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환경기준 미달 가구 93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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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7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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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성능·환경기준 미달 … 곰팡이 바퀴벌레와 함께 살다

    넷째, 주택의 구조·성능·환경기준이다.

    눈비가 오거나 날씨가 풀리면 무너질 위험이 있거나, 불에 잘 타고 습기에 약한 재질로 된 집에서 산다면 주거수준의 최저 최고를 따질 정신도 없을 것이다. 방음이 안 돼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고, 창문도 없는 집, 하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집, 불을 때도 때도 추운 집, 차가 지나가면 고무다리처럼 흔들리는 집,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세균과 함께 사는 집, 해일·홍수·산사태 등 자연재해 위험에 크게 노출된 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소한 사람이 사는 데 필수조건인 안전하고 쾌적한 집의 기준이라 하겠다.

       
     

    [사례] 해가 들지 않고 통풍이 잘 안되어 곰팡이가 자주 피는 방에서 생활하다 보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이 될 법하다. 더군다나 고령으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는 더욱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 지하주거에 생활하는 이○자씨(69세, 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현재 69세로 손자와 함께 두 식구가 생활하고 있는 이○자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곰팡이가 피고 그래서 이렇게 내가 몸이 자꾸 아픈가 봐요. 감기도 자주 걸리고…. 공기도 나쁘고…. 머리도 무겁고…. (손자도) 목에 편도선이 있어서 고생했는데 감기 들까봐 그냥 미리 옷을 많이 입혀요”

    – 국가인권위원회(한국도시연구소), 『사회적 배제의 관점에서 본 빈곤층 실태 연구』, 2003

    그러나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분석은 세 통계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2000년 통계의 경우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이 항목은 아예 조사되지 않아 분석자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주택의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나 전문가의 평가가 뒤따라야 하는 항목인데다, 침실․시설․면적기준은 내용이 분명한 데 비해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은 측정기준이 대단히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객관적인 분석이 어렵게 돼 있다. 분석할 수 있는 조사 자체가 없는데다 기준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어 주거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인 데도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2005년 건교부> 통계는 이 같은 한계 안에서나마 관련항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불만족 정도를 측정해 지수화하는 방법으로 구조․성능․환경기준에 대한 미달가구를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구조·성능·환경기준 미달가구는 전체가구의 17.3%인 272만 8천가구 927만 5,200명에 달하고 있어 이를 제대로 집계할 경우 실제 전체 최저주거 미달가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환경에 대한 불만은 전체 가구의 10.1%, 성능에 대한 불만은 9.8%, 구조에 대한 불만은 7.0%로,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에서 점유형태별로는 월세/사글세에서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경기를 비롯해 지방의 대전, 광주, 전라남북, 충청남북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악의 주거환경 ‘3중 중복미달’

    다섯째, 침실·시설·면적 등 모든 최저주거기준이 다 중복미달된 가구 현황을 보자.

       
     

    세 통계를 종합하면 최소 11만에서 최대 74만 가구가 침실, 시설, 면적기준에 모두 미치지 못한 최악의 주거상태를 보이고 있다.

    <2000년 통계청> 통계를 보면 침실․시설기준 모두 중복되게 미달되는 가구의 3분의 2(68.6%)가 가구주가 30~40대인 가구에 집중돼 있으며, 미달가구의 84.6%와 82.5%가 각각 4인 이상 가구와 단독주택에 몰려 있다. 자기집에 사는 가구(44.5%)와 셋방에 사는 가구(48.9%)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중복미달가구가 분포돼 있는 데, 전세(17.5%)보다는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31.4%)에서 중복미달의 고통이 심하다.

    전체 최저기준미달 가구 330만 중 90%가 도시에 살지만 농촌에 사는 빈곤층의 경우에는 중복미달이 많아서 더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농촌가구는 35만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9만3천가구가 중복미달로 집계되었고, 중복미달가구의 직업도 34.4%가 생산직이지만 농임어업광업(25.3%) 비중도 상당히 되는 것으로 봐서 농촌지역 미달가구의 주거수준이 매우 열악함을 보여주고 있다.(이상 <2000년 통계청>)

    한편 <2000년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소년소녀가장가구, 편부가구, 편모가구에서 평균점을 웃도는 침실·시설·면적 중복미달가구가 발견되고 있다.

    부동산 빈곤층 고통 사회가 해결해야

    이제 330만 가구 줄잡아 1천만 명이 넘는 최저기준미달 가구 전체의 실상과 성격을 살펴보자.

       
     

    <2000년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사는 빈곤층은 주거밀도, 주택유형과 점유형태, 주거시설과 낡은 정도 등 주거생활의 모든 면에서 전체 가구의 평균치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열악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현재 1,431만 전체가구는 평균적으로 1인당 7.3평의 주거면적을 누리면서 방 한 개 당 0.98명 즉 사람 수 보다 방이 남는 상황이지만,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미달가구의 1인당 주거면적과 방당 가구원수는 6.2평과 1.23명으로 주거밀도가 매우 높다.

    대한민국 평균 가구의 3분의 1이 넘는 36.6%가 아파트에 살고 단독 및 다가구 주택에는 49.6%가 살고 있는 데 비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5분의 4가 단독 및 다가구 주택에 살고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6%에 불과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사는 집은 6년 전인 2000년 현재 지은 지 22.2년이나 된 낡은 집으로 전체가구 평균치 13.3년 보다 9년이나 오래됐다. 미달가구의 40.7%는 20년 이상을 같은 집에 살고 있어 이사를 해서 더 나은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에서 자가가구는 71.5%가 20년 넘게 같은 집에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가구 중 내집을 갖고 자기집에서 사는 비율이 54%이지만 미달가구는 42.9%에 머물렀다. 반대로 셋방살이를 하는 사람은 전체가구가 43%인 데 비해 미달가구는 53%가 셋방에서 살고 있는 데, 특히 셋방살이 중에서도 처지가 더 어려운 월세, 보증부월세, 사글세 비율은 전체가구 평균치 15%의 2배인 31%에 달했다.

    전체가구의 87%에 달하는 1,245만 가구가 입식부엌, 수세식화장실, 온수목욕탕을 완전히 갖추고 살고 있고 입식부엌을 갖추고 사는 집은 93.9%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아직도 수세식화장실을 갖춘 곳이 29.1%에 불과해 세 집 중 두 집은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이거나 화장실이 아예 없고, 온수목욕탕과 입식부엌을 갖추고 사는 집도 각각 50.7%와 71.2%로 대한민국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이상 <2000년 건교부> 통계).

    <2000년 통계청> 통계를 보면 도시의 결혼한 30~40대 가구주로 가족수가 4인 이상인 가구에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집에서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농촌인 면(10.6%) 보다 도시지역인 동과 읍에 89.4%가 집중돼 있어 전체가구 평균 보다 도시집중도가 약간 높고, 전체가구의 가구원수 4인 가구가 43.1%인 데 비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73%에 달한다.

    전체가구의 30대와 40대 가구주가 절반을 약간 넘지만(53%),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30~40대 가구주는 3분 2가 넘는다(67.4%). 가구주 직업 중에서 전체가구 평균치를 넘는 직업은 생산직(36.1%), 판매직(9.2%), 서비스직(6.6%) 등으로 이들 밑바닥 직장인들의 비중이 최저주거기준의 절반이 넘고 있다.

       
     

    <2005 건교부> 통계를 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저소득층 중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어 가난한 빈곤층이 부동산 문제로 주거생활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미달가구 발생빈도는 29.8%로 고소득층의 세 배, 중소득층의 두 배에 육박 한다.

    통계청이 전 가구를 소득별로 10%씩 나눈 소득 10분위별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살펴보면, 한 달 평균 소득이 46만원인 1분위를 비롯해 123만원인 2분위, 158만원과 198만원인 3,4분위까지 즉 한달 수입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저소득층에 최저기준미달가구가 가장 많이 집중돼 있고, 발생확률도 제1분위~제3분위의 최저소득층에 속한 가구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은 대부분 시설기준에 미달되거나 시설․침실․면적기준이 두 가지 또는 세 가지가 미달되는 반면, 한 달 수입이 평균 200만~496만원인 중소득층(제5분위~제8분위)이나 496만원이상인 제9, 10분위 고소득층에서 발견되는 미달가구는 대부분 침실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대 지방이 대략 4:6 정도의 비율로 나타났는데, 자가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비율이 3:7 정도로 지방에 많은 반면 전세는 6:4로 수도권에 더 많았으며 서울에 가장 많았다. 보증금도 맡기고 월세도 내는 보증부 월세에 사는 가구는 수도권과 지방이 절반 정도씩으로 나타났고, 월세/사글세에 사는 극빈곤층 중 미달가구는 85%가 지방이었다.(이상 <2005년 건교부 통계>)

    한편 집 없는 서민의 안정된 주거대책 차원에서 정부가 공급한 영구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전체의 34.6%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처지이다. 영구임대 주택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방수기준 미달 가구가 20.8%, 면적기준 미달가구가 32.7% 중복미달가구가 18.6%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이 37.7%, 서울지역이 37.2%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어림잡아도 330여만가구, 1천만에 달하는 부동산 빈곤층의 딱한 삶이야말로 부동산 투기가 한국사회에 남긴 가장 큰 상처라 하겠다. 주택정책의 제1순위는 바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하루빨리 올바른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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