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안나오려면 매일 30만원씩 노조에게 내라
    2006년 05월 29일 03: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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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설립 → 교섭요청 → 교섭거부 →노조탈퇴공작 → 노조탄압 → 노조와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회사에서 사용자들이 취하는 일반적인 경로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1일 3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이같은 사용자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원장 김기덕)은 29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회사는 금속노조에 단체교섭에 응할 때까지 1일 3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부(판사 성지용 이광우 정하정)는 5월 23일 ▲채무자(이젠텍 회사)는 채권자(금속노조)의 단체교섭청구에 대해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라 ▲집행관은 위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위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1일 30만원을 지급하라 ▲신청비용(변호사비용)은 채무자(회사)가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지난 3월 23일 평택에 있는 이젠텍 회사에서 조합원들이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평택지원은 판결문에서 수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청했고 법원에서도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지금까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될 성실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가처분결정 이후에도 채권자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이상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밝혀 1일 3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교섭에 나오지 않는 사용자 형사처벌 가능성 확대"

결국 이젠텍 회사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일 30만원씩 강제이행금을 지급하고, 형법 제 140조 공무상표시무효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금속산업연맹 조수진 변호사는 "법원에서 교섭에 응하라는 가처분신청이 나와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서 집회나 물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판결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용자들에게 교섭에 나오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쪽의 교섭 거부에 대해 배상금을 물게 한 판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 경기도노조가 낸 소송에서 성남지원은 성남시에게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20만원의 배상금을 내도록 판결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는 전과 다르게 공시하도록 했기 때문에 교섭에 나오지 않는 사용자들을 형사처벌할 가능성이 더욱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에 앞서 3월 20일 복수노조라며 교섭에 나오지 않는 이젠텍 회사를 상대로 낸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응락 가처분 신청’에 대해 "사용자로서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이젠텍지회와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회사, 유령노조 만들어 복수노조 핑계로 노노갈등 유발

평택 송탄공단에서 자동차와 김치냉장고의 부품을 만드는 이젠텍의 노동자들은 지난 10월 12일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2000년에 중간관리자 5명의 이름으로 설립한 유령노조, 즉 휴면노조를 핑계로 교섭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관리자들을 동원해 금속노조 탈퇴서를 배포하는 등 조합원 탈퇴 협박을 계속했고, 용역경비를 10여명 이상 고용해 2달 넘게 노동자들과의 갈등과 폭력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처음에 86명의 조합원이 금속노조에 가입했으나 휴면노조가 한국노총에 가입하고 조합원들을 회유하면서 지금까지 20여명 이상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금속노조 이젠텍분회 박광선 분회장은 "교섭에 응하라는 판결에 힘을 얻었고, 이번에 강제이행금을 내라는 판결까지 나와서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좀 힘들었는데 엄청나게 힘을 얻고 있다"며 "법원 판결이 나와서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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