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투쟁 돌입!
스크린도어 설치 요구
[지하철 이야기]"생존 위한 몸부림. 그런데 김군이 죽었다. 이제는?"②
    2018년 12월 06일 04: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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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회의 글 “자살-사상사고! 막거나 피할 수는 없을까?”

4호선 두 개 지회가 즉각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열차가 각 역당 30초 정도로 여유 있게 정차하는 회사사규(작업규정)에 근거한, 준법 투쟁이었다. 승객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노조 승무지부는 열차 속보를 배포하는 한편, 역사 대자보를 부착, 이용시민에게도 호소했다.

화면이 두 개인 작은 흑백 모니터로는, 승강장 승객 동태를 다 살펴볼 수 없다. 특히 곡선 승강장은 곳곳이 사각지대다. 승무원(차장)이 승객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

* 사진 설명 – 왼쪽: 퇴역한 1호선 AD전동차 102편성. 1974년 개통 때 도입되었고 1999년까지 영업운전함. 오른쪽: 퇴역한 2호선 대우저항전동차 201편성. 1980년 도입되어 운행하다 2005년 영업운전 종료함

* 사진 설명 – 2호선 전동차 운전실 전면유리 모서리 부분. 사상사고 등 파손으로 인한 기관사 부상 방지위해 안전필름이 들어 있음.

‘인명 사고 예방, 시설 개선’, ‘구속 승무원 즉각 석방!’

시민단체 등과도 승객 안전 대책을 논의하며, 조합원 구속 등 상황에 공동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아갔다.

1,800승무원(조합원)의 지지와 호응을 받아가며 전개되고 있었다. 준법 투쟁을 직접 실행하는 동작승무, 상계승무에서 분위기가 점점 고조 되었다.

그간 직무상 당할 수밖에 없는 사상사고였고, 결국에 구속까지 되는 동료를 보며, 쌓인 울분이 폭발하고 있었다. 시설 개선 등 대책도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공사 경영진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열차 운행 지연이 상당했다. 4호선은 승강장이고 역사이고 곳곳에서 승객들로 넘쳐 났다.

서울지하철공사 경영진과 서울시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나름 수습해 보고자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노조 승무지부는 준법투쟁 3일차부터 ‘1-4호선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1호선(종로), 2호선(구로, 성수), 3호선(옥수)승무지회에서도, 역당 30초정차 준법투쟁에 들어가는 준비를 마쳤다.

그럴 즈음, 구속자 석방 및 시설 개선 등 책임인정에 미온적이었던 공사 경영진의 태도가 변했다. 서울지하철을 관장하는 서울시의 입장도 바뀌었다. 당해 차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시킨 검찰(검사)의 일 처리에 변화가 보였다.

결국, 준법투쟁 3일차에 노사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서울지하철공사가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내용은 「… 관계기관과 협조를 통해 최단시일 내 석방되도록 노력한다.
… 신분상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한다. … 시설개선사항으로 1) 곡선역 및 승환역에 우선적으로 연내에 대형 컬러모니터를 설치한다.」 이다.

합의서를 체결한 그날, 구속되어 있던 차장이 석방됐다. 노조 승무지부의 준법투쟁은 일단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외환의 극복을 통해 그 힘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전환될 수 있었다.

* 사진 설명 – 1호선 청량리역 1,6번 출구앞 매표소. 1974년 영업이후 지금까지 구조가 거의 안바뀜. 경동시장 이용시민 노인층이 주로 드나드시는 통로임

준법투쟁 전 과정과 합의내용을 거쳐,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PSD) 설치가 승무원 전체의 염원에 가까운 해결 요구사항이 되었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종사자도 정신적 충격에 휩싸이는 저 끔찍한 사건에서 벗어나려는, 서울지하철 승무원들의 열망이 표출되었다.

결국, 열차가 빈번하게 운행하는 선로로 뛰어들거나, 심신미약 상태 등으로 선로에 드나드는 그 자체를 ‘원천봉쇄’ 해야 한다는 집단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노조 승무지부는 이를 조직적인 요구로 결정하였다. 1994년 그해 노사 교섭에서, 노조는 안건으로 ‘승강장 출입문 설치건’을 제기했다.

당시 싱가폴 지하철에 다녀온 직원이, 그곳 승강장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왔는데 그것은 충격적이고 획기적인 자료였다.

그 당시 매년 승강장 선로에서 일어나는 사상사고는 30건(명) 이상이었다.

그런데, 공사는 예산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이 완강했다. 2009년에 완료된 서울지하철(1-8호선) 승강장안전문 설치 공사비가, 역당 10억-15억이 들었는데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노조 내부에서 이견도 있었다. 새로운 시설(승강장안전문)이 도입되면 발생하는 작용과 반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선로와 승강장이 밀폐 차단되면 승강장의 공기 질은 좋아지지만, 선로 구간에서는 순환에 장애가 생겨 나빠진다. 따라서 심야 작업자가 일하기에 곤란하다. 지금도 그렇다.

배면에 깔린 우려는 승강장 감시 업무 경감 및 시설 유지관리 업무 증강에 대해, 공사가 책임 있는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노조 승무지부 지도부의 의견은 이랬다.

-승강장안전문이 생기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
-승무원의 절박,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열차 안전운행과 승객 안전에 대한 대책이 긴요하다.
-지금, 1일 400만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이용 시민의 요구도 받아 안고 함께하자.

승무지부는 입장과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이것이 관철된 노조의 공식 입장이 노사 실무교섭 때 개진된 것이다. 역대 노조 승무지부는 사상사고 시에 발생하는 승무원(조합원)의 위험을 해소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96년 : 승무원이 사상사고 시 겪을 수밖에 없는 충격을 반영해서, 사고 이후 3일간 유급휴가를 노사 합의로 부여했다.

97년 : 사상사고가 발생하면 최단시간에 소속과 관계없이 승무교대 되도록 노사가 합의했고, 이후 시행하였다.

2005년 : 사상사고 관련 승무원의 정신적 충격 및 급성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치유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승무지부는 그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스크린도어 설치’를 제시했다. 그것은 이용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였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러한 승무지부의 요구를 받아서 승강장 선로에서 발생하는 승객 사상사고를 방지하고, 조합원의 생존과 이용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해결책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것을 조직 결정하였다.

승강장안전문 설치는 그러나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와 같은 참담한 불행과, 부실한 시공과 잦은 고장으로 인해 (철거후) 재시공에 이를 정도의 험난한 난관이, 독사가 아가리를 벌린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필자소개
서울교통공사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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