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민심은 새로운 '모가지' 찾는다, 어디서?
        2006년 06월 01일 03: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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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광역단체장 12곳과 기초단체장 155곳을 쓸어담았다. 당 지지율은 50%를 훌쩍 뛰어넘었다. 뿐인가. 유력 대권 주자 셋 가운데 둘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위상을 극적으로 높였다. 대선을 1년 반 앞두고 치른 예비고사에서 한나라당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겸손한 마음자세와 말과 행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민심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을 말하고 있다. 정병국 홍보위원장은 "우리도 자칫 잘못하면 여당처럼 당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자만과 방심은 독이다.’ 두 번의 대선 패배를 통해 한나라당이 ‘진하게’ 학습한 원칙이다.

    좋은 날이 계속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아무리 긴장하고 경계해도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이런 나날들을 계속 구가하기는 힘들다. 이건 마음가짐 문제가 아니다. 정치 지형의 문제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객관적인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변화된 지형은 변화된 대응을 요구한다. 한나라당에게 이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적응하면 도약이고 실패하면 추락이다. 전진 아니면 후퇴다. 현재 상태로 마냥 갈 수는 없다.

    한나라당을 두고 ‘집권야당’이라고 한다. ‘집권야당’에는 책임이 따른다. 지금처럼 모든 책임을 집권여당에만 물을 수 없게 된다. 우파 논객인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은 "’우리는 야당인데 무슨 힘이 있느냐’고 이제는 말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야당이지만 이후는 여당의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 직후 MBC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원인을 현 정부와 여당의 잘못에서 찾았다. 노회찬 의원 말대로, 의석수 142석의 거대여당을 초토화시킨 성난 민심은 이제 새로운 ‘모가지’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음은 불문가지다. 

    게다가 이번 선거 전까지 열린우리당은 모든 야당의 공적이었다. 집권여당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제 한나라당이 여야 정당의 집중적 견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 최대의 위협 요인은 당내 분란

    한나라당 재집권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히는 건 당내 분란이다. 대권을 둘러싼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세력 다툼이다. 솟구친 당 지지율과 탄탄해진 당의 입지가 양측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다. 피습 사건을 겪으면서 대중들에게 강인한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을 빌면, "독재자의 자식에서 아버지의 죄값을 대신 치른 순교자가 됐다." 막판에 대전시장 선거를 뒤집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영남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명박 시장의 입지는 다소 좁아들었다. 그러나 청계천과 중앙차로제로 대표되는 ‘일 잘하는’ 이미지는 본선경쟁력에서 박근혜 대표를 줄곧 앞서는 요인이다.

    이르면 7월 전당대회에서 전면전 벌어질 것

    박 대표와 이 시장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막강한 화력을 구축하고 있다. 양측이 공세의 불을 뿜기 시작할 시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나온다.

    먼저 이르면 오는 7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경선이 양측간 전면전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현재 이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대표 출마를 굳혔고 박 대표를 대리할 인물로는 김무성 의원, 맹형규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한 전문가는 "양측 모두 대세를 삼켜버릴 기세로 나오는 상태인데 ‘적정선’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당 내에 균형추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와 달리 대권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있다. 레이스가 불붙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하는데 위험 부담이 크다는 논리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먼저 치고 나가면 먼저 칼을 맞는다"고 했다.

    한귀영 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당내 후보 구도가 한쪽으로 쏠리는 모험을 양쪽 다 감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양측이 합의로 ‘외부 인사’를 당 대표로 추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진홍 목사가 구체적으로 거명되기도 한다.

    올해 말, 내년 초가 고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양측이 벌이는 전면전의 절정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전쟁을 치르고도 당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경선 전에 세력이 기우는 쪽이 당을 깨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현재 한나라당 지지율은 60%에 육박하고 있고 절반의 지분만 들고 나와도 대선에서 해볼만 하다는 단순논법을 깔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당내 세력에서 밀리고 있는 이 시장측이 노대통령과 손 잡고 신당을 창당한 후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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