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값만 연 4천만 vs 총소득 연 4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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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9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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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동네서 쫓겨나 지하로 비닐하우스로 쪽방으로

    1천만 부동산 빈곤층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 층으로 지하방, 비닐하우스, 쪽방과 같은 인간으로서는 살기 힘든 주거조건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들을 부동산 빈곤층 중에서도 극히 빈곤한 ‘부동산 극빈층’이라 부르겠다.

    부동산 극빈층이 사는 지하방과 비닐하우스촌이 형성된 배경은 1980년대 후반 제3차 부동산 투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대규모 불량주택 재개발 사업으로 빈곤층들이 살던 산동네 달동네 판자촌이 대부분 헐리고 나서 불어 닥친 부동산 투기는 집값과 전세 월세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고 가진 것도 없고 내 집도 없고 벌이까지 시원찮은 빈곤층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택은행 통계를 보면 1986년부터 1994년까지 8년 새 집값은 54% 상승했으나 전세가격은 그 두 배가 넘는 118%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전세값 상승은 달동네 산동네 판자촌에서 셋방을 살다가 그 조차 재개발 사업으로 헐리고 나서 갈 곳이 없던 빈곤층을 무허가 지하셋방, 비닐하우소촌, 옥탑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대한주택공사, 2005).

    이들 부동산 빈곤층의 거주지는 그 자체로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서민주거 개선의 최우선 순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두더지도 아닌데 땅 속에 산다 … 지하방

    전망 좋은 호텔 맨 꼭대기층을 보통 펜트하우스라 부른다. 요즘은 고층 아파트 맨 꼭대기층에 값비싼 펜트하우스가 들어서 ‘구름 위의 집’ ‘별과 구름을 안고 사는 집’으로 불리며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려다보는 경치가 끝내준다’는 조망권값에 부의 상징인 특권층값까지 얹혀 가격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주거용 건물로는 세계 5위라는 강남구 도곡동 지상 262미터 하늘 위 타워팰리스 69층 124평 아파트, 전용면적만 91.19평에 운동장 같은 방 5개와 욕실 4개, 침실에 따로 전실을 꾸미고 부엌과 별도로 식당을 들여놓은 이 곳 집 값을 연리 4.8% 이자로 계산하면 하루 50만원을 훌쩍 넘어 날마다 대한민국 최고급 호텔 최고급 객실에서 자는 것과 같다고 한다. 또 1년치를 4천만원에 공급하는 심층수를 사먹는 집도 있다고 한다(임달호·조재길, 『강남아파트-명문 학군만 따라가면 반드시 돈 번다』, 57~58쪽, 2006).

    이렇게 모두가 세계 최고가 아파트값을 좇아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려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두더지도 아닌 데 땅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 실태조차 정확히 조사된 적이 없는 이들은 2003년 한국도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25만 세대에 달한다.

    이 연구소가 대한주택공사의 의뢰를 받아 2005년에 조사한 결과 한 가구 당 평균 가구원수가 세 명으로 나타났으니 75만 명이 지하에서 사는 셈이다. 이 가운데에는 장애인이 있는 가구도 12.8%에 달했고 이 중 지하에서 생활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지체장애인도 51.9%나 됐다. 조사가구들은 평균 7년씩 땅속에서 살고 있고, 11년째 ‘지하인’인 사람도 14.3%나 된다.

    조사가구의 84.2%가 한달 평균 소득이 200만원이 안 됐고 이 중 40.9%는 100만원도 안됐다. 전체의 88.2%가 월세나 전세를 살았고, 44.9%가 가구당 평균 보증금 983만원을 맡기고 한 달에 21만8천원씩 월세를 살았다. 42.8%가 평균 2,974만원을 내고 전세를 살았고, 지하실이지만 자기집을 갖고 내집에서 사는 사람도 열 중 한 가구 꼴은 됐지만 이들의 평균 집값은 4,467만원에 불과했다.

    전체의 절반은 단독/다가구주택 지하실에서 나머지 절반은 다세대나 연립주택 지하에서, 일부는 점포주택의 지하실에서 살고 있었다.

    땅 속에 사는 이들에게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 1년치 물값 4천만원도 안 되는 “3천만원이 생기면 어디에 쓰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4명 중 3명이 “지상으로 나가겠다”였다. 6.3%는 빚을 갚겠다, 3.9%는 더 넓은 지하방으로 옮기겠다, 다른 3.9%는 아픈 몸을 치료하겠다, 3.1%는 일단 저축해놓겠다고 응답했다(홍인욱, 「지하주거의 실태와 문제점」, 『도시연구』 제8호, 2002.12).

    3천만원만 있으면 지상으로 나가고픈 이들의 생활공간은 그 자체가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봤듯이 현행 최저주거기준 미달 기준 중 주택의 구조·성능·환경기준은 아예 실태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주택공사가 2004~2005년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지하방 주거실태 결과 주택의 구조·성능·환경기준을 제외하고도 지하주거가구 중 최저주거기준미달 가구는 전체가구 평균치의 두 배 정도인 43.3%에 이르렀다.

    인간이 땅 속에 주거공간을 만들어 산 첫 흔적은 기원전 50만 년 전 원시시대 베이징 원인들의 동굴 주거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나 원시시대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된 21세기에 땅을 파고 지하에서 살아야만 하는 부동산 극빈층의 고통이야 말로 한국사회 주택문제의 벌거벗은 모습이다.

    한국사회에서 지하방의 법적 뿌리는 1970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남침에 대비해 대피소가 있어야 한다며 주택의 지하층 설치 의무규정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이처럼 남침대비용 대피소로 시작된 지하층은 1980년대 들어 ‘산동네’ ‘달동네’ ‘판자촌’이라 불리던 빈민 거주지에 대한 대대적인 철거로 쫓겨난 집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까지 폭등하자 밀리고 밀린 끝에 찾아든 극빈층의 보금자리 아닌 보금자리가 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조건이 될 수 없는 지하실에서 사는 것 자체가 인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습기와 곰팡이, 햇볕이 들지 않고 오염된 공기 때문에 어린아이와 노약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J연립 지하층에서 사는 임하용(85)씨와 이부순(72)씨 부부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목이 칼칼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임씨의 단칸방에는 검푸른 곰팡이가 피어있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햇볕이 오후에만 잠깐 들어올 뿐 방안이 하루종일 어둡고 습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부엌겸 거실 구석에는 하수구 구멍이 뚫려있어 장마철만 되면 역류한 하수가 안방까지 흘러들어 매년 물난리를 겪는다. 부엌 한 쪽에는 갈라진 벽에서 물까지 새어나와 하루 한번씩 바가지로 물을 퍼낸다. (문화일보 2003.5.23)

    대한주택공사가 한국도시연구소에 맡겨 실시한 조사결과(2005)를 다시 보면 지하실에서 생활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생활환경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절대다수가 습기라 대답했고 그 다음이 햇볕이 들지 않는 것, 환

       
     

    기 문제, 악취 순이었다.

    현장습도조사에서는 여름철 지하방 실내습도가 바깥보다 최고 85% 높게 측정돼 장마철의 누수, 결로(이슬맺힘), 높은 외기습도 등이 지하방 습도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결과 현장 조사대상 지하방의 73%가 이슬맺힘 현상이 나타나 벽지나 장판, 천장에 얼룩과 곰팡이가 피었지만 제습기를 갖춘 집은 한 곳도 없었다.

    하루평균 지하주거공간에 햇볕이 드는 시간은 평균 40분 정도로 1시간도 되지 않기 때문에 방안은 낮에도 불을 켜지 않고는 지내기 어렵고, 공기가 심하게 오염돼 있어 조사대상의 93% 가구가 심한 악취가 났지만 환풍기가 설치된 곳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가스렌지 후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가스렌지를 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기준치 이상

       
     

    으로 그대로 남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요인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 데 총부유세균은 평균 기준치의 두 배가 넘고, 곰팡이도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 위험수위로 번식하는 것으로 측정돼 실내가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습기와 햇볕 부족, 환기가 안 되는 지하방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과다한 습기로 인한 세균 번식, 햇볕 부족으로 인한 영양결핍과 살균기능 상실, 유해먼지로 인한 호흡기와 폐질환 및 심한 경우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라돈과 같은 위험한 성분이 도사리기에 충분한 조건이 되고 있다.

    지하방 거주민들은 이사를 간다면 몇 층으로 가겠느냐는 물음에는 99%가 지상으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40% 가까이가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이사 갈 계획이 있다는 가구는 40.2%로 나타났는데, 1년 안에 이사 가겠다는 가구는 10.8%밖에 안돼 희망대로 이사할 수 있는 가구는 많지 않았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주거대책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달라는 응답이었다.

       
     

    농작물 키우는 비닐하우스에서 산다

    부동산 극빈층 주거지로서 지하방 다음으로 규모가 큰 게 ‘비닐하우스촌’이라 불리는 신종 무허가 정착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비닐하우스촌은 농업용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그 내부를 얇은 판자로 쪼개 여러 가구들이 살거나, 처음부터 판자나 천막 또는 비닐로 무허가 주택을 짓고 사는 빈민 집단 주거지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100만원 200만원 하는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살던 빈민들은 서울지역 재개발 철거로 밀려난 뒤 전세값 폭등으로 살 곳이 없자 살기 위해서 가까운 곳인 강남,서초,송파구의 빈 땅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정착했다.

    이 곳은 1970대말 대규모 토지구획정리사업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환수한 잉여토지와 개발에 대비한 사유지가 빈 땅으로 있던 자리다. 서울에 정착하지 못한 빈민들은 고양, 광명, 시흥, 안양 등 인접 지역 또는 신도시 인근에 비닐하우스촌을 만들어 정착했다.

    비닐하우스촌은 무허가라는 이유로 건물이 등재되지 않고 철거되는 곳이 많다보니 보고에 따라 규모가 약간 엇갈린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04년 9월 현재 서울시내에만 28개 마을 3,763가구, 서울인근 경기도 시군지역 19개 마을 1,251가구로 전국적으로 44개마을 5,000여가구가 된다고 하니 줄잡아 1만 5천명 정도 된다는 것이다.

    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에만 28개 마을 3,900여 세대, 전국적으로 47개 마을 10,000여 세대가 존재한다.

    또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상반기 현재 서울에만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에 49개단지 1,193동에 2,213가구, 거주자수도 6,298명에 달한다고 한다.

    농작물이나 키우는 비닐하우스촌에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주거조건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화재위험과 불법주거 취급을 받아 생기는 각종 애로사항이다.

    불에 타기 쉬운 재료로 지은 비닐하우스촌은 겨울철만 되면 사소한 불이 화재로 변하고 대형참사를 겪어 가뜩이나 없는 살림을 다 날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있다. 불에 약한 재질로 지은 집일 뿐 아니라 아무런 계획 없이 비닐과 판자 등으로 집을 짓다 보니 소방도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생활환경에 전기설비와 공급방식의 문제로 화재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민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비닐하우스촌 거주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두려워하는 것도 화재나 붕괴의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재위험은 주민들이 두 번째로 힘들어하는 주민등록 문제와 연결돼 있다. 비닐하우스촌은 현행법으로 ‘불법’이다 보니 그동안 주민등록 등재조차 해주지 않고, 전기도 공급되지 않아 농업용 전기나 인근지역에서 ‘불법’으로 끌어다 쓰게 되고, 상수도 공급이 안 돼 물도 우물을 파거나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질이 엉망이었다. 특히 전기시설은 엉망이어서 누전사고가 잦다.

       
     

    물론 사회문제가 되고 소송을 거쳐 주민등록 등재가 된 곳도 있지만 ‘불법주거지’ 취급을 받아 주민등록이 실제 사는 비닐하우스촌 거주지에 등재되지 않다보니 자녀들이 가까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1~2시간 걸리는 곳까지 통학을 하기도 한다. 우편물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각종 공과금에 과태료를 물기도 한다. ‘불법’이니 당연히 철거위협에 시달린다.

    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주민의 68.2%가 자기집 화장실이 없어 대부분 재래식인 공동화장실을 쓰고 있고, 주거시설은 부엌과 세면장이 섞여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근로소득 기준으로 한 달 소득이 150만원이 안 되는 가구가 77.2%이고, 그 중 절반은 50만원이 안 된다.

    자신의 처지에서 언제쯤 정상적인 주거지역으로 이사갈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55%가 평생 불가능하다, 4.8%가 21년 이상, 19.9%는 10~20년, 20.7%는 10년 이내로 걸릴 것이라 응답해 80%가 10년 이내에 비닐하우스촌을 벗어날 희망 자체를 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빈곤층의 마지막 잠자리 쪽방

       
     

    쪽방 거주자 김○서씨(69세, 남), 권○이씨(62세, 남)는 각각 1평이 채 못 되는 작은 쪽방 안에서 가스버너로 커피, 라면 등을 끓여 먹는다. 협소한 방안에서 가스버너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화재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밖에 가재도구란 처음에 입주할 때 받은 홑이불 정도이다. 새 이불도 아니고 지저분하지만 갈아주지 않는다. 방안에 TV가 한 대 있지만 전파가 잘 안 들어와서 TV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창문도 하나 없다.

    “여기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사람 대접받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야”(권○씨)라고 한다. 빨래는 방안에서 널어 건조시킨다.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적 배제의 관점에서 본 빈곤층 실태 연구』, 2003에서 재인용

    ‘쪽방’이라 불리는 미인가 숙소는 부동산 빈곤층이 노숙인이 되기 직전에 머무는 ‘마지막 잠자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쪽방은 2003년 4월 현재 전국에 걸쳐 약 1만 여개가 있고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도 1만 명 안팎이 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2003년 현재 쪽방상담소가 있는 지역에 한정해 파악한 결과로는 서울이 중구 남대문로 5가, 용산구 동자동 등 5개 밀집지역에 4,085개로 가장 많고, 대구와 대전이 각각 1,760개, 1,459개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고 부산과 인천은 1,000개 미만의 쪽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1970년대부터 역이나 인력시장 근처에 형성돼있던 쪽방은 2001년 말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이 빠르게 늘고 제4차 부동산 투기 국면을 맞아 집값이 폭등하면서 지하방이나 비닐하우스촌에도 갈 수 없을 정도로 딱한 극빈층들이 쪽방으로 밀려든 것이다.

       
     

    쪽방은 주로 쪽방밀집지역이나 여관·여인숙, 심지어 일반 주택가나 고시원에도 있는데, 성인 한 사람이 잠만 잘 수 있을 정도의 한 평 남짓한 방으로, 부엌은 별도로 없고 화장실이나 세면시설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 내 공동화장실조차 쪽방으로 개조해 쪽방으로 사용하고 있어 볼일을 보기 위해서는 동네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건물 또한 오래된 것이 많고 일부는 목조건물이어서 화재위험도 매우 높고, 비좁은 내부공간 때문에 골목길에 가재도구를 내놓거나 창고를 만들기도 해서 통행이 어려운 곳이 많다.

    대한주택공사가 한국도시연구소에 맡겨 2004년 6월1일부터 7월10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인천, 전주지역 쪽방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0%가 건물 내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있고 14%는 동네 공중화장실을, 1.6%는 인근 전철역이나 기차역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쪽방건물내 공동화장실은 대개 한 건물에 하나 정도 있고, 많게는 수십개의 방이 있는 쪽방건물에 화장실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 화장실 중 25.7%는 재래식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53%는 쪽방 내 수도시설을 이용해 목욕을 하고, 유료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은 26%, 종교·복지단체의 무료목욕권을 이용해 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은 12%로 나타났다. 쪽방건물 내 수도시설은 대개 건물 층별 또는 건물별로 하나 정도 설치돼 있는 키낮은 수도꼭지가 전부이며,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개방공간이기 때문에 맘 편히 목욕할 수 있는 조건은 못된다.

    세탁공간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개별적인 난방조절이 불가능해서 외풍이 많은 겨울철에는 전기장판을 사용하기도 한다.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전화기, 라디오, 선풍기, 조리기구, 전기장판, 이불, 전기밥통 등 10가지 생활도구를 조사한 결과 평균 3분의 1은 쪽방거주기간 동안 주인이 빌려주고 있었다. 자기 것도 없고 집주인이 빌려주지도 않아 아예 세탁기 없이 사는 가구가 65%, 냉장고는 42%, 전화기나 휴대폰은 56%, 전기밥통은 40%, 라디오·카세트도 66%에 달했다.

    쪽방주민(가구주)의 평균나이는 53세, 이 중 87%가 혼자 사는 단독가구이고 10%는 두 명이 사는 2인가구이다. 전체의 86%가 남자이며 중졸이하가 77% 고졸이 20%로 대체로 저학력이다. 53%는 직업이 없고 가장 많은 직업은 건설일용직으로 전체 가구주의 26% 직업가진 사람의 절반이 넘는다. 62%이상의 가구주는 6개월 이상의 만성질환을 한 개 이상 앓고 있고, 전체의 3분의 1은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탓에 의료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는 경우는 3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못 내고 있거나 잘 모른다는 응답으로 정상적인 의료보험혜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주민이 2000년 이후 쪽방에 들어왔고 1990년대가 전체의 3분의 1, 1980년대부터 쪽방생활을 시작한 사람도 12%나 됐다. 43%가 노숙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쪽방이 노숙을 넘나드는 경계선임이 나타나고 있고, 넷 중 한 사람은 신용불량자로 나타났다. 전체의 3분의 1 이상은 가족친지와 아예 연락을 끊고 살고 있고 21%는 연락할 만한 가족친지가 없다고 대답하는 등 절반 이상이 가족친지 관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돼 살고 있었다.

    조사대상자의 60%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수급자로 생계급여를 받는 저소득 가구인데 생계급여를 포함한 월평균 가구소득은 36만원에 불과했다. 집세는 전세나 월세도 아니고 날마다 5~6천원씩 사용료를 내는 일세가 주종을 이루는 데 한달평균 12만~18만원에 달해 가구별 주거비 부담비중은 평균 48% 다시 말해서 소득의 절반을 집세로 내고 있었다.

    식대까지 합치면 지출의 74%를 이뤄 자고 먹고 나면 쓸 돈이 거의 남지 않아 전체의 90%가 저축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10%는 저축을 한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절반이 저축해놓은 돈이 100만원에 못 미쳤고, 나머지 절반도 많아봐야 500만원이 안 되는 게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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