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개편, 그 생존의 몸부림 이면을 한꺼풀 벗겨보면
    2006년 05월 27일 0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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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발 정계개편론이 무성하다. 한 번 물꼬가 터지더니 계속 나온다. 정동영 의장이 단초를 제공했다. 그는 최근 호남 지역 유세에서 민감한 발언을 했다. 지방선거 후 민주당과 당대 당 통합을 추진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언론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집요하게 물었다. 정 의장에게도 묻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물었다.

해명이 잇따랐다. 정 의장과 여당 의원들은 그저 원론적인 말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마다 미묘하게 어감이 달랐다. 게중에는 정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으로 간주됐다.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여권발 정계개편론은 그렇게 증폭됐다. 여당 내에 정계개편에 대한 수요가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계개편이란 뭔가. 정치판을 새롭게 짜는 것이다. 왜 새로 짜는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여당에서 정계개편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뭔가. 지금 상태로는 오는 대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지역주의 구도로 짜여있다. 영호남을 축으로 한 동서 분할구도다. 이런 구도는 연원은 오래 됐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87년 양김의 분열로 심화되기 시작했으며 지난 97년 대선을 거치면서 고착화됐다. 이른바 DJP연합의 유산이다. 이런 구도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먼저 서부권 벨트의 약화를 일부 감수하면서 영남에 근거지를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동진정책이다.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뿐인가. 자칫 ‘집토끼’도 잃게 생겼다.

남은 선택지는 서부권 벨트의 재구축이다. 동서 분할구도의 공고화다. 서부권 벨트의 핵은 호남이다. 호남을 잡아야 한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서울까지 북상해야 한다. ‘집토끼’론이 이런 내용이다. 정동영계와 김근태계 모두 이 같은 총론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비슷비슷한 브랜드들, 이를테면 ‘민주세력 대연합’, ‘평화개력세력 대연합’, ‘중도실용세력 대연합’, 심지어는 ‘신자유주의 반대세력 대연합’ 조차도 동서 분할 구도를 복원하려는 지역주의적 전략의 정치적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여당이 서부권 벨트를 재구축하는 방법은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과 ‘합종’을 하는 것이다. 이른바 소연정이다. 소연정을 추진하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이 동서 분할 구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는 ‘연횡’을 택하면 여당의 서부권 벨트 전략은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와 관련, 얼마 전 시사저널 조사에서 광주지역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46.4%로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어느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후 한나라당과 공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동서 분할 구도에 동참한다고 해도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통합의 방식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어느 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느냐는 문제다. 여당 입장에서는 당대당 통합이 바람직하지만 그걸 강제할 힘이 없다. 민주당은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통합하려면 당을 깨고 나오라는 얘기다. 현재의 세력관계에서는 쉽게 결론내기 힘든 문제다.

여당 내부의 교통정리도 녹녹치 않아 보인다. 여당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내에서 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대선 후보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건 대망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지만 다른 잠룡들이 순순히 대권행 티켓을 헌납할 리는 만무하다. 여당 내 부동의 대권 후보 1위 자리를 지켜온 정동영 의장은 더욱 그렇다. 이들간의 알력과 주도권 다툼도 ‘합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정황상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여당 주도의 소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동서 분할 구도의 복원은 곧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파산을 의미한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 영남 세력은 존재근거를 잃게 된다. 이들은 동서분할 구도로의 U턴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민주당과의 합당 불가 발언’, 정 의장의 ‘통합론’에 대한 조경태 의원의 공개적인 반발은 이런 맥락 속에 있다. 27일 이른바 영남 민주세력의 맏형격인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가 "정계개편이나 합당은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적 합의와 동의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정개계편론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당을 깨고 나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친노세력이 유시민 장관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만일 이들의 주장대로 당이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거나 혹은 동진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호남 지역 의원들이 당을 깨고 나갈 수도 있다. 앞으로 가건 뒤로 가건, 동쪽으로 가건 서쪽으로 가건, 여당이 현재의 모습을 길게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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