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중심 정계개편…민노 사실상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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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01일 01: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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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1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다. 열린우리당은 전례가 드문 참패를 맞았다. 민주당은 악재 속에서도 회생한 셈이고, 국민중심당은 당명은 일단 보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사실상 패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역 구도에서 보자면 울산의 패배라는 측면에서, 전국 구도에서 보자면 열린우리당의 부진이 민주노동당 지지로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나타났다는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은 아직 진보세력의 대표 주자 내지는 한나라당 견제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이를 이념적 차원에서 본다면 진보 개혁세력의 패배, 중도와 보수의 승리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가? 먼저 이번 선거의 성격에서부터 답을 찾아보자.

남의 집 앞에서 판을 벌린 열린우리당

대체로 대통령 선거는 미래의 가치에 대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지방선거나 총선은 과거의 업적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이 부각된다(예외가 있다면 지난 17대 총선이다. 이 경우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국회의원 선거가 정당 구도를 재편하는 중대선거의 성격을 보였다).

5. 31 선거 역시 정부의 중간평가(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또 다른 측면은 이슈의 이동이다. 선거는 정치적 이슈(정치개혁), 경제적 이슈, 사회문화적 이슈(가치관, 세대 대결 등) 중 어느 한 쪽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각종 정치사회 개혁과 관련된 의제는 정치개혁에서 출발하여 사회개혁으로 진행되며 제도화와 일상화 단계까지 접어들어, 더 이상 이슈화가 쉽지 않은 단계까지 도달했던 반면, 경제는 유권자의 생활과 관련된 것으로 양극화 문제든, 국가 성장 동력 문제이든 충분히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31일 저녁 한나라당 당사에서 출구조사에서 압승한 것으로 발표되자 밝게 웃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래서 많은 선거 전략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경제적 이슈 중 양극화문제를 내세워 미래지향적 정책대결 구도로 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심판론을 내세워, 노대통령을 선거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한데 실제 결과는 어땠는가? 한나라당은 전략가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 반대로 갔다. 양극화 문제는 립 서비스에 그쳤다. 오히려, 미래보다는 과거, 경제보다는 정치에 집중했다. 즉 이번 선거의 메인 이슈로 지방권력 심판론을 내세운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열린우리당이 지방권력 심판론을 제기하는 순간 국민들은 지방권력의 대척점에 있는 중앙권력 즉 노대통령을 떠올렸을 것이다. 집권 여당이 마치 야당 같은 말투로 지방권력을 공격하는 순간, 국민들은 “그럼 당신들은 잘했는가?”라고 되물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 원인을 요약해보자.

첫째,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져온 민주정권에 대한 총체적 평가(무능과 독선)로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이번 선거기간에 국한해서 본다면, 선거전략(지방권력 심판론은 선거의 성격을 정권 중간평가로 몰아간 최악의 자충수임), 공천(여당은 정국을 책임질 인물을 내세워야 함에도 인기도에 의존함), 캠페인(정책대결이 아닌 가볍기 짝이 없는 이미지 선거로 몰고 감) 차원에서 모두 실패한 점을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의 보이지 않는 변화와 진보 개혁 세력의 맹목

그럼 한나라당은 왜 승리했을까? 물론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 즉 반사이익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아닐 것이다. 반사이익만으로는 한나라당의 승리를 설명할 수 없다. 먼저 한나라당에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다른 정당들이 한나라당을 차떼기정당, 수구보수정당, 기득권 옹호세력으로 낙인찍어 왔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한나라당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용한 변화를 수행해왔다. 먼저 한나라당은 강력하고도 비전을 갖춘 차기 대권주자를 2명이나 길러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내에서 조용하게 세대교체를 점진적으로 이루어 냈다. 인적교체가 아닌 무게의 중심이동으로 큰 갈등 없이 조용하게. 이런 변화는 국가경쟁력, 책임감, 합리성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경쟁 당(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들은 이런 변화를 보지 못했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31일 저녁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혹은 한나라당이 그런 변화의 시도를 했더라도 차떼기, 수구, 기득권 옹호의 낙인으로 하루아침에 침몰시킬 수 있다는 독선과 자만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나라당은 마술정당” 운운 하며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승패를 이념적 차원에서 정리해 보자. 보수 진영은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이미지, 그리고 경제성장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이미지(이미 이명박 시장이나 손학규 지사를 통해)를 보이며 중도를 끌어안고 합리적 세력으로 커가는 동안, 진보 개혁 세력은 국가나 사회 전체를 책임지는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실패했으며, YS, DJ, 현 정부(각 정부 관련자들은 같이 묶이기를 거부하겠지만 유권자는 같은 민주세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로 이어지며 경제정책에서 무능으로, 정치개혁에서 독선(실질적 성과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비쳐졌다고 할 수 있겠다.

보수 세력이 과거의 부패 이미지를 유능과 합리성의 이미지로 대체하는 동안, 진보 개혁 세력은 스스로의 이미지 자산을 소진하며, 무능과 독선의 이미지를 쌓아간 것이다.

분노는 행동으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1.3%로 예상보다 높았다. 선거초반만 해도 약 40%대 초 중반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선거는 초반에 판세가 너무 일찍이 드러났고, 뚜렷한 이슈가 없었으며, 각 당이 정책선거가 아닌 이미지 선거로 끌고 감에 따라 유권자로부터 관심을 끌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던 것이 박 대표 피습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보수층의 한나라당 지지성향 유권자들과 부동층 유권자들이 분노했다.

이들에게 이번 사건(검찰은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특정세력과 무관하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은 열린우리당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던 괴한이 한나라당의 대표를 칼로 공격하는 현실의 사건일 뿐 아니라, 평소 무능하고 독선적이라 생각해온 열린우리당 지지세력이 바로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심리적인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촉발된 분노는 40대, 50대 이상, 한나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투표율 상승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결집도 상승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점이 막판 한나라당 지지도 상승원인이자, 투표율 상승=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유리라는 등식관계가 깨어지는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 투표율 상승은 보수, 중도 성향 한나라당 지지층의 분노가 투표라는 강한 행동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향후 전망

향후 전망을 말할 때 최대 관심사는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각 당의 운명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대선 이전에 정계개편 가능성과, 이 과정에서 어떤 동력이 작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한편 이러한 관심사는 우리나라 정치에 정당정치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정당정치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면 최소한 정계개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는 현 정부에도 책임이 크다. 현 정부는 정치개혁을 주장했지만 정치개혁의 최대 과제인 정당정치 정착 보다는 절차상 민주주의나 부정부패해소에만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대선 후 당(민주당)을 개혁하기 보다는 새로운 당(열린우리당)을 만드는 길을 택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당정치의 제도화는 계속해서 지연되어온 것이다.

향후 정치권 변화의 가장 큰 변수부터 보면, 제일 먼저 대권주자를 들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는 정당구도, 정당정치가 매우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대선을 치를 때마다 매번 대선 전이나 직후에 정계개편이 일어난다. 더구나 이번에는 고건, 박근혜, 이명박이라는 강력한 대권주자들이 버티고 있어 엄청난 동인(원심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 현 대권주자들은 역대 어느 대선 전의 후보들에 비해서도 강력한 힘을 구축했다.

   
 
▲31일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다음은 보수-진보문제다. 지금까지는 보수의 원죄와 진보에 의해한 포위라는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향후 진보 개혁세력에 그럴만한 힘이나 명분이 없을 것 같다. 보수의 변신과 진보의 약화 및 분화로 인해 반 한나라당 단일 전선이 형성되기 어려울 것 같다.

세 번째로는 향후 이슈는 정치(개혁)가 아닌 경제(양극화든 성장이든)문제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다. 물론 노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의 힘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집권여당의 참패와 만성적 낮은 지지도(노대통령의 지지도는 4점 척도로 조사를 할 경우 30%대 내외이지만, YS나 DJ때와 같은 동일한 방법(5점척도)로 조사를 하면 10%대 후반임)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열린우리당의 현 주소를 보면, 정당지지도에서는 이미 10%대로 떨어졌고, 이번 선거에서 집권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를 한 상황이다. 각종 지표 이전에 국민들이 더 이상 집권당의 정책이나 말을 믿지 않는 신뢰 상실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뚜렷한 주자가 없다.

어느 것을 보아도 당의 구심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원심력을 부채질할 요인뿐이다. 물론 의석수는 최대이다. 그러나 이 의석수만으로 열린우리당을 지키기는 역부족이다. 아마 현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뢰성의 회복과 대권주자를 세우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열린우리당은 정계개편의 대상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나라당도 마냥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미 과열이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엄청난 승리를 했다. 심리적인 정당지지도는 60%대로 느껴질 것이다(실제 정당지지도는 약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나, 무당층이 항상 20~30% 정도 존재하기 때문). 그리고 그 과열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것 같다.

독재자의 딸에서 보수의 순교자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31일 염창동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밝게 웃고 있다. /백승렬/정치/ 2006.5.31 (서울=연합뉴스)
 

거기다 강력한 두 명의 대권주자가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더 이상 독재자의 딸이 아닌 희생자 즉 보수의 순교자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이명박 시장의 위상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 역시 냉정해지지 않는다면, 빅 뱅할 조건이 충분하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진보 개혁정당으로 남겠지만, 열린우리당의 지지층 흡수라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국민들에게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은 초록동색이란 이미지가 확산되어 있다. 즉 국민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을 같은 진보 개혁세력으로 보았고, 그런 의미에서 국민에게 비쳐진 진보 개혁세력의 부정적 이미지를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서 해소하지 않는 한 현재의 모습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성과를 토대로 대권 주자가 결합될 경우 향후 정계개편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매번 대선전에 벌어지던 우리정치의 후진성이 되풀이 될 듯하다. 정당중심이 아닌 대선주자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단 기존의 정계개편과는 좀 더 다른 변수가 중심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진보개혁세력의 반 한나라당 전선이라는 이념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 반면, 이번에는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 인물중심으로 경제적 차원, 국가경쟁력 요인 등이 중시되면서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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