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좌파에게 배워야할 '거대한 소수' 전략
    2006년 06월 01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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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으로 시작하는 이 책(김현우 옮김, 이매진 펴냄)은 스코틀랜드사회주의당(SSP)을 만든 두 명의 저명한 활동가, 토미 셰리단과 앨런 맥쿰즈가 상상한 ‘21세기 사회주의의 비전’이다.

   
 

하필이면 영국의 변방 스코틀랜드에, 거기서도 스코틀랜드의회에 의원을 고작 6명밖에 배출하지 못한 소수정당에, 언뜻 보면 꽉 막힌 극좌파로도 보일지 모를 이들의 책이 번역된 의미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역사의 천사’의 날개를 타고-스코틀랜드사회주의당」(장석준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SSP는 지금 스코틀랜드뿐 아니라 영국의 좌파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정치세력이다. 그저 왜소한 지역정당이나 구세대 좌파라고 보면 오산이다. 이 책에 나와 있듯이 셰리단과 맥쿰즈는 스코틀랜드의 정치, 사회 상황부터 국제금융, 핵무장, 대의기구, 사회복지, 여성과 소수자, 환경적 가치, 문화다양성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사회주의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사회주의당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토니 블레어가 노동당을 ‘신노동당’으로 개조하기 시작할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블레어를 비롯한 우파 지도부는 1994년 국 · 공유화를 명시한 당헌 제4조를 철폐했고 이로 인해 노동당 내 많은 좌파 그룹들이 노동당을 떠나게 된다.

이때 탈당한 밀리턴트(Militant) 그룹의 주도로 광범위한 좌파그룹들이 모여 결성한 조직이 스코틀랜드사회주의연합(SSA)이다. SSA는 1998년 SSP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이듬해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토미 셰리단은 글래스고우에서 비례대표 21.5% 지지를 얻어 스코틀랜드의 역사적인 첫 자치의회에 사회주의자로 입성했다. 2003년 선거에서는 셰리단을 비롯해 6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이해 선거 직후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좌파 정치인 중 한 명인 셰리단은 갑작스럽게 당수직을 사임했다. 개인적인 이유를 댔지만 그의 사임에는 SSP가 자신의 ‘원맨밴드’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뜻도 담겨있었다.

SSP에서 눈여겨 볼 지점은 ‘거대한 소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정당의 정치노선이다. 의원 개인의 역량이나 활동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두세 반대운동이나 군사기지 반대운동에서 보여주었듯이 의제를 선점하고 광범위한 대중운동을 조직해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노동당도 2004년 10명의 의원을 배출하면서 ‘거대한 소수’를 표방했다. 그 전략이 과연 성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책을 ‘참고서’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책을 쓴 셰리단은 정열적인 연설가이고 맥쿰즈는 영국 최고의 사회주의 신문으로 평가받는 <스코틀랜드 소셜리스트 보이스>의 편집자이다. 학자들이 쓴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셰리단은 서문에서 이 책의 의도가 “사회주의를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주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데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부록으로 실린 1999년 선거 당시 SSP의 선거강령 <스코틀랜드사회주의당의 ‘사회주의를 향한 백가지 길’>를 접해볼 수도 있다. 첫 선거에 임하는 SSP의 포부와 자신감이 듬뿍 느껴지는 선거강령에는 정책뿐 아니라 SSP의 모든 의원들이 “자신들을 뽑아 준 사람들의 진정한 대표로 확실히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스코틀랜드 숙련 노동자의 평균 임금만으로 살 것”과 “일자리와 생활수준을 방어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시설물, 환경을 방어하고자 하는 지역사회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를 할 것” 등을 약속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행동기준도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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