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수두룩
    By tathata
        2006년 06월 01일 07: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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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사업체에 적용되는 사례는 여전히 드물며,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상승을 막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택시운수 노동자들 근로조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오는 6월말로 예정된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위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당 최저임금 3,100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173만명(11.6%)으로,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효과를 보는 노동자는 52만명(3.5%), 최저임금 적용제외자이거나 탈법으로 인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는 121만명(8.1%)로 추정됐다.

    민주노총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통계청의 8월 발표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함이 확인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이 밝힌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의 사례를 정리했다.

    청소용역업체 최저임금 위반 구태 여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87만8,700원 ▲임금인
     하 없는 주40시간제 도입 ▲택시운수노동자 최저
     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청소, 경비 등 시설종합관리 인력공급업체인 P관리. 이 회사가 경기도 광주역에 청소업무로 배치한 노동자 9명은 평균 연령 60대의 고령노동자들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인상된 최저임금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이 회사 소속 최 아무개씨는 2005년 8월에 66만5,260원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른 이후에도 임금수준은 달라지지 않아 지난 3월에는 67만8,460원을 받았다. 2005년 법정 최저임금은 주 44시간 근로기준으로 70만600원이다.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노동자가 60대 이상의 고령으로 최저임금의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회사가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 실태조사를 벌인 정경은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이유로 회사 측은 임금명세서를 늦게 주거나, 임금지급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시간 회사에 묶어놓고 7시간 임금 지급

    고려대 안산병원과 청소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 S실업. 고대 안산병원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는 모두 53명으로, 평균 연령 62.5세의 고령노동자들이다. 이들의 근로계약기간은 1년이며, 원청회사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하면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근로계약도 자동 종료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하루 7시간을 일하는 ‘주 40시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들의 출퇴근 시간은 주간조의 경우, 오전 6시에서 오후 4시로 하루 10시간을 사업장에 있어야 한다. 회사가 근무시간 중에 엉뚱하게도 3시간 휴게시간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오전 10시 50분부터 11시 20분까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2시5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합해서 3시간이 이들의 휴게시간이다. 근로계약서에는 토요일에도 7시간을 근무하도록 하며, 일요일에는 월2회를 근무토록 명시했다. 40시간을 넘는 근로시간은 연장근로의 형식을 도입했다.

    ‘주 40시간제’ 도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실제로는 ‘껍데기’인 셈인데, 회사가 노동자에게 10시간을 사업장에 있도록 하면서 이 중 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배치한 데에는 노동강도를 높이면서 임금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는 편법적인 근로시간 운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박 아무개 노동자의 지난 2004년 12월의 임금명세서와 2006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임금계산서를 비교한 결과, 최저임금이 2,840원이었던 2004년에 지급받은 세전임금 77만원이 2006년에도 똑같이 지급되어 최저임금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임금은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노동자, 한 달 내도록 일해도 임금은 적자

    경기도 시흥에서 택수운수업을 하고 있는 Y교통. 211명의 택시운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1인당 일일 6만6천원의 사납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돼 있는 택시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노조와 회사측과 맺은 단체협약은 주당 노동시간이 44시간, 하루 12시간 맞교대로 25일 만근이다.

    Y교통 임금산정표를 살펴보면, 평균 근속 7년 노동자에게는 기본금, 근속수당, 승무수당, 야근수당을 모두 합해 48만8,306원을 지급한다. 이 돈에 더해 택수운수 노동자는 사납금을 지급하고 남은 돈을 가져가는데, 이 돈이 대부분 100~110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 소속 변 아무개씨는 지난 4월에 26일을 일하고도 오히려 12만6,951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에 지급하지 못했던 사납금을 이 달에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택시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도 오히려 적자를 보게 된 데에는 해마다 늘어나는 택시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면, 사납금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에는 한달 실수령액이 2백만원 수준이었으나, 회사 측이 택시대수를 증가시키고, 대리운전이 성업함에 따라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정 부장은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택시운수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갈수록 열악한 근로조건에 허덕이고 있다”며 “택시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늘 14일 서울시 대흥동에 위치한 경총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 쟁취 법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87만8,700원 쟁취 ▲임금인하 없는 주40시간제 도입 ▲택시운수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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