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노동자가 원하는 것』 외
        2018년 12월 15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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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가 원하는 것> – 공존을 위한 설문 보고서

    리처드 프리먼, 조엘 로저스 (지은이), 이동한 (옮긴이) | 후마니타스

    노동경제학의 대부,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처드 프리먼 교수가 1994년부터 1995년까지 2400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노동자가 회사에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을 분석한 책으로, 2005년 후속 연구를 업데이트해 낸 개정 증보판이다.

    프리먼은 미 전역의 5250만 명이 넘는 노동자 모집단에서 2400명의 샘플을 추출하여(이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가 다루는 표본의 2배 규모다) 30분이 넘는 전화 설문 조사를 시행했고, 여기서 또 800명을 추려 우편과 전화로 추가 설문을 시행했다. 또한 이 조사는 특정 이슈만을 다룬 기존 조사들과 달리, 직장 생활을 하며 노동자들이 겪는 거의 모든 이슈들, 즉 직업 만족도, 노조에 대한 입장, 고용주에 대한 태도 등을 다루고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까지 설문 대상의 폭을 넓혀 회사 내 서로 다른 주체들의 입장을 실증해 냈다.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과학적”인 설문 조사를 통해 프리먼은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시장주의자들”도 놀랄 만한 결과를 이야기한다. 정부는 물론 노동계도, 재계도 몰랐던 실제 현장 노동자들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이 성공적인 설문 프로젝트 이후 주요 영어권 국가들과 독일, 일본, 한국에서도 이를 본 딴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으며 번역자는 후기를 통해 이렇게 해서 시행된 한국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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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 ‘명색이 페미니스트’ 마리 루티의 신랄하고 유쾌한 젠더 정신분석

    마리 루티 (지은이), 정소망 (옮긴이) | 앨피

    <하버드 사랑학 수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를 통해 우리 시대 연애의 본질과 진화심리학의 허구적 이분법을 날카롭게 비판한 토론토대학의 비판이론 및 젠더&섹슈얼리티학 석좌교수 마리 루티의 최신작이다. 루티가 주목한 것은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만연한 나쁜 감정들이다. ‘남근선망…’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남근선망을 포함한 나쁜 감정들이 이 책의 주제이다.

    이를 위해 루티가 소환하여 ‘씹고 뜯고 맛보는’ 소재는 진지한 이론적 성찰부터 은밀한 개인적 경험까지 하나같이 흥미롭다. 프로이트의 남근선망 개념을 장난스럽게 유희하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가난한 국경 마을 얘기에서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 고찰로 넘어가는 식이다. 루티는 말한다. 남근선망으로부터 고통받는 건 남자도 마찬가지라고.

    페니스가 진짜 사회적으로 가치화된 남근 및 이성애가부장제적 권위의 상징 역할을 한다면, 이 신체기관을 소유한 이들도 그렇게 느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페니스를 소유했는데 이 기관이 지녔다는 권위를 누리지 못한다는 느낌, 아이콘의 상징과 현실 간의 괴리. 문화적으로 형성된 페니스 신화는 여성들은 부족한 존재처럼 느끼게 하고, 남성들은 사기꾼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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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사상가 체 게바라> – 새로운 사회와 인간 교육

    리디아 투르네르 마르티 (지은이), 정진상 (옮긴이) | 삼천리

    쿠바 바깥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교육사상가’로서의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를 조명하고 있다. ‘혁명세대’로서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 몸담아 온 쿠바의 교육학자 리디아 마르티가 직접 쓴 책이다. 연설문과 논문, 일기, 편지, 전투일지, 대담 내용과 메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저작을 분석하여 쿠바의 교육 시스템과 정책에서 체 게바라가 남긴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류애와 국제주의를 실천한 체 게바라의 혁명적 삶 자체에서 인간 교육의 이론적 기초와 방법론을 이끌어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 세계의 교육학자들은, 쿠바혁명의 성공에서 머물지 않고 그들이 추구한 사회로 끝없이 나아가는 여정에서 교육이 차지한 역할을 강조한다. 쿠바 정부는 혁명 초기인 1961년을 ‘교육의 해’로 선포하고 전 국민적인 문자해득 운동을 전개했다. 교사와 학생을 비롯하여 글을 읽을 줄 아는 25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동원되었다. 이 거대한 운동을 통해 약 9개월 동안 모든 학교가 휴교한 가운데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공식 문맹률은 3.9퍼센트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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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의 말들> – 후지이 다케시 칼럼집

    후지이 다케시 (지은이) | 포도밭출판사

    글들은 후지이 다케시가 2014년 여름부터 시작해 2017년 겨울까지 3년여 동안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44편과 사진집에 실은 해설 1편, 문학지에 실은 글 1편을 엮은 것이다. 『무명의 말들』은 그가 6년 만에 펴내는 단독 저작이다. 후지이 다케시의 글을 ‘빛나는 성찰과 날카로운 문체’ 정도로만 소개한다면 표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의 글은 다만 잘 쓴 글이 아니라, 힘이 느껴지는 글이고, 읽는 이를 각성하게 만드는 글이다. 문장을 이렇게 벼려서 쓸 수 있구나, 싶게 그는 글을 썼다.

    그는 어설프게 쓰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길게는 4년 전에 적힌 글을 지금 읽어도 무딘 느낌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다. 책의 서문을 펼쳐본 독자는 깜짝 놀랄 것이다. 서문의 첫 문장에 “이 책은 유고집이다”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유고집’인 까닭은 ‘글쓴이 후지이 다케시’가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버리고 ‘무명’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가 다른 이름으로 건너가는 길에 남은 흔적이다. 무엇보다 끝나지 않을 듯한 ‘흐린 날’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또각또각 새겨진 듯한, 그가 남긴 글들은 더없이 탁월하고, 또 감동적인 동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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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엄기호 (지은이) | 나무연필

    이제 고통을 겪는 이들이 고통이 없는 것은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고통은 늘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초 값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전환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고통을 외면하고 고통을 겪는 이를 억압하거나 사회적 공간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해 듣고 응답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잘 다뤄내고 있는 것일까.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회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전시하면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통을 겪는 이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그들의 곁을 지키는 이들조차 함께 무너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 내부의 깊은 속살을 드러내왔던 사회학자 엄기호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고통의 지층을 한 겹씩 들여다보면서 발견하고 성찰해나간 우리 시대 고통의 지질학을 보여주는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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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한국을 읽다> –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

    배영 (지은이) | 아날로그(글담)

    국정농단 사태부터 정권 교체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다시 한 번 커다란 굴곡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SNS에서, 블로그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을까? 어떤 사건과 이슈에 분노하거나 감탄했을까? 어떤 논의가 공론장에 오르내렸으며 어떤 기사를 읽으며 웃고 울었을까?

    그리고 이들은 다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그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까?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자 사회학자인 배영 교수가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열아홉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최첨단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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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의 탄생> – 한국 근대 추리소설의 기원과 역사

    박진영 (지은이) | 소명출판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가운데 하나가 살인 사건이다. 단 시체가 되는 것이 나만 아니라면! 추리소설이란 남을 죽인 범인을 잡는 이야기, 누군가 죽은 뒤에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죽은 자가 아니라 죽인 자에 관심을 두며, 피해자를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살인 사건은 아주 먼 옛날부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났다. 그런데 굳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심지어 즐기게 된 것은 오래지 않은 일이다. 바로 탐정이 탄생하면서부터! 탐정은 시민사회의 영웅이자 이야기꾼으로 등장했다. 그렇게 추리소설은 자본주의 시대의 근대문학, 만인이 즐기는 대중문학, 보편적인 세계문학이 되었다.

    《탐정의 탄생》은 한국 추리소설의 기원과 계보를 탐정처럼 추적하면서 문학사적으로 재구성한 최초의 시도다. 추리소설의 효시 이해조부터 식민지 시기 김동인, 채만식, 김내성까지, 대한제국 별순검 콤비와 과부 탐정부터 태평양전쟁에 휘말린 명탐정 유불란까지, 최초의 셜록 홈스 시리즈부터 아르센 뤼팽 시리즈 번역까지, 어린이들의 우상이 된 모험활극영화부터 해방기의 똘똘이까지 다채로운 면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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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들보들>

    야마자키 요코 (지은이), 이모토 요코 (그림), 이지혜 (옮긴이) | 북극곰

    인형 토끼와 진짜 토끼들의 따뜻한 만남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에서 작은 바구니 하나가 떨어집니다. 잠시 후 숲속에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우는 소리를 따라가 봅니다. 작은 바구니 속에서 토끼 인형 ‘보들보들’이 울고 있습니다. ‘보들보들’은 배가 고프다고 울고, 집에 가고 싶다고 웁니다. 하지만 이미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들은 ‘보들보들’을 집으로 데려갑니다. 그런데 ‘보들보들’이 다시 울기 시작합니다. 진짜 토끼들의 집에는 텔레비전도 없고, 따뜻한 이불도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보들보들’은 오늘 밤 잠들 수 있을까요?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아름다움

    도시에 살던 토끼 인형 ‘보들보들’과 숲속 토끼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릅니다. ‘보들보들’은 딸기 케이크, 텔레비전을 달라고 합니다. 숲속에 사는 진짜 토끼들은 딸기 케이크도 모르고 텔레비전도 모릅니다. 그 대신 진짜 토끼들은 ‘보들보들’에게 숲속에서 누리는, 진짜 아름다운 것들을 알려줍니다.

    파란 하늘의 흰 구름, 작은 새, 반짝이는 별과 달을 함께 봅니다. 낙엽 이불을 덮으며 잠이 솔솔 오는 엄마 토끼의 자장가를 함께 듣기도 합니다.

    각박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사랑을 선사하는 그림책 『보들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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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다니엘 살미에리 (지은이), 이순영 (옮긴이) | 북극곰

    곰과 늑대의 아주 특별한 산책

    어느 고요한 겨울, 깊은 밤 숲속에는 눈송이들만 반짝이고 있습니다. 곰과 늑대는 우연히 서로를 발견합니다. 곰은 눈 내리는 고요한 숲을 즐기러 나왔습니다. 늑대는 눈을 밟으러 나왔습니다. 곰과 늑대는 함께 산책을 하기 시작합니다. 곰과 늑대는 모두 어리고 호기심이 아주 많습니다. 눈밭을 천천히 걸으며 눈과 귀와 코로 눈 내리는 풍경을 느껴봅니다. 눈송이 하나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곰과 늑대의 아주 특별한 산책과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사랑스럽게 담아낸 그림책, 다니엘 살미에리의 『산책』입니다.

    세상과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곰과 늑대는 생김새도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릅니다. 곰은 크고 둥근 머리, 보드랍고 까만 털, 그윽한 갈색 눈동자를 가졌습니다. 늑대는 뾰족한 주둥이, 빛나는 회색 털, 황금빛 눈동자를 가졌습니다. 겨울 동안 곰은 겨울잠을 자야 하고, 늑대는 순록을 쫓아 긴긴 밤을 달려야 하지요.

    이렇게 서로 다른 곰과 늑대가 우연히 눈 내리는 숲속에서 만나게 됩니다. 둘은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한 걸음 다가갑니다. 그리고 둘만의 특별한 산책을 시작하지요.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니 더 좋습니다.

    우리는 가끔 혼자 산책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지요. 인생길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한겨울 숲에서 만난 곰과 늑대처럼, 세상과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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