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 화장실 없는 집서 산다, 67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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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7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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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衣食住) 시대에서 주교의(住敎醫) 시대로 

    사전을 찾아보면 의·식·주(衣食住)란 ‘인간생활의 3대요소’라고 나와 있다. 주 즉 주거생활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로 사람이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인간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도 시대흐름을 탄다고 본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은 입는 것과 먹는 것은 완전히는 아니라 해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집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 하겠다.

    아울러 자식교육 문제, 질병 예방과 치료 등 주택·교육·의료문제를 줄인 주·교·의(住敎醫)가 대한민국 21세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생활이 어려운 ‘인간생활의 신3대요소’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집이 인간생활의 3대요소로 제 구실을 하려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네 벽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서 다 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집이란 사람이 먹고, 자고, 식구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자손을 이어가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집은 사람이 사는 집다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연 인간답게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집에서 살고 있을까?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현황 통계를 보면 이 문제를 풀 해답이 나온다. 최저주거기준은 한마디로 주거생활

       
     

    의 절대빈곤선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산다고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최저기준을 주택법에 따라 정부가 정해 고시한 것이다.

    최소한 이 기준은 넘어야 하며 이 기준에도 미달한다면 적어도 주거생활면에서는 절대빈곤가구이며, 시급히 빈곤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체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부동산 빈곤층’으로 보고 그 규모와 실태를 살펴보려 한다.

    최저주거기준을 법적 기준으로 도입해 국민들이 그 이상의 조건으로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오랜 과제였다. 2000년 건교부가 처음 그 기준을 마련해 고시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기준이었으며, 2003년 11월에 와서야 주택법이 개정돼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이에 따라 2004년 6월 15일 정부가 최저주거기준을 공식적으로 공고했다.

    그러나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가 영국처럼 기준미달가구의 처지를 개선할 강력한 법적 수단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참조해서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2004년 공고된 최저주거기준은 2000년 건교부 기준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인데, 기준의 내용은 면적·침실·시설·구조와 성능 및 환경의 네 가지 영역에서 최저주거 미달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돼있다. 2000년에 건교부가 처음으로 최저주거기준을 고시한 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현황을 분석한 통계는 2000년과 2005년을 대상으로 세 가지가 나와 있다.

    2000년 현재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현황은 건설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맡겨 분석한 통계(<2000년 건교부> 통계로 줄임)와 통계청이 대한주택공사에 맡겨 분석한 통계(<2000년 통계청> 통계로 줄임)가 있다. 두 통계 모두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원자료를 각각 10%와 2% 표본추출한 뒤 2000년 고시된 건교부 최저주거기준을 일부 조정해 적용한 것이다.

    2005년 미달 가구 현황은 건설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맡겨 분석한 통계(<2005년 건교부> 통계로 줄임)가 있는 데,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별도로 전국의 1만1,000개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2004년 정부 고시 최저주거기준을 적용해 분석한 것이다.

       
     

    건교부 통계는 둘 다 침실과 시설기준과 함께 면적기준을 조사한 반면 통계청 통계는 면적기준을 빼고 조사했으며, 2000년도 대상 두 통계가 2000년 건교부 고시 최저주거기준을 적용한 반면 2005년 건교부 통계는 2004년 정부 고시 최저주거기준을 적용해 분석하였다.

    이처럼 세 통계는 분석대상 원자료와 표본수도 차이가 있지만 적용기준에도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이 점을 감안해 살펴야 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최저주거기준은 마련됐지만, 기준에 견줘 현실의 주거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그에 걸맞은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통계의 빈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맞비교하기에 감안해야 할 점이 많지만 세 가지 통계를 종합해보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게 있다. 바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주택에서 ‘절대빈곤주거선을 밑돌며 인간 이하로 사는 부동산 빈곤층이 330만 가구 인원으로는 936만~1,130만 명, 즉 국민 다섯 명 중 한 사람 꼴’이라는 사실이다.

    침실기준 미달 … 부부와 스무 살 딸이 한 방을 쓰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집에 산다는 게 실제로 어떤 것인지, 분야별 통계를 살펴보자.

    첫째, 쉽게 와 닿는 침실기준부터 보자. 나이가 차서 남녀 태가 뚜렷한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를 한 방에 재우거나, 아이가 다섯 살이 넘었는데 따로 재울 방이 없어 엄마 아빠와 날마다 한 방에서 자거나, 심지어 나이 든 부모도 따로 모실 방이 없어 온 식구가 부부와 한 방에서 자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부가 부부만의 침실을 따로 쓰지 못하고 다섯 살이 넘은 가족 누군가와 같이 자야 하는 딱한 처지에 있는 가구가 침실기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이다. 조사기관마다 기준과 항목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렇게 사는 가구는 적게는 50만에서 많게는 200만이 넘게 나타나고 있다.

       
     

    [사례] 사실 아이들이 이렇게 크다 보니 집이 너무 좁다. 우리 부부와 딸(20)이 한 방을 쓰고 아들들이(26,18) 한 방을 쓴다. 딸도 불만이 많고, 아들들도 불만이 많다. 거의 성인인 아이들이 부모와 이 좁은 방에서 맞닥뜨려 있으려니 답답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밤에 늦게 들어온다. 딸애가 늦게 들어오는 것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집에 와도 어디 편히 다리 뻗고 앉을 자리가 없으니…(문○애, 52, 여)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주민의 생활』, 2002

    침실기준 미달 가구는 주로 도시의 30~40대 결혼한 4인 이상 가구에 집중돼 있으며, 전월세 뿐 아니라 자가가구, 일반주택 뿐 아니라 아파트에도 상당한 비중이 분포돼 있다.

    <2000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농촌 보다는 집값 전월세값이 비싼 도시에 침실미달 가구의 94.8%, 30~40대에 77%, 결혼한 가정에 94.2%, 4인 이상의 가구에 94%, 남자 가구주에 94.4%, 생산직에 39%가 각각 집중돼 있다. 결혼해서 자식을 둘 정도 낳거나 부모를 모시고 도시에서 사는 30~40대가 부부만의 침실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건교부> 통계에서도 침실기준 미달가구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도시가 각각 침실미달 가구의 11.7%, 13.5%, 12.9% 등으로 높고 지방에서는 광역시의 경우 부산, 대구, 울산이 높고 도 단위에서는 충북,전남,제주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대체로 도시에서 발생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단독주택(침실미달 가구의 46.3%)과 함께 아파트(37.8%)에서도 침실기준 미달 가구가 상당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점유형태를 보면 전세(37%), 월세(19.7%) 등 셋방살이는 물론이고 자기집에 사는 가구에도 39.9%가 분포돼 있다. (이상 <2000 통계청> 통계) 이는 내집을 갖고 자기집에 사는 전체가구의 54%에 해당하는 자가가구 중에도 값 싼 변두리에 코딱지만한 집에 살거나 어느 정도 소득이 되더라도 집값이 너무 비싸서 침실기준에 미달되는 가구가 일정하게 존재함을 보여준다.

    시설기준 미달 … 화장실 없는 집에서 살다

    둘째, 시설기준을 보자. 부엌이 없는 집, 화장실이 없고 씻거나 목욕할 수 있는 시설도 없는 집이라면 인간생활의 요소로서 제 구실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문제는 이런 집에서 사는 빈곤층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2000년 현재 238만3천 가구 667만 명이 자기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 아무 데서나 일을 보거나 화장실이 있어도 재래식이다. 그래서 동네 공중변소 앞에서 아침 저녁으로 바지를 손으로 잡아 올리며 줄을 서고 있거나, 부엌이 없어 하루에도 세 번 씩 주인 집 눈치를 보며 부엌을 빌려 밥을 지어먹고 있다.

    2005년에도 178만 가구 6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부엌과 화장실이 없거나 있어도 재래식이어서 불편할 뿐 아니라 냄새가 코를 찌르고, 씻을 수 있는 목욕시설이 없는 집에서 살면서 심지어 싱크대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다. 연속극에 나오는 30~40년 전 장면이 아니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초호화 아파트 아이파크가 평당 5천만 원을 기록해 물가와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등극’했다는 신문기사가 1면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공식 발표한 통계에 나온 얘기이다.

       
     

    시설기준 미달 가구는 전월세 중에서도 단독주택에서 월세를 사는 극빈층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이나 대도시 뿐 아니라 지방과 농촌가구, 여성가구주와 소년소녀가장 가구에서도 심각한 상태로 집계되는 등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난한 전체 연령층에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2000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부엌·화장실·목욕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은 나이 대에 상관없이 골고루 나타나고 있고 결혼한 가구(시설미달가구의 34.3%) 뿐 아니라 미혼(32.8%) 사별(20.8%) 가구도 많다. 아파트(1.3%) 보다는 단독주택(89.2%)에서 셋방살이(78.6%)하는 가구 특히 월세(56.1%)에 집중돼 있고, 도시(86.1%)에, 1인가구(53.8%)와 2인가구(27.4%)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05년 건교부> 통계를 봐도 저소득층의 시설미달 가구는 고소득층에 비해 8.4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어 시설기준 미달로 저소득층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건교부> 통계를 보면 1인가구의 95.8%, 소년소녀가장 가구의 86%, 편부가구의 76.7%, 편모가구의 76.7%, 노인가구의 94.1%가 부엌·화장실·목욕시설 등 기본시설이 기준보다 미달되고 있어 우리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들의 비참한 주거생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가구주에도 시설미달 가구의 40%가 분포돼 있다(<2000년 통계청> 통계). 2000년 현재 전체 가구 평균 남자 가구주 가구 가구원수가 3.4인인데 여자 가구주 가구원수는 1.9인으로 적고, 여성 가구주 중에서 소득이 없거나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많으므로 전용화장실이나 부엌이 없는 열악한 집에서 사는 비율이 높다.

    <2005 건교부> 통계를 보면 시설미달 가구가 수도권 보다 지방이, 광역시 보다는 도 단위의 발생 확률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어, 수도권과 대도시 뿐 아니라 지방과 농촌까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미달가구 중 전용수세식화장실과 전용온수목욕시설은 각각 62.9%와 60.7%만 갖춰져 있는데 화장실의 경우 특히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은 50%에도 못 미친다. 목욕시설도 부산, 광주, 대전, 충남, 전북, 경남이 50%에 못미친다. 전용입식부엌은 각 지역 평균이 85% 수준에 전체적으로 80%가 넘지만 강원지역은 78.9%로 유달리 낮다.

    면적기준 미달 … 제사 지내러 온 시누이 바깥에 있다 그냥 가다

    셋째, 면적기준을 보자.
    18평 아파트의 경우 보통 복도식이고 전용면적이 보통 11평 남짓 되는 데, 간신히 방 두 칸 나오고 화장실 겸 샤워실에 세탁실, 밥은 해먹을 수 있지만 식탁을 놓기에는 너무 좁은 코딱지만한 부엌이면 끝이다. 여기서 부부만 산다면 몰라도 애 하나 낳아 키워야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인간답게 사는 모습’이라 보기는 어렵다.

    부부만 사느냐, 아이가 있으면 몇이냐, 부모님을 모시고 사느냐 등의 가구 구성에 따라 최소한 몇 평 이상은 돼야 한다는 기준을 정한 게 면적기준이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면적기준은 지나치게 짜다. 8살이 넘은 남녀 아이 둘을 키우는 부부가 ‘최소한 인간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살려면 부부만 따로 쓰는 침실이 있어야 하고 여자아이와 남아아이 방을 따로 줘야 하니 방이 최소한 세 개는 있어야 한다.

    거기에 밥 해 먹을 부엌과 볼 일 볼 화장실 겸 욕실도 있어야 하고, 이것저것 넣을 수납공간이나 TV 볼 공간이라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세 사람도 살기 힘든 전용면적 11.2평에서 이것을 다 해결하라니 짜도 심하게 짜다.

    외국과 비교해 봐도 이 기준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4인가구 기준으로 각각 15.1평과 16.9평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대 5.7평, 최소 3.9평이 적다. 3.9~5.7평이면 방 2개는 충분히 나오는 평수이니, 외국보다 방 2개가 적은 것이다.

       
     

    물론 일본과 프랑스에 비해 우리가 인구밀도도 높고 1인당 주거면적이나 주택보급률도 훨씬 앞서가 있으니 우리도 여건을 마련해서 기준을 서서히 현실에 맞춰 가면 되겠지만, 문제는 이처럼 지나치게 기준을 낮춰 잡았는데도 이 기준조차 미달하는 가구가 많다는 것이다.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식구들이 살기에는 너무나 좁디좁은 집에서 사는 가구가 63~130만 6천가구 그러니까 214만~366만 명에 달한다.

       
     

    [사례] 명절 때 집에서 제사를 지낸다. 시누이 내외 등 친지들이 몇 분 오시기도 하지만, 집이 좁아서 밖에 있다가 그냥 가버린다. 손님들이 오는 경우는 아예 없다.
    “명절 때는 이쪽(집)으로 친지들이 오세요. 제사를 여기서 지내요. 손님 오시는 것도 그렇고…. 온다 치더라도 바깥에 있다가 그냥 가요. 시누이나 시누이 남편 오시는데요. 바깥에 있다 그냥 가세요. 한 걸음에….” – 이○숙씨(46세, 여)

    – 국가인권위원회(한국도시연구소), 『사회적 배제의 관점에서 본 빈곤층 실태 연구』, 2003

    2000년 현재 소외계층인 소년소녀가장가구, 편부가구, 편모가구의 절반 가까이(각각 41.7%, 46.8%, 42.9%)는 최저주거면적 미달로 쉽게 말해서 ‘식구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야 할 정도로’ 너무 좁은 집에서 살고 있다.

    2005년 현재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인천, 지방에서는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에서 면적기준 최저주거기준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고, 고소득층 보다는 저소득층과 중소득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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