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반발 확산
의료공공성 파괴, 건강보험 붕괴 우려
내국인 진료도 가능···"대재앙", 청와대와 사전 교감?
    2018년 12월 06일 04: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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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민들의 반대에도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과잉진료, 의료비 폭등, 의료양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과도한 걱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일명 제주도특별법 곳곳의 허점 때문에 의료민영화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양대노총 보건의료노조 대표자, 의료연대본부, 인도주희실천의사협의회 등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은 현행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민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녹지병원 개원 허가로 “전국에 걸쳐 있는 경제자유구역들에서도 영리병원이 개설될 길이 열렸다”면서 국내 성형외과나 건강검진 병원들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영리병원 허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녹지병원 개원 허가가 국내 전역에 영리병원 개설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의료민영화 우려에…원희룡 “현실성 없다”

원희룡 지사는 시민사회의 의료민영화 우려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정부는 영리병원 추가로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영리병원이) 국내 일반병원에 확산되는 건 국회에서 의료법을 전부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에 한정해 녹지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 지사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다 규정이 돼 있는데 그 법이 하루아침에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녹지병원은) 외국인 치료로 한정이 돼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건강보험 체계가 하루아침에 다 사라지는 것처럼 문제 제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노동·시민사회 “외국인 대상 명시화 안 돼 있어, 내국인 진료도 가능”
의료양극화, 의료비 폭등 심화 우려

시민사회계는 상반된 입장이다. 일각에선 녹지병원 개원 허가 결정을 두고 “대재앙의 서막이 올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선 녹지병원이 외국인만 받을 수 있다는 제한 규정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녹지병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제주도특별법엔 명시적으로 녹지병원이 외국인 대상 병원이라고 특정하지 않고 있다. 녹지병원은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현행 의료법에 따라 얼마든지 내국인도 진료도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특별법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법률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

오상원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진료를 제한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환자들이 가서 진료 요구를 하게 되면 녹지국제병원이 (거부했을 때) 진료거부로 의료법에 위반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지병원은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병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자를 진료해도 확인할 방법도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개설 허가를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회견에서 “특권층은 어떻게든 호화 영리병원의 진료를 받으려고 할 텐데 제주 녹지병원이 외국인만 상대로 한다는 게 실현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가 사실상 가능해지면 국내 병원에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영리병원 설립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양극화’, ‘의료비 폭등’, ‘건강보험 체계 붕괴’ 등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이미 영리화될 대로 영리화된 국내 의료체계는 제주영리병원희 허가로 더욱 영리화 추구로 내달릴 것”이라며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고 이에 따른 의료 불평등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체계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가 녹지병원 개원 허가를 결정한 데에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민운동본부와 노동·의료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도 측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녹지병원 개원 불허를 확정했다. 공론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제주도민이 압도적으로 개원 불허를 선택한데다, 영리병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제주도민들도 공론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반대 의견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원 지사도 지난달 19일까지만 해도 도의회에서 도의원들의 질의에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원 지사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지난 4일이다. 이날 한 언론은 원 지사가 전날(3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관련 총괄 검토회의’를 열고 “이번 주 중 녹지병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녹지병원 허가 여부에 대해 “청와대·정부 측과도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이러한 발언은 녹지병원 개원이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의혹을 일게 했다.

더욱이 제주도에서 개원 허가 결정의 근거로 내세운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등이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도민운동본부는 판단하고 있다. 공론조사 전부터 이러한 문제들은 충분히 제기가 됐고 원 지사는 이를 감수하고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원 지사가 복지부, 청와대와 한 번 더 협의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그 전에 복지부와 청와대 쪽에 의사 타진한 것 같다. 청와대와 복지부에서 (녹지병원 설립에 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기 때문에 (녹지병원 설립 허가 쪽으로) 진도를 나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며 녹지병원 개원을 반대했던 시민사회에선 원 지사가 공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도민의 민의를 거스른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규탄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영리병원 설립 ‘방조 행위’를 함께 비판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복지부가 지난해 9월 제주도에 보낸 녹지병원 설립에 관한 공문도 다소 애매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문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므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도민운동본부관계자는 “(정부가 의료영리화에 반대한다면) 제주도에 이 문제를 명료하게 짚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문재인 정부는 제주영리병원 허가를 막을 수 있었다. 제주도민 공론조사의 불허 결정도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마치 박근혜 정부가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원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묵인 방조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병원의 영리법인 설립 금지’를 분명히 했다. 이 공약은 깨졌다”며 “이를 지키지 못한 민주당과 현 정부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이유”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 부처는 제주 녹지국제 영리병원을 막아서기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의료영역을 포함한 규제완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며 “원희룡 제주도의 영리병원 개원허가가 이 같은 움직임과 결코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개원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과 허가는 문재인 정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정치적 결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 졌음이 분명하다”며 “그간 의료의 영리화를 반대하고 영리병원을 막아서온 우리 국민들의 묻고자 하는 책임 역시 온전히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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