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이 가뭄에 이거라도 어디냐"
        2006년 05월 31일 1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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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의 울산시장 도전은 2002년에 이어 또다시 패배했다. 개표가 진행중이지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노옥희 후보는 23~25%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67~69%를 얻은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송철호 후보가 3만5천표 차이로 낙선한 2002년보다 훨씬 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더구나 1998년과 2002년에 연이어 승리를 거뒀던 동구와 북구의 구청장 선거도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본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선대본 관계자들은 대체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거기간 내내 한나라당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결과로도 만족한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지지 확보"

    이응순 선대본 정책위원장은 개표상황을 지켜보는 선대본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 가뭄에 이거라도 어디냐는 분위기"라며 "아쉽지만 예상했던 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어가면서 급상승은 아니지만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박풍’이 없었으면 30%까지도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 4일 울산지역 민주노동당 출마자 필승결의대회에서 노옥희 울산시장후보와 다른 후보들

    김광식 울산시당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지지를 확보해 나갔다. 다만 북구,  동구의 수성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심이다. 시장선거는 아쉽지만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울산의 당원들은 이번 선거가 송철호 후보가 출마했던 2002년 선거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002년 시장선거는 당의 색깔보다는 송 후보 개인의 지명도를 갖고 선거를 치렀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노동자 후보가 출마해 처음으로 민주노동당의 색깔을 갖고 치른 선거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김호규 전 금속연맹 사무처장은 "송철호 후보 개인의 득표력이 크게 작용했던 2002년 선거에서는 현재의 열린우리당 지지성향의 표까지 받은 것이었다"며 "순수한 의미에서 노동자 표가 모인 것은 당선과 관계없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정파 문제 선거 이후 평가 있을 것"

    정창윤 전 시당 위원장도 "원체 한나라당의 강한 바람이 불었던 상황이었다"며 "다만 TV토론과 선거운동을 통해 당 정체성을 지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이 지적됐다. 노옥희 후보가 교육운동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역활동에서는 경력이 일천했다는 점이 적지않은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음 출마해 득표율이 20% 이상 나온 것은 의미가 있지만 지역활동의 비전을 제시하고 주민들 사이에 깊숙히 들어가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울산의 고질적인 병폐로 작용했던 정파문제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내부경선 과정에서부터 정파간 갈등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시당의 김광식 위원장은 "선거 이후에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당내에서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런 모습이 현장의 노동자들이나 시민들에게 비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응순 정책위원장도 "당 내부적으로 그릇된 종파주의를 걷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운동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먼저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6월1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선거에서 제시한 정책을 다듬어 울산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지방자치연구소를 만들고 의정지원을 강화해 공약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또 이번 선거에서 논란이 됐던 경전철 주민투표와 관련 박맹우 시장이 취임하는 7월1일부터 주민발의 서명운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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