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현재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성혐오 역사
[기고] 과연 '일베'만이 혐오를 양산하는 곳인가?
    2018년 12월 28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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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휩쓸었던 페미니즘 이슈와 근래 화제가 되었던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 급하락-페미니즘 거부 답변 속에서, 1990년대부터 근래까지의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흐름들에서 페미니즘과 여성혐오의 문제가 어떻게 생성-변화-확산되었는지를 짚어보는 글이다. 물론 이런 온라인의 흐름은 오프라인의 움직임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일독을 권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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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주 사이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사회 전역에 많은 파장을 낳았다. 많은 이들이 가장 신경 쓸 소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으며, 그 하락폭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안일 것이다.

12월 중순 리얼미터 여론조사 내용

하지만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문재인의 지지율이 아니었다. 조사기관의 종류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적이며 보수화된 자세가 더욱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문재인의 지지율은 당초 이번 정권이 내세웠던 중장기 정책 과제를 남북 관계 문제와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모두 뒤엎고 있는데다가 무능력한 자세로 일관된 상황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면, 20대 남성들의 의사 표현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문제이자 사회 구성에 있어서 장기적인 악영향을 낳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20대 남성들이 보내는 이 반감의 신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절망으로 해석한다. 자신들이 사는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쓸데없이’ ‘페미니즘 정책’이나 ‘대체복무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이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는 해석이다.

물론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나 현실에 대한 절망이 마냥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거의 모든 분야를 쇼맨십과 이미지 정치로 돌파할 뿐 이렇다 할 정책적 지향은 무색무취에 가까우며 이전 두 개의 보수 정권과 큰 차이를 드러내지 못했다. 청년 실업의 현실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 두 개로만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과 페미니즘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급증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에서 정부가 보여준 자세에 실망했고, 청년 실업을 비롯한 경제 양극화의 문제는 모든 세대와 연령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소위 ‘M자 취업률 곡선’과 ‘성별임금격차’에서 충분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여성은 같은 경제 상황에서도 차별적인 상황에 놓여 있으며, 경제 위기를 이유로 진행되는 각종 구조조정에서 여성은 훨씬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 <밥, 꽃, 양>(2001)이 IMF 경제위기 직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 구내식당의 조리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정리해고를 피한 협상을 사측과 맺었던 것처럼 말이다.

20대 남성들의 ‘반감’ 성향은 현 정권의 무능력함이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이들의 성향을 짚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흐름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놓여 있다.

왜 ‘온라인 커뮤니티’를 봐야 하는가

이길호의 <우리는 디씨>(2012), 박가분의 <일베의 사상>(2013) 등 기존에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았던 사회학적 기반의 연구 상당수는 ‘디씨인사이드’나 다시 디씨인사이드에서 파생되어 분화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별도의 공동체로 묶여 기존의 사회 구성원과는 다른 특성을 형성한다는 가설을 전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왜 한국 사회에서 ‘디씨’나 ‘일베’가 어떠한 사회적 작용을 거쳐 하나의 영역을 형성했는지를 바라보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마치 일군의 남성들이 ‘메갈리아’나 ‘워마드’와 같이 소위 ‘메르스 갤러리 사건’ 이후로 생성된 여성 위주의 커뮤니티들, 더 나아가서는 ‘페미니즘’ 자체를 쉽게 ‘디씨’나 ‘일베’와 등치시키는 방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결국 ‘디씨’나 ‘일베’를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한 존재가 아니라 돌연변이와 같은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에서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소위 남성 유저가 많은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들(오늘의유머, DVD프라임, 루리웹, 보배드림, 클리앙, FM코리아 등)이 과연 ‘디씨’나 ‘일베’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는지를 비교분석하는 시도가 나왔어야 했던 것이다. 이를 좀 더 일반론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면, ‘한국 남성 사회-공동체’와 ‘한국 (남성 이용자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는 쉽게 분리될 수 있는지의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된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 결코 한국 사회의 주류적인 흐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많은 순간들에 있어서는 서로 상호적으로 조응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1990년대, 자신의 실명을 의무적으로 노출하게 되어 있는 PC통신 서비스에서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성혐오적인 경향은 쉽게 관찰될 수 있었다.

지금은 ‘친일파 한국인’으로 사회적인 사망 선고를 받은 지 오래지만, 한창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논객 1세대’로 취급받았던 김완섭은 자신이 PC통신 게시판에 연재한 글들을 묶어 낸 <창녀론>(1996)을 통해 일약 화제가 되었다. 해당 저서는 여성의 근본적인 기질은 ‘창녀’이며, 여성이 적극적으로 창녀가 되어 성을 해방할 때 모든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젠더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비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창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1991)로 전면화되었던 한국 사회의 성적 자유화 논쟁이 처한 하나의 단면이자, 남성 위주의 성적 자유화 주장이 근본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창녀론>은 무척이나 극단적인 주장으로 점철된 글이었기에 남성우월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도 쉽게 옹호하기엔 어려운 글이었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로는 극도로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자주 남겼기에 쉽게 그의 편을 들기도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창녀론>이 PC통신에 연재되던 시절부터 화제가 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는 상황 자체가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래 전부터 지녔던 성향을 짐작하게 만든다.

2000년대, ‘된장녀’ 그리고 ‘루저의 난’

이후로도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여성혐오적인 성향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PC통신에서 초고속 인터넷으로 온라인 환경이 전환되던 과도기에 놓였던 2001년 발생한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 사태는 2018년에 다시 살펴봐도 별다른 위화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근래 일어나는 젠더 폭력-혐오와 흡사한 경향을 보인다.

<월장>은 창간호에 군대를 전역한 예비역 남성들이 대학교의 문화를 망치는 ‘대학의 적’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게재했다. 학교로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음담패설을 비롯한 군대에서 습득한 남성 위주의 문화를 그대로 자신의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1999년에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공무원 시험의 군가산점 제도가 폐지된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던 탓이었을까. 무수한 남성 온라인 유저들이 <월장> 홈페이지 게시판에 폭언과 욕설을 남기는 한편,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를 통해서는 살해 협박을 남기기까지 했다.

직간접적으로 신변에 위협을 주는 상황에서 부산대는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않았고, 결국 당시의 페미니즘 운동 진영이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월장> 창간호에 대한 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사건은 수습되었다. (허나 참 얄궂게도, <월장>의 반대세력들은 일방적으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습된 것이 아니었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신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방패로 빠르게 폭력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이는 하나의 신호탄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실명제가 강요되었던 PC통신 시절에는 비교적 점잖게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었다면, 실명제가 사라진 환경에서 이렇다 할 통제나 사회적 장치가 없자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혐오를 폭력과 함께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 세력들이 일궈낸 성과가 바로 2000년대 중반 ‘꼴페미’와 ‘된장녀’라는 단어를 유행어로 만들어낸 행위이다. Daum 카페 ‘여성시대’와 같이 적극적으로 남성들의 개입을 차단하거나 꺼리는 커뮤니티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의 댓글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여성가족부가 (또는 YWCA를 비롯한 1세대 여성 단체들이) 크라운제과의 스테디셀러 스낵 ‘조리퐁’의 모양이 여성의 성기를 닮아서, 비디오 게임 ‘테트리스’의 플레이 방법이 여자의 성기에 남자의 성기를 꽂는 모양 같아서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더라” 같은 허무맹랑한 루머가 ‘역시 꼴페미’ 같은 말과 함께 커뮤니티 구석구석에 출몰했다. ‘스타벅스에서 한 끼 식사보다 비싼 커피를 사마시고, 명품을 좋아하면서 남자한테는 돈도 안 쓰고 얻어 먹으려’는 가상으로 구현한 여성상을 ‘된장녀’(‘젠장녀’의 형태 변화)라는 비속어로 불렀다.

2000년대 중반 ‘된장녀 비난 웹툰’ 일부

그런 말들의 유행 속에서 이들은 실제로 여성들이 조리퐁과 테트리스의 판매의 중단을 요구했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카페 문화가 막 정착되던 과도기 시절 밥보다 비싼 커피를 사는 것이 그렇게도 욕을 먹을 일인지,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여성만의 특성인지, 여성의 성별 임금격차가 2018년 현재보다 더욱 심한 상황에서 더치페이가 정말로 동등한 건지는 질문에서 제외되었다. 오히려 유행어가 지니는 사회적 속성을 날카롭게 짚어야 할 KBS, MBC 같은 지상파 공영 방송마저도 매우 적극적으로 유행어의 이미지를 별다른 비판도 없이 활용했다.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폐지 판결이 2005년에 있었던 것임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로는 군가산점 폐지 이후 터져 나온 부산대 웹진 <월장>에 대한 공격과도 비슷한 속성이 있었던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적극적인 대항 움직임이 존재했던 <월장> 공격 사건과 달리 ‘꼴페미’와 ‘된장녀’가 유행하던 시기는 페미니즘 운동의 한 ‘시기’(phase)가 침체를 맞이하던 것과 겹쳐서 이렇다 할 반대 캠페인을 펼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동시에 명백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했던 <월장> 사건과 달리, 유행어의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목표만을 겨냥해서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사건이었다. 근본적으로 한국이 지니고 있었던 문화적-사회적인 지반을 뒤엎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사안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없었으리라.

결국 이러한 인식이 매우 강하게 폭발했던 사건이 여전히 속칭 ‘루저의 난’이라 불리는, 방송에 출연한 여성 대학생에 대한 집단적인 혐오 공격이 아니었을까. 2009년 KBS2의 <미녀들의 수다>에 어느 여자 대학생이 출연해서,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대가 된 오늘날 키는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 생각한다.”를 남긴 것이 문제였다.

분명 이 말은 전형적인 외모지상주의적 판단이었고, 신중치 못한 언행이었다. 그러나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남성보다 여성에 더 가해졌던 역사를 생각하면, 그간 KBS-MBC를 비롯한 공영 방송은 물론 주류 미디어에서 흔하게 감지되었던 여성에 대한 외모지상주의적 차별에는 이렇다 할 공격이나 자성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과 달리 이 대학생의 발언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인신공격이 펼쳐졌다.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더욱 페미니즘에 대한 멸시와 공격이 자행되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성민우회를 비롯한 페미니즘 단체가 성명이나 입장문을 발표하면, 바로 그 글을 커뮤니티로 퍼와서 “XXX는 방송에 출연해 남자들 키 작다며 놀려댔잖아!”고 비웃고 헐뜯는 식이었다. 그리고서는 “여성들도 남성들 외모 차별하는데, 남성들이 여성들 외모 차별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덕지덕지 발라댄 말들이 나뒹굴었다.

실제로 외모지상주의의 차별은 받는 것은 여성이 더 많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상황의 개선과 성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중치 못한 언행 하나를 핑계로 문화적-사회적 권력 우위를 지닌 집단이 피해자를 자처하면서 자신들의 젠더 권력을 더욱 공고히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딱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않는’ 꼴의 연속이었다.

애당초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2000년대 중반 신설되어 ‘미녀’들을 초청해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전형적인 여성혐오적인 성향의 프로그램이었지만 동시에 여성이 토크쇼의 메인 게스트가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사건이었다.

2010년대, 임계점을 지나 폭발하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자 대학생에 대한 집단공격에서 드러났던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적인 경향은 2010년대 초중반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물론 커뮤니티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혐오가 표출되는 방법도 같지는 않았다. ‘디씨’나 ‘일베’같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윤리나 예의를 신경 쓰지 않는 사이트는 직접적으로 거친 욕설로 혐오를 드러냈다면, ‘오늘의유머’나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는 반말을 쓰지 않고 서로 간의 ‘존대말’을 써야 한다는 규칙이 확고하게 존재했던 곳이기에 직접적인 욕설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정중한 어법’으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혐오적인 경향을 포장하여 드러냈을 뿐이다.

재미있게도 이 두 경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서로 다른 경향의 커뮤니티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베’나 ‘디씨’가 ‘오늘의유머’ 같은 커뮤니티를 존댓말이나 사용하면서 겉치레로만 예의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씹선비’라는 상스러운 말을 하면, 거꾸로 ‘오늘의유머’는 ‘일베’ 같은 커뮤니티는 인터넷 상의 해충과도 같다며 ‘일베충’이라는 말을 붙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표면상으로 서로 적대하던 이들 커뮤니티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나 ‘국공합작’(서로 다른 성향의 커뮤니티가 대체적으로 동일한 의견을 내는 상황을, 마치 서로 내전하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일본 제국의 침략에 공동으로 대응한 것과 같다는 의미로 붙인 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공통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중 하나는 ‘월드컵’이나 ‘일본의 망언’ 등 민족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사안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꼴페미 공격’이었다. 조금이라도 여성, 페미니즘 운동가가 사건에 연루되면 이는 곧 ‘여성이 문제나 일으키는 존재’의 증거라도 되는 듯 굴었다. 여성주의 운동 단체의 성명은 손쉽게 ‘개소리’가 되었다. 틈만 나면 올라오는 ‘군가산점 폐지의 불평등’ 같은 게시물들은 이들의 공격성과 억울함을 증폭시켰다.

서로는 서로를 항상 들여다보며 으르렁댔지만, 정작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한마음 한뜻이었다. 2000년대 ‘꼴페미’와 ‘된장녀’라는 혐오적 유행어를 만든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2010년에는 여성들은 멍청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는 ‘아몰랑’이라는 여성혐오 유행어를 하나 더 만들면서 자신들의 여성혐오적인 경향을 더욱 질펀하게 드러냈다.

새로운 영 페미니스트 운동이 불거지기 전 막바지에 발생한 2015년의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 대한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집단적인 공격과 혐오는 한국 대다수 온라인 커뮤니티가 처한 혐오적인 경향과 자신들에 대한 비성찰적인 태도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사건의 발단은 카페 ‘여성시대’가 사진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의 서버를 제공받아 비밀 게시판을 운영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었다.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한 포털 사이트의 카페가 온라인 게시물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소위 ‘19금’으로 분류되는 글을 집중적으로 단속했고, 상대적으로 단속의 눈을 피하기 쉬운 독립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의 서버를 임대하여 성인용 게시물 전용으로 운영했었다. SLR클럽은 전체적인 서버 용량이 크지 않아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있어서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 회원들의 허락 없이 SLR클럽의 운영자가 독단적으로 타 커뮤니티에 서버와 게시판을 빌려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

분명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이었지만, 문제는 이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던 커뮤니티는 싸움을 멈추고, 곧바로 ‘여성시대’가 ‘범법 커뮤니티’라며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의 회원들에 대한 사이버 폭력을 시작했다. 왜 ‘여성시대’는 ‘범법 커뮤니티’라는 호칭을 받아야만 했는가? 콘텐츠 불법 공유글,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야동 공유’ 등등을 했기에 ‘여성시대’는 법의 철퇴를 맞고 사라져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물론 그들의 주장대로 이러한 글들에 문제적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일종의 자승자박이었다. 커뮤니티는 불특정 다수의 회원들이 밀집하고, 자연스레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웃긴대학’이나 ‘MLB파크’ 같은 커뮤니티에는 성적인 사진을 올리는 별도의 게시판이 있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에 대해서 온갖 욕을 쏟아내고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포털 사이트의 댓글란부터 각종 커뮤니티에 이미 만연한 지 오래였다.

‘여성시대’가 한국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문제라고 적시했던 사항들은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 다수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특정 커뮤니티만의 문제로 축소시킨 것에 불과했다. 정작 ‘아몰랑’이라는 유행어는 이들 자신에 적용되는 것이 딱 맞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 문제가 누구의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마침 심심한데, 세게 뺨을 때리고 싶은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폭력이 정당성을 지니기 위해서 온갖 핑계와 명목을 들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성들이 이러한 사이버 폭력을 참을 수 있었을까. 카페 ‘여성시대’에 대한 집단적인 공격이 벌어지고 몇 달 후, 여성들의 임계점은 폭발하고 말았다. 지금은 사라진 ‘메갈리아’와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 그리고 다시 이에 파생된 커뮤니티 ‘워마드’의 전신인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가 폭발의 진앙지였다.

한국 정부의 질병 예방 체계에 구멍이 발생하며 2015년 전염병 메르스는 한국 전역에 퍼져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정부를 성토하는 동시에, 어떤 이들이 메르스를 한국에 퍼트렸는지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다. 그 와중에 지목받은 대상이 바로 여성이었다. 보균 의심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출장을 강행시켜 중국에 방문한 남성이 현지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얼마 후 홍콩에 체류한 한국 여성 2명이 홍콩 현지에서 메르스 보균 의심자로 격리조치를 받는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음성 판정이 나와 격리는 해제되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은 오히려 홍콩 체류 여성에게 칼을 들이대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출장을 강행시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갔지만,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은 ‘여성’은 한창 아시아 전역에 메르스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홍콩에 놀러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이 정말로 홍콩에 놀러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졌던 공격의 방식이 그랬듯, 일단 여성이고 ‘걸려들었으니’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나게 조리돌림을 받아야 했다. 그 순간 사이버 공간의 여성들은 참는 것을 포기했다. 한창 홍콩을 방문한 여성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로 점철된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 여성 유저들이 여성혐오를 거꾸로 뒤집은 패러디를 하기 시작했다. 홍콩에 방문해 보균 의심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김치녀’ ‘원정녀’ ‘된장녀’ 소리를 내뱉었던 이들의 욕을 되돌려서 혐오주의자 남성들에게 ‘김치남’ ‘원정남’ ‘된장남’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른바 ‘미러링’이 시작되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된장녀’ ‘김치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쓰여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던 디씨인사이드의 운영진들은 신기하게도 ‘김치남’이라는 말은 적극적으로 비하어라는 이유로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여성혐오를 방치하던 이들이 그 혐오가 남성들에게 다가오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터진 둑을 쉽게 막을 수 없듯, 한 번 폭발한 분노 역시 쉽게 막을 수는 없었다. ‘메르스 갤러리’의 여성 유저들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메갈리아’라는 독립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들을 벌여나갔다. 여성혐오를 뒤집는 게시물들이 가장 많았지만, 메갈리아의 탄생을 계기로 한동안 침체 상태에 놓여 있던 페미니즘 운동을 자신들이 직접 펼치자는 움직임과 선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몇 달 후, 2016년에 발생한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흐름에도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었지만, 결코 지금 같은 수준으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메갈리아’의 탄생이 여성 혐오에 속수무책이었던 일방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흐름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사건이었다면,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의 충격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추동력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적반하장식으로 펼쳐졌던 젠더 폭력은 계속 수면 위로 올라와 적극적인 논쟁과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한동안 메인 뉴스가 되지 못했던 젠더 이슈는 출판시장은 물론 미디어, 창작물 영역에 있어 다시 한 번 깊게 뿌리 내리기를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가 소위 상대적인 상위 문화의 변화 시도라면, 지금 이 순간에서도 각종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젠더 이슈에 대한 싸움은 ‘하위문화’(subculture) 영역의 움직임이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

2018년 이후, 어떠한 시각과 움직임이 필요한가

물론 갑작스럽고 우연적인 방식으로 다시 시작된 움직임이기에 모든 것이 순탄할 수는 없다. ‘메갈리아’에서 파생되어 생겨난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는 ‘생물학적인 여성’만을 강조하며 젠더-퀴어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고, 남성 위주의 커뮤니티에서 쉽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여성 중심 커뮤니티의 ‘탈-코르셋’ 움직임 역시 내부에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된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나오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성폭력 고발 움직임과 2018년 하반기부터는 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을 직접 고발하고 행동하는 ‘스쿨 미투’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움직임이 단발적인 흐름을 넘어 사회 구조 전반을 변화할 수 있는 확고한 메시지로 자리를 잡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두려움을 이겨내 미투를 선언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인 ‘백래쉬’(backlash)처럼, 기존의 온라인 커뮤니티들 역시 이전보다 더욱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언어로 여성혐오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게임이나 만화를 비롯해 산업 내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일수록, 판 내부에서 페미니즘을 선언하고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밥줄 끊기 공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의 유저들은 게임 개발자나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들이 직간접적으로 페미니즘과 연관된 발언이나 그림을 그린 것을 무차별적으로 감시하면서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스르면 바로 제작사나 배급사에 항의 메시지를 보낸다. 회사는 이러한 메시지를 필터링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해당 영역에서 페미니즘적인 발언이나 뉘앙스를 내비추는 행위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포장하며 정당화한다.

이러한 ‘혐오의 가시화’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서서히 오프라인 공간에도 모습을 비추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보수정당들은 원래부터 인권 감수성이 부족했지만 해당 국면을 마주하고 적극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대적인 경향을 보여주며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한다. 이미 대학교에서는 그 전부터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던 총여학생회들이 집단적인 공격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학 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여성주의, 페미니즘 강연이 집단적인 방해 속에서 개최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2010년대 이후 유행하는 폐쇄형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혐오하는 게시물과 댓글이 게시된다. 여론조사에서 감지된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성향도 결국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마치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발생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내부의 여성혐오적인 언행이 한국 사회 전반의 흐름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고, 특정 커뮤니티만의 문제 또한 아니었듯 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확연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를 중심으로 상호소통하는 공간들임을 생각하면, 근래 대두된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경향은 점차 자신들을 엄습하는 한국 사회의 침체의 원인을 여성을 비롯한 페미니즘에 책임지게 하려는 움직임이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위기의 책임을 유대인들에게, 문제 해결의 단초를 반유대주의와 파시즘에서 찾으려 몰아갔던 나치 독일과도 비슷하며 한편으로는 극우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발생 과정 중 하나와 유사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언론들은 쉽게 ‘페미니즘의 가시화로 인한 온-오프라인 상의 젠더 갈등’을 문제의 책임으로 몰아간다. 물론 이 역시 당연한 반응이다. 2000년대 중반 ‘꼴페미’와 ‘된장녀’라는 혐오적인 발언이 유행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대신 오히려 각종 기사에서 ‘위트’랍시고, 온갖 드라마-예능-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유머의 소재로 사용했던 것이 한국 미디어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문제를 만들었던 것은 누구였는가. 도리어 문제적 상황에서도 문제를 파악하는 대신, 문제의 진원지에 쉽게 편승해 혐오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쉽게 메갈리아나 워마드를 비롯해 2015년 이후 등장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무조건적으로 긍정할 수는 없다. 이들 커뮤니티들이 시도했던 ‘미러링’은 기존의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혐오를 반사하여, 자신들이 혐오의 발화자에서 혐오 받는 대상이 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체험하게끔 의도한 행위였지만 본래 발언이 혐오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워마드 등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젠더-퀴어를 배제하는 행위 역시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이유로 메갈리아나 워마드가 탄생한 계기를 망각한 채 쉽게 ‘페미니즘은 나쁜 것’이라 치부하는 행위는 얼마나 현실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을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보이는 말대로 여성혐오를 적극적으로 한 커뮤니티는 ‘일베’일 뿐이라는 말은 얼마나 설득력을 가졌었는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사와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접근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자신들이 그저 여성혐오나 젠더 폭력과는 무관한 대상이 아니라 때로는 폭력의 ‘방관자’로, 다시 때로는 적극적인 혐오의 ‘추동자’로서 기능했던 사실을 파악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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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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