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주의 44.6%, 개혁주의 21.3%, 정치주의 24.1%
        2006년 05월 27일 10:43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이 올해 상반기 모든 조직에 걸쳐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실시해 올해를 ‘산별노조 완성의 해’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 가운데 노조 간부들은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산별전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노동운동연구소가 발간하는 <연대와 실천> 6월호에서 임영일 소장(경남대 교수)은 민주노총 산하 화섬연맹(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의 조직상황과 산별노조 전환 가능성을 진단한 글에서 민주노총의 공식 방침에도 불과하고 “실제로 구체적인 산별 전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산별 전환 투표를 실시한다 해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지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화섬연맹의 이러한 상황은 화섬연맹이 안고 있는 객관적인 제약 조건들, 그리고 운동 주체적 조건의 문제점들에서 고루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섬연맹의 중앙과 지역, 주요 단위 사업장의 지도부들이 내부 이견을 극복하고 강한 의지와 일관된 방침을 가지고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맹 대의원 86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연맹, 단위노조 간부들에 대한 면접조사를 통해 임 교수는 △지역, 업종별 구성상의 불균형 △산별교섭구조 확립의 어려움 △산별전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의 부재 △조직 규모나 의견그룹들 사이의 입장 차이 등의 제약조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우선 노조활동의 목표로 “노동자와 사용자의 공존과 번영”이나 “임금인상 등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꼽은 응답자를 ‘실리주의’로 “전체 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법, 제도적 개선”을 꼽은 응답자를 ‘개혁주의로, “노동계급의 단결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꼽은 응답자를 ’정치주의‘로 분류했다. 조사결과 실리주의가 44.6%로 가장 많았고, 개혁주의가 21.3%, 정치주의가 24.1%로 나타났다.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을 ‘매우 그렇다’ 1점, ‘조금 그렇다’ 2점, ‘그저 그렇다’ 3점, ‘별로 그렇지 않다’ 4점, ‘매우 그렇다’ 5점의 등간척도로 분석한 결과 전체평균 4.6%로 산별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상당히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위노조 소속, 정치주의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산별노조의 전환시기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이 59.3%로 많았지만 여건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도 35.8%에 달했다. 연맹 소속은 점진적 전환(52.3%)이 노조 소속은 조속한 전환(83.8%)이 많았고 실리주의적 입장의 응답자들 사이에서 점진적 전환(47.2%)을 택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어떤 산별노조를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금속을 포함한 제조업을 포괄한 제조산별이 50%로 가장 많았고, 업종산별이 19%, 화섬산별이 18%, 지역산별이 9.5%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업종산별을, 중소기업의 경우 제조산별이나 화섬산별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돼 조직규모별 차이도 드러났다.

    산별노조 전환의 장애요인으로는 “산별전환 필요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과 공감부족”과 “대기업노조 간부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해서”라는 응답이 5점 척도에서 각각 4.0점, 3.8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산별노조 자체에 대해서는 “관료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응답이 3.0점으로 우려의 강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노조의 일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많아서”나 “현재 존재하는 산별노조의 활동에 부족한 점이 많아서” 등에 대해서도 강도가 높지 않았다.

    임 교수는 “외부적 방해 요인,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의 장단점 문제, 산별 전환이 가져 올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 문제 등이 그다지 큰 방해 요인이 아니라고 보고 있음을 감안하면, 결국 응답자들은 산별전환 문제는 대체로 지도부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정치활동과 관련,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4.2점으로 매우 높고, 노조간부들의 정치적 진출(3.9%)에 대해서도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노조 소속일수록, 경력이 오랜 간부들일수록 더 높고 정치주의적 경향의 응답자들이 매우 높았다. 노조 간부의 정치적 진출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슷한 응답분포를 보였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