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당을 통해 조직을 정비하는 등 의욕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든 ‘희망사회당’과 무소속 연대의 형태로 풀푸리 초록정치의 확산에 도전했던 ‘5.31공동행동’의 실험은 어떤 성과를 맺었을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531공동행동 후보 2명만이 당선됐을 뿐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실험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희망사회당 당선자 없어
지난 4월 재창당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사회당에서 이름을 바꾼 희망사회당(대표 신석준)은 서울과 인천, 경기, 광주 4곳의 광역의회 비례대표에 명부를 제출했다. 이중 광주에서는 4,469표로 1%를, 인천에서는 7,256표로 0.9%를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는 이보다 적은 득표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9.642표로 0.2%를, 경기는 23,231표로 0.6%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02년 사회당은 16개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에 모두 출마해 전국 평균 1.6%를 기록했었다. 비록 선거 직전 재창당 과정을 거쳐 준비기간이 짧았고, 조직력이 많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결과를 보여줬다. 참고로 2002년 서울시장에 출마한 사회당 원용수 후보는 12,895표(0.5%)를 기록했었다.
지역구 광역의원에 도전한 후보들의 성적은 정당득표보다 높았다. 당선권에는 다가가지 못했지만 대구시의회에 도전한 오동석 후보는 1,802표(4.5%)를 얻었고, 충북 청주시에 출마한 이미연 후보는 2,327표(8%)를 얻었다. 특히 이미연 후보는 국민중심당 후보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두 후보는 모두 장애인 후보다.
서울시의원에 도전한 또 다른 장애인 출마자인 박정혁 후보는 1,293표(3.7%)로 4위를 기록했다. 울산시당 사무국장 출신인 엄균용 후보는 울산 남구에서 시의원에 도전 617표(2.4%)를 받았다.
광주, 청주, 원주에서 기초의회에 나선 4명의 후보들은 1~3%를 얻어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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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등록 과정에서 중증장애인의 선거운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현행 선거법에 대해 선관위에 항의하고 있는 희망사회당의 박정혁 후보와 당원들 | ||
장애인 후보단 당선보다 귀중한 성과 얻어
수치만 놓고 본다면 4년 전의 성과에 비해 훨씬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당시 사회당이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집중하고 지역출마를 자제하는 선거전략을 취했던 것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는 적은 수지만 지역구에 직접 출마해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차이가 있다. 또 광역의회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들의 득표율은 장애인이 대다수라는 핸디캡을 감안 할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특히 장애인 후보단에 집중했던 사회당의 이번 선거운동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중증장애인후보의 활동보조인을 합법적인 선거운동원으로 인정한다는 유권해석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기존의 선거법 해석은 후보 본인과 배우자만이 명함을 돌릴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중증장애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회당의 장애인 후보들은 출마를 통해 현행 선거법이 얼마나 차별적이며 비현실적인가를 증명하면서 중앙선관위가 이후 관련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이끌어낸 것은 선거를 통한 당선에 버금가는 성과로 평가된다.
높은 벽 확인한 풀뿌리 자치운동
녹색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는 초록정치연대를 주축으로 지역의 풀뿌리녹색자치운동 단체들이 결합한 531공동행동은 모두 21명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2명만이 당선됐다. 희망사회당과 달리 531공동행동에는 다수의 현역의원들이 포함돼 있어 기대를 모았지만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이 허용된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출마의 한계를 확인했다.
현직 도봉구 구의원으로 서울시의회에 도전한 김낙준 후보는 3,290표(10.8%)를 얻었고, 양천구에서 시의회에 출마한 이한순 후보는 4,247표(8.5%)를 얻었다. 두 후보 모두 3위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기초 의회의 경우 2회 연속 관악구 구의원을 지냈고 녹색의정활동으로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유정희 의원이 2,927표(12.5%)로 4위에 그치면서 낙선했다. 다른 현직의원들인 추경숙 도봉구 의원, 이현주 양천구 의원은 각 14%의 득표로 낙선했다. 도봉구의회에 도전한 이창림 후보는 2,705표(7.5%)로 4위에 그치면서 아깝게 탈락했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풀뿌리 녹색운동의 모범으로 꼽혔던 고양지역에서도 당선자가 나오지 못했다. 고양시의회에 도전한 강영모, 김달수 두 명의 현직 의원 모두 4위에 그치면서 고배를 마셨다.
현역 녹색의원들 대거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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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공동행동 후보자로 춘천시의원에 재선된 이재수 후보 | ||
충북 옥천군에만 존재하는 초미니 지역정당인 풀뿌리옥천당의 이진영 대변인은 1,124표(6.2%)를 얻어 7위를 기록했다. 대전 서구에서 출마한 현역 의원도 낙선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선한 가운데 강원 춘천시의원 재선에 도전한 이재수 후보가 무소속의 어려움을 닫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재수 당선자는 3,467표(20.9%)를 얻어 정당 공천자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또 과천에서 출마한 서형원 초록정치연대 정책위원은 2,465표(18.0%)로 2위를 차지했다.
531공동행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초록정치연대는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지역밀착형 자치운동에 기반한 녹색정당 건설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531공동행동과는 별도로 환경운동연합의 추천을 받아 출마한 5명의 녹색후보 중에서 목포시의회에 출마한 배종범 후보와 강성휘 후보가 당선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직 목포시의원으로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특히 강성휘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목포에서 2,922표(34.5%)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1위(가선거구)를 기록했다. 배종범 후보도 라선거구에서 민주당 중복 출마자를 누르고 2위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두명의 당선자는 민중운동 출신으로 5월 10일 박기철 민주노동당 목포시장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하는 등 이후 민주노동당과의 의정연대가 기대되고 있다.
희망사회당 출마자 득표 결과 |
▲광역의회 ▲기초의회 |
531공동행동 출마자 득표결과 |
광역의원 기초의원 ▲경기도 ▲대전 ▲충북 ▲강원도 ▲경남 ▲전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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