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안법 전부개정안,
    ‘김용균법’ 국회 통과해
    김미숙 "아들한테 죄를 던 거 같다"
        2018년 12월 27일 09: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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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28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재적의원 185명 중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이었으며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국회는 27일 오후 2시에 예정했던 본회의를 5시를 넘겨 개의하고 산안법 전부개정안 등 96개의 법안을 처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활동기간 연장도 통과됐다.

    지난 22일 고 김용균씨 범국민 추모집회의 모습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으로 급물살을 탄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핵심 쟁점이었던 하청노동자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 강화(도급 책임 범위)와 양벌규정(과징금 부과액 상향)은 본회의 개의 직전까지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를 이뤘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1988년 문송면·원진레이온 투쟁의 성과로 개정된 산안법 이후 28년 만이다.

    그러나 당초 정부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라 향후 노동계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책임 범위와 관련해, 여야는 ‘도급인의 사업장 및 도급인이 지정·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규정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안인 산안법 개정안은 원청이 책임지는 범위를 22개 위험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수급인을 관계 수급인으로 확대해 다단계 하청인 경우에도 원청이 책임지도록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고용노동소위 합의를 마친 후 “정부 개정안은 도급인 사업장과 제공하는 장소도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도급인이 제공하는 장소의 책임 범위가 너무 넓어서 도급인이 지배 관리할 수 있는 곳을 대통령령으로 정해서 합리적으로 책임 범위 넓히면서도 합의적으로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와 관련해선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안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으나 이를 다소 완화한 것이다. 법인에 대한 벌금 규정은 정부안대로 담겼다.

    김동철 의원은 “사업주 측에서 한꺼번에 5배로 올리는 건 너무 과하다고 해서 조금 조정을 했다. 양벌 규정에서 법인에 대해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던 것을 정부안대로 ‘10억 이하 벌금’으로 10배 이상 상향했기 때문에 도급인에 대한 처분은 낮춰도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타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위는 특수고용노동자, 배달 노동자, 프랜차이즈 지점 노동자까지 보호 범위도 확대했다.

    산안법 개정안 합의까지 환노위 회의장 앞을 지키며 법안 처리를 촉구해 온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한테 죄인인데 죄를 던 것 같아서 좋다”고 오열하며 “국민이 함께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아들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 좋다. 아들은 누리지 못하지만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환노위는 소위 의결에 이어 전체회의까지 연달아 개최하고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 김용균 씨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하청노동자들이 목숨 담보로 불안한 일터로 향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이 법안을 다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산재 사망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독보적으로 높다”며 “이번 산안법 개정안 대안이 안전불감증을 가진 대한민국 기업에 경각심 고취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법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환노위 간사는 “현행법에 따라도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처벌 기준이 7년 이하 징역과 1억 이하 벌금이다. 그러나 양벌규정으로 법인 벌금은 200~5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고 대법원 양형기준은 1년 수준”이라며 “대법원의 양형 기준도 현실화돼야 한다. 정부는 대법 양형위원회에 양형 조정 기준을 만들어주길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개정안 통과, 성과이지만 남겨진 과제들 많아”

    민주노총은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성명을 통해 “이번 산안법 개정은 28년 전 원진레이온 노동자 231명 죽음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다. 지난 30년의 과제에 물꼬를 튼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유해위험업무 도금금지 문제와 관련해 원청 책임과 처벌이 강화됐지만 적용을 받는 업무가 제한적이라는 점,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처벌 강화는 가중처벌은 도입됐으나,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 실효성 확보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산안법 개정에 끝까지 반대한 경총, 건설협회 등에 대해서 “매년 노동자가 2천4백명씩 죽어 나가는 현실에 참회는커녕 끝까지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낸 경총, 건설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는 생명보다 금전가치를 우선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사악한 본성과 함께 그들이 왜 적폐세력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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