꿔야 하는지 좋은 교훈을 준다.

    민심 왜 화가 났느냐 보면 양극화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양극화 해결사라고 말하는데 왜 표를 못 받았나는 전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힘 빠질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을 양극화 해결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수정당이고 힘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당의 책임이 크다. 이대로 가면 이후 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추이와 같이 움직일 수 있다. 동반 하락할 수 있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구청장 잘했다 잘못했다 차원이 아니다.

    – 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지역의 선거운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은 과거에 비해 후보가 많이 나왔다. 지역운동 차원에서 보자면 후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발전이다. 그만큼 성장했다. 

    다만 선거운동 과정에 드러나는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당원 중심 당이라고 하는데 당원은 경선만 참여하고 선거운동은 가족 선거운동이다. 당원들이 당비만 내고 선거운동에는 결합하지 않는다. 일반 유권자와 다르지 않다. 창당 초기 당원들의 참여가 소극적이라고 했던 지적과 같은 문제다. 다른 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고민이다. 어쨌든 일선 보병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다. 그 사람들이 힘이 되어서 전국 정당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뛴 일선 보병 덕분에 전국정당 이룰 수 있을 것

    – 이번 지방선거가 주는 의미가 있다면.

    =지역운동 없이 민주노동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선거운동기간에 열심히 했다고 당선되지 않는다. 평소 뿌린 씨앗만큼 인정받고 당선된다. 파종도 안하고 어떻게 추수를 하나. 선거 시기 파종은 이미 늦었다. 최소한 1년 이상은 해야 한다. 준비돼 있다, 실력 있다고 주장한다고 우리나라 똑똑한 유권자들이 선거운동 기간만 보고 표를 주지는 않는다.

    재미난 통계를 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리 같은 번호를 찍은 사람은 43% 뿐이라는 것이다. 지그재그로 찍은 사람들은 52%였다.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유권자들이 문제 하나하나마다 고민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콩나물은 이마트에서 사고 배추는 재래시장에서 사고 한다는 거다. 정말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또한 당 간판 하나만 믿고 나가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후보는 후보대로, 지역사업은 지역사업대로 열심히 펼쳐내야 한다. 준엄한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당 간판만으로 나가면 안된다는 것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에만 해당되는 교훈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에도 해당되는 교훈이다.

    지역운동 없이 민주노동당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광역단체장 선거는 어차피 정치다. 강금실, 오세훈이 서울에서 뭘 했나. 결국 정치 게임이다. 김종철 후보는 선거기간 당이 결정한 우리 후보다. 인물도 알려내고 구도를 잡아서 당원들이 열심히 했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내가 감옥에 있다 나오니까 민중당 해체해야 한다고 하더라. 이번 선거 결과가 나쁘지만 진보정당 가망 없다, 해체해야 한다는 말은 안 나온다.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적이다. 나는 당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 민주노동당 혁신을 못했다고 했는데 무엇을 말하나.

    =민주노동당 정체성 이외에는 다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신성불가침이 없다. 민주노동당이 보수적, 봉건적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 이런 것을 우리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운동방식 등 여러 가지 낡은 습관, 관습을 다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 뼈를 깎지 않고 거듭날 수 없다.

    수술을 하지 않고 반창고만 붙일 수는 없다. 책임 공방은 의미 없다. 반성의 좋은 교과서가 된다면 국민들이 보기에 민노당이 패배한 선거로까지 비칠 수 있지만 이번 선거는 의미 있다.

    민주노동당 보수적, 봉건적인 점이 있다

    – 당초 15% 지지율 획득으로 대선 향한 국면에 제3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노동당의 향후 정국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선을 개입시켜서 자꾸 향후 정국을 이야기하는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본다. 출마 선언을 언제할 거냐는 질문까지 받았는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에는 ‘전략적 조정기’가 왔다. 누가 대선 나가나, 안 나가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정당이 서민의 고통을 인식하느냐, 그에 답변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냥 인물론으로 다가가서 A냐, B냐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과제이고 남의 당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순리대로 해야 한다. 민중이 무엇을 요구하나,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고 나중에 인물을 이야기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장 동력과 전략의 부재로 플러스 알파를 못 올렸다. 있는 지지층만 확인한 것이다. 내년 대선은 기회다. 민주노동당은 선거를 징검다리로 커왔다. 개구리도 도약할 때 한 번 움츠린다. 전략적 조정기를 거쳐 쟁점, 전략 노선에 대한 재점화를 해야 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하반기에 확실히 해서 내년 대선 득표 준비를 하면 된다. 내부 정파간 싸움만 격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전략적 조정기, 정파싸움 격화만 안되면 시간은 충분하다 

    –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참패가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을 늦출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맞다. 그렇게 예측했고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은 지도력 부재로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우려하는 바는 열린우리당이 이를 극복하는 정도를 걷지 않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반성한다면 지역주의, 정계개편, 대선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 성난 민심을 어루만지려면 신자유주의 노선을 반성하고 한미FTA를 포기해야 한다. 비정규직 법안도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한다.

    –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분리된 개혁 분파와 민주노동당이 같이 갈 수 있냐는 질문에 ‘민주노동당 문은 열려있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2가지다. 대선 후보 구도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열린우리당 일부 세력이 떨어져 나오지 않을 것이다. 또 민주노동당은 정계개편 대상도 아니고 정계개편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철학에 동의해서 늦게라도 온다면 거부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일부 세력은 신자유주의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정으로 반대한다면 헤게모니 문제를 떠나서 민주노동당에 들어와야 한다. 반신자유주의의 진지가 민주노동당이기 때문이다. 그 세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혼자 가는 세력이 아니다.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고 있고 열명의 한걸음이 더 중요하다.

    대선 준비, 혁신노선 정립 후보는 그 다음 문제

    –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대권 후보군을 조기 가시화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향후 대선까지 민주노동당 준비과정이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조기 가시화 하려고 했으면 지방선거 선대위 꾸리기 전부터 조기 가시화 했어야 했다. 그걸 반대한 사람들이 조기 가시화를 말하고 있다. 후보가 누가 되느냐 보다 노선이 먼저다. 선(先) 혁신노선 정립, 후(後) 후보다. 상황을 돌파할 노선 정립, 그걸 보다 잘 구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

    대권 후보의 조기가시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5일장을 돌면서 물건을 파는데 2년 전, 4년 전 같은 물건을 팔 수는 없다. 유권자들이 새롭게 관심가질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당명 말고 제시한 게 뭐냐

    또한 민주노동당이 다른 당을 닮아가서는 생존할 수 없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은 자기당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미지로 각각 오세훈, 강금실 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정면 승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기본 노선만 있지 아무것도 없다.

    당명 말고 뭘 제시했느냐는 반성을 근본적으로 전제하면서 대권 후보 조기 가시화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방안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민주노동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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