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여당 "그대의 몰락이 기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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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9일 09: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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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3일 앞두고 여당 안에서는 희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당 최고위원이자 도지사 후보인 사람은 당의 대표에게 “그런 식으로 하려면 당을 떠나라”고 들이댄다. 사실상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를 위한 조종인가, 바로 당신들은 위해…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문재인씨의 ‘부산 정당’ 발언과 정동영 의장의 ‘호남 단결’ 노선이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선거전술’이라면 이는 열린우리당이 스스로를 향해서 조종을 울려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득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지만, 된다 한들 국민들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열린우리당만 보면 스스로 존재의 근거를 배신하는 것이며, 한국 정치 전반을 놓고 볼 때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다. 자신들이 애초에 내세웠던 가치와 지향에 대한 사망 선고다. 개혁에 실패한 또는 잘못된 개혁에 성공한 집권 세력이 ‘지역’이라는 망령에 빌붙어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YS-DJ-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5년에 기대를 가졌던 모든 이들에게는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일 것이다.

그들의 등은 지역에 밀착해 있지만, 그들의 입은 민주와 개혁을 얘기하고 있다. 이 ‘오래된 거짓말’은 차라리 허무하다.

‘오래된 거짓말’은 허무하다

정동영 의장은 또다시 낡은 축음기를 꺼내놓고 그 위에 철지난 LP판을 돌리고 있는데, 애처롭게도 ‘민주개혁 연합가’라는 이름이 붙은-다른 유사 곡명도 많이 나와 있다-이 옛날 유행가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짜증만 나게 만드는 노래를 틀어주면서 함께 춤을 추자고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평소에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새로운 ‘신곡’ 하나 제대로 작곡하지 못한 집권세력의 예상된 끝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이런 정동영 의장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개혁에 실패한 실용파의 수장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창당 초심’을 잊은 채 지역당인 민주당과 연합하려고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그렇게 하려면 당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의 화살은 잘못 조준됐다

하지만 김두관 후보의 일갈은 공격의 시점과 공격의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김두관 후보가 정 의장을 조준해 쏜 화살은 대연정을 얘기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했어야 했다. 노대통령의 대연정은 개혁의 실패를 지역주의 때문인 것으로 과잉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오도된 해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김두관 후보의 발언은 개혁 초심이라는 노선 발언이라기보다 선거용 발언이거나, 지역적 이해를 바탕에 둔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둘 다일 수도 있다.

민주연합이니, 개혁사수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제 다 끝난 일이 아닌가. 자신들이 끝낸 일이다. 고건을 모셔오면서 민주연합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나, 한나라당과 본질적으로 다른 게 없기 때문에 대연정도 가능하다고 얘기한 노대통령을 옹호하면서 개혁 사수를 운운하는 사람들이나 거기서 거기다.

들어맞지 않은 예상과 배신당한 기대

아무튼 여권의 이런 자멸적 상태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5.31 선거 이후 당내 권력 투쟁의 초반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갈라서기 위한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있다. 이른바 ‘여의도 괴담식’ 해석이다.

   
▲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연합뉴스
 

아무려나 여당은 그래도 아직은 가진 것이 많은 동네라서 내부 구성원들이 ‘쿨’하게 이별하고 쉽사리 해체되지는 않겠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살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대로 버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살길이 사람을 빌려오는 것이든, 제도를 확 바꿔놓는 것이든.

돌이켜 보면, 현 정권 출범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거나 기대했던 것들의 큰 가닥 가운데 하나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기득권 세력들의 유지와 재생산 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다양한 목록 가운데에는 역사적 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의 왜소화나 무력화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들어맞지 않았고 기대는 배신당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단독 고공행진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성공의 한계’에서 정치 지형이 새로이 짜여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끝’에서 과거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성공의 한계’와 ‘실패의 끝’

물론 아직도 그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상당수는 한나라당에 대한 근원적 안티 세력이나, 인물에서 인물로 넘어가는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과거와 연결된 증오보다는 우월한 비전제시 능력과 실력이 더 중요하다.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여당이 모를 리 없기 때문에 그들의 무능함은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당의 무능이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집권 여당의 무능과 노대통령의 실정이라는 게 국민 여론 조사 결과다. 때는 늦었고, 그들의 실력은 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진보정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현 정권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거나 지지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함께 수구적인 한나라당을 포위해서 개혁을 성공시켰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일 뿐, 실제로 여당은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정국을 운영해왔다. 물론 선거 때는 예외다.

사학법 케이스는 드문 사례였다. 자주 선택됐어야 할 사례였다. 현 정권의 개혁을 지지 하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으며, 현 정권의 주요 정책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드물 수밖에 없는 사례다.

사람과 정책으로 대중을 유혹하는 당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면서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위와 같은 정치적 진화를 달성하는데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매력적인 좌파 정치인’을 키워내고, 더 중요하게는 ‘매력적인 좌파 정책’을 만들어내서 절망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민중들을 ‘유혹’하고 그들에게 울림을 주는 진보정당이 되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과제이면서 한국 정치의 비어있는 곳이다.

열린우리당이 현재 이 지경이 된 것에는 민주노동당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각’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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