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죄 받고 8년째 불구속 이호진
    "정당한 법 집행" vs "특혜, 보석 취소해야"
        2018년 12월 12일 09: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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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측이 “보석은 특혜가 아닌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며 보석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특히 이호진 전 회장 측은 정치인과 언론사, 시민사회단체가 ‘황제 보석’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배후세력이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영준) 심리로 12일 열린 2차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이 전 회장 측은 검찰의 보석 취소 의견에 이같이 반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보이고, 중한 처벌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면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높다”며 보석 취소 의견을 냈다. 검찰은 전국 교도소·구치소 내에 암 환자가 288명이나 수용돼 있고, 이 전 회장과 같은 암 환자가 63명이나 된다며 “구속 상태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수천 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8년 가까이 병보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제한된 거주지를 벗어나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법원의 보석 결정에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며 불구속 재판 원칙이 실현된 결과”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이 떡볶이를 먹으러 다닐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어떤 의도로 보도했는지는 몰라도 ‘재벌이 떡볶이 정도밖에 안 먹냐’며 불쌍하게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은 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 측은 태광그룹 수사가 MB정부 당시 ‘청와대 하명’에서 시작됐다면서 ‘황제 보석’ 논란에는 “배후세력이 의심된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 배후세력으로 황제 보석 문제를 제기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채이배 국회의원은 태광과 악연이 있다. 국회의원이 세긴 센 모양이다. 그래서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국세청장, 검찰총장까지 태광을 죽이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독립된 재판을 해 달라”며 “재벌 회장을 떼 놓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법원에 이 전 회장의 황제보석을 취소하고 구속 수감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 제소자들에게 병보석 허가는 꿈같은 일이다. 최근 10년 동안 교정시설에서 병으로 숨진 사람만 180명에 달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경우는 ‘재벌에 대한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다. 돈만 있으면 특혜를 받고 구속을 면제받을 수 있는 현 상황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진 구속 촉구 기자회견(사진=금융정의연대)

    지난달 11일 ‘MBC’에 따라면, 이 전 회장의 수행비서는 “이호진 전 회장이 매일 술을 마시고 하루에 담배를 2갑 이상 피웠다”고 증언하면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CT·MRI를 찍었고, 주치의는 깨끗하고 좋다고 말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환자가 국회에 출석할 상태가 아니’라는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는 이 전 회장과 수시로 어울리며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고용한 변호사는 100명이 넘는다. 특히 전직 대법관도 2명이 나 포함돼 있어 전관예우를 노린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들 “법원은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호진 전 회장의 보석 조건 위반 행위가 보석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해 이호진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1천억 원대 횡령과 배임, 법인세 포탈 혐의로 지난 2011년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간암 등 건강상의 이유로 같은 해 4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이듬해 6월 보석이 허락돼 불구속 상태로 7년 8개월 간 재판을 받아왔다. 1, 2심에서 수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이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은 63일에 불과하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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