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무풍지대였던
스페인도 드디어 극우파 상륙
[세계는 지금] 안달루시아 주의회와 VOX
    2018년 12월 06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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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파의 바람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스페인에 상륙했다. 12월 2일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복스(VOX)가 단숨에 12(11%)석을 차지하며 원내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지방의회이기는 하지만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이 원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극우정당들이 그동안 존재했지만 선거에서 1% 미만의 득표를 올리며 번번이 원내진입이 좌절됐다. 그만큼 스페인은 극우정당의 무풍지대였다.

VOX 지도부가 환호하는 반면 집권 사회노동당(PSOE)은 참패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급진좌파정당과 연정을 포함하여 40년이 넘게 안달루시아를 지배해 온 사회노동당이 연정이 불가능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중도우파 국민당(PP) 역시 시민당(C’s)과 손을 잡아도 과반수에 모자란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당이 집권하려면 캐스팅보트를 쥔 VOX에게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지만 그 경계선이 어디인가 하는 것이 난제다. 때에 따라서는 안달루시아 주의회가 표류할 수도 있다. 덫에 빠진 국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스페인 전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빨간색 부분이 안달루시아 지역의 위치

안달루시아에 등장한 극우정당

대부분 유럽의 극우정당은 2~30년 전 중도우파 정당에서 떨어져 나와 거리를 떠돌다 체계를 갖추고 반난민과 반이슬람으로 원내로 진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45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VOX는 창당된 지 4년에 불과하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단기간에 원내에, 그것도 대규모 교착상태를 만들 정도의 캐스팅보트를 가진 경우는 유럽 극우정당 사례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렵다.

VOX가 창당된 것은 2014년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해서였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수십만 명씩 줄을 잇자 반난민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참여했지만 유럽의 다른 극우정당들과 달리 유럽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국내 의석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표를 주는 ‘샤이’ 극우가 스페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대를 걸었던 VOX는 다시 거리로 나가 반난민과 반이슬람을 외치며 사람들을 조직했다.

2년 동안 전국의 주요도시 광장을 점거했던 VOX에게 2016년 총선은 일말의 자신감이 있었다. 끝없는 난민 행렬로 국민들이 조금씩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0.2%라는 총선 성적표는 VOX를 충격으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이런 상황이면 당 지도부가 물러나는 일이 일어나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원들은 여전히 당 지도자인 산티아고 아바스칼(Santiago Abascal)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어쩌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산티아고 아바스칼이 태어난 곳은 바스크다. 바스크도 바르셀로나와 같이 독립투쟁을 하지만 무장투쟁을 한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화약고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무장조직인 ‘조국과 자유’(ETA)에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고 ETA는 관공서와 경찰들에게 테러를 벌이는 식이었다. ETA가 공식적으로 해산된 것은 올해 봄이었다. 바스크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ETA에 동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선택지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독립운동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VOX 대표인 산티아고 아바스칼

10대에 산티아고 아바스칼이 선택한 정당은 중도우파 국민당이었다. 국민당의 청년조직에서 활동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20대 후반에 바스크 지방의회의원으로 선출된 후부터는 거침없이 질주할 것처럼 보였다. 10여 년 동안 국민당에서 활동해 온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 우파정당이 난민문제에도 이슬람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당내에서 새로운 우파운동을 주도하며 조직하기 시작했다. 젊은 당원들이 깃발 아래로 모이기 시작했지만 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초유의 난민사태가 터지자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당원들을 선동하며 탈당을 선택했다.

국민당에서 이탈한 젊은 극우주의자들

2013년 12월,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젊은 당원 수천 명을 데리고 국민당을 이탈했다. 이 때 참여한 상징적인 인물 중의 한 명이 50대 후반의 호세 안토니오 오르테가 라라(Jose Antonio Ortega Lara)였다. 오르테가 라라는 교도관으로 근무하던 중에 바스크 무장단체인 ETA에 납치돼 500여 일 동안 생사가 불투명하면서 스페인 전역을 경악에 빠트린 인물이었다. 살아서 풀려난 오르테가 라라는 국민당 바스크지역 지방의원으로 일하다가 산티아고 아바스칼의 극우주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함께 탈당했다. VOX가 카탈루냐, 바스크 등의 분리독립을 반대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2014년 1월 창당한 직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신생정당인데다 전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기대 이하의 저조한 득표에 머물렀다. 2016년에 실시된 총선에서도 낮은 득표를 올렸지만 당원들은 산티아고 아바스칼을 여전히 지지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오르테가 라라라는 든든한 후원군이 변함없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2017년 가을,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와 주의회 선거가 실시될 때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선거에 참여하는 대신에 거리로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 총리를 헌법위반으로 고소하는 퍼포먼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줌뿐인 극우정당의 보이콧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산티아고 아바스칼의 전략은 적중했다. 중앙정부와 카탈루냐의 오래된 대립에 너덜머리가 난 유권자들이 당에 속속 입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VOX는 반이슬람과 반이민을 전면에 내거는 것 외에 극우정당답게 동성애 반대에도 적극적이다. 독특하게도 자신들의 사상의 기반이 기독교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립을 반대하는 노선에 따라 유럽의회에 대한 입장은 탈퇴를 하지만 서서히 하자는 모호한 노선을 취했다. 이를테면 유럽의 극우정당과 달리 소프트 유럽회의주의가 당론인 셈이다.

사회노동당의 잘못된 선택

이번 선거는 지중해와 접한 안달루시아의 지리적 특징 때문에 VOX가 한 번에 급부상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에 다른 지역에서도 VOX의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하원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8년 6월 집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사퇴했다. 주요 지도부들이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법망에 걸린 숫자만 30명이었다. 비위 사실이 연일 언론을 지배하자 국민들은 분노했고, 야당들은 사퇴를 촉구했다. 라호이 총리는 사퇴를 거부하며 배수진을 치고 나왔지만 국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불신임에 손을 들었다. 국민당이 단독 과반수가 아니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야당들은 갑작스런 조기총선을 선택하는 대신 제2당인 사회노동당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과반이 모자란 사회노동당의 페트로 산체스 대표는 급진좌파 포데모스를 선택하는 대신에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과 손을 잡았다. 포데모스가 급진적인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 부담스러웠던 탓이었다. 하지만 총리 자리에 오르기 위한 산체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분리지역의 유권자들이 모두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우선 안달루시아 지역은 스페인에서도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조성된 거액의 기금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잘사는 주의 주머니를 털어 안달루시아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유한 카탈루냐를 비롯해 독립을 추진하던 주들의 유권자들이 급격히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산체스 총리가 난민 수용에도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스페인 전역이 흔들리고 있다. 안달루시아의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VOX가 약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엘문도(Elmudo)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총선이 실시될 경우 포퓰리즘 정당인 시민당을 제외하고 모든 정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전국 지지율 1% 미만을 기록하던 VOX는 단숨에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도좌파인 사회노동당도, 중도우파인 국민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국민당이 안달루시아에서 VOX와 연정을 하는 것과 중앙연정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스페인에도 극우정당이 등장하면서 양당제를 붕괴시키고 교착상태를 만들 전망이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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