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표 등 의원 26명
    영수증 이중제출로 세금 빼돌리기
        2018년 12월 05일 0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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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과 관련한 영수증 1개를 국회 사무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중복으로 제출해 무려 1억 6천만 원에 달하는 세금을 빼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의원들은 회계상의 문제일 뿐 중복 수령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5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국민 세금을 빼돌려서 일종에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전날인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총 26명이 영수증 이중 제출로 빼돌린 세금은 1억 5990만원에 달했다. 이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회예산에 편성돼있는 정책자료발간, 홍보물유인비, 정책자료발송료의 지출증빙서류와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교차 검증한 결과다.

    이들은 “영수증 이중 제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국회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의원들은 업체에 세금계산서 6백만원짜리를 받은 후, 정치자금 계좌에서 6백만원을 업체에 지출한 다음 똑같은 영수증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해서 예산을 타내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왔다.

    국회예산으로 편성된 정책자료 발간, 홍보물 유인비, 정책자료 발송료는 의원실에서 청구서와 첨부서류를 내면 국회사무처가 의원 명의의 통장으로 지급하고, 후원금 등으로 조성한 정치자금은 의원실에서 지출하고, 선관위에 지출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신고하게 되어 있다.

    영수증 이중 제출을 한 의원들은 정당별로 민주당 14명, 자유한국당 9명, 바른미래·민평·민중당 각 1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타낸 의원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의정보고서 제작비로 사용한 988만 5700원의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선관위에 제출해 4차례에 걸쳐 1936만원을 타 냈다. 뒤이어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1617만원, 유동수 민주당 의원 1551만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1300만원, 우원식 민주당 의원 1250만원 순이다.

    이 단체들은 “만약 정치자금에서 실제 지출을 한 다음, 국회사무처에 똑같은 영수증을 제출해서 돈을 타냈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고, 반대로 국회사무처에서 타낸 돈으로 업체에 돈을 지급한 다음, 똑같은 영수증으로 정치자금 계좌에서 돈을 빼냈다면 그것은 횡령죄에 해당하고 정치자금 허위회계보고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해명자료에서 “국회사무처와 선관위에 이중청구, 중복수령한 사실이 없으며 지출 행위를 어느 통장에서 했는지에 대한 회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했고, 금태섭 같은 당 의원도 “정치자금 통장에 있든 혹은 지원경비 통장에 있든 계좌만 다를 뿐”이라면서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유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들의 이러한 해명에 대해 하승수 공동대표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 공동대표는 “정치자금으로 이미 지출한 걸 영수증을 제출해서 국회사무처에서 별도로 돈을 받아내면 그때부터 그 돈은 그냥 개인 돈이 된다. 그 돈은 당연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어떤 용도로든 쓸 수 있는 비자금이 된다”고 말했다.

    ‘돈이 나간 곳과 들어온 곳이 다른 것 뿐이고 둘 다 공금계좌’라는 홍 원내대표의 해명에 대해선 “정치자금 계좌는 공적인 계좌가 맞지만, 의원실 운영경비라고 하는 계좌는 공적인 계좌라고 볼 수 없다”며 “왜냐하면 (의원실 운영경비라는) 그 계좌내역은 전혀 보고되지 않는다. 그 계좌로 들어온 돈은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실제로 어디에 쓰는지 지금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가 1년 7개월 치 결과인 점을 감안하면 18, 19대 국회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경우 영수증 이중지출을 통한 중복수령 액수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체들은 “국회 차원에서 독립적인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해 지금 밝혀진 사례들은 물론이고 18대, 19대 국회에서 저질러졌을 영수증 이중 제출에 대해 전면적인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문희상 국회의장에 요구했다.

    아울러 “드러나는 사례에 대해서는 예산 환수조치하고, 영수증 이중 제출을 통해 의원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의 실제 사용처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며 “사적으로 돈을 사용했거나 고의적으로 영수증을 이중제출한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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