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란과 대화 나서나
        2006년 05월 27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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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핵위기와 관련해 그동안 대이란 압박에 치중해온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이란과 직접 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유럽과 미국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유럽 관리들과 최근 부시 행정부 내에서 실제로 이란과의 대화 방안을 논의했던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 부시 행정부 내에서 이란과 직접 대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열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1979년 이란혁명과 그에 이은 미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이란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까지도 이란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시와 이라크 전쟁 초반, 이란 남동부 유적 도시인 밤 지역의 지진 때 간헐적인 대화만 있었을 뿐이다.

    부시 행정부 내 매파들은 미국이 대화 의지를 보이면 약한 것처럼 보일 것이고,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이란과의 대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 관리들은 미국의 대화 결정이 조속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시 행정부 안팎에서 대이란 전략의 변화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사실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4일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대화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넌지시 밝혔다.

    공화당쪽 전직 관리들도 미국이 이란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칼럼에서 마무드 아마디자네드 이란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대화의 물꼬를 틀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함께 일했던 리차드 하스 외교협회(CFR) 회장, 리차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도 이란과의 직접대화를 지지하고 있다. 아미티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 이상이다. 친구가 아닌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야 하고 싫어하는 사람하고도 대화를 해야 한다”며 “행정부의 몇몇 사람들은 외교를 허약함의 신호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외교를 통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직접적인 대화를 바라는 유럽쪽의 요구도 거듭되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라이스 장관에게 이란과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달 초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냐, 경제제재냐를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란 정부는 이미 미국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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