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력적 좌파 정치인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2006년 05월 26일 1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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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진보개혁 대표 교체론을 앞세우며 막판 선거 유세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과 지지도 격차가 좁혀지고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여당 지지도를 앞선 것에 고무돼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신중하게 판세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지지도의 단독 고공 비행과 여당 지지율의 하락 또는 하향 정체에 민주노동당 지지율의 소폭 상승이 결합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을 고무시킨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실제로 대표 교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보강돼야 하는지, 여론 전문가들의 진단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구도 형성? 아직은 일러

    영남 집중 유세에서 민주노동당 천영세 공동선대위원장은 “최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 목표치를 15%에서 20%로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객관적인 선거판세나 민심으로 볼 때 열린우리당은 이미 끝장났고 선거 이후 공중분해될 정당”이라면서 “민주노동당이 망해버린 정당, 해산할 정치세력을 대신해 반 한나라당 전선을 보란 듯이 이끌어갈 것이고 우리는 준비를 갖추었다”고 강조했다. 천 위원장이 본격 선거에 접어들며 줄곧 강조하는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이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이와 관련해 “여론이라는 것은 돌발적 변수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아직 어떤 새로운 구도가 형성됐다고 이야기하기는 이르다”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어떤 구도가 형성 될 것인가 하는 것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소장은 “경쟁 당 중 하나가 위기에 처한 것이 민주노동당에는 기회일 수 있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반사이익을 받으려다 잘못하면 민주노동당도 초록동색으로 여겨지고 불똥이 튀어 같이 침몰할 여지도 있다”고 경고했다.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에 대해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야 할 사항이지만 현재 그렇게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여당과 지지율 격차 줄어든 건 민주노동당 자체동력 때문 아니다

    한국사회여론조사 한귀영 실장도 “민주노동당 지지도의 소폭 상승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유권자의 적극적인 행보, 의미 부여 결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의 하락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지지도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민주노동당의 자체 동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지도만으로 구도 변화를 이야기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어쨌든 현 여당이고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연구기획실장 역시 “5월 들어 여론 선도층의 민주노동당 지지도 상승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싫다는 반사이익을 받아 소폭 상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개혁 대표 교체론 주장에 대해 김 실장은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또 지방선거 이후 구도 차원에서는 좋다”면서도 “15%에서 20%로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등 이겼다고 선언을 미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체론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다 생활적인 욕구와 관련된 구호가 부족하다”면서 “실속도 없으면서 오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 교체론 틀린 건 아니지만 실속 없으면 ‘오버’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표 교체는 산술적인 수치로는 앞서가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민주화세력으로 포장된 무능한 신자유주의 세력, 사이비 진보세력을 심판하고 민주노동당이 유일한 대표주자로서 발돋움하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개인적으로 선언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서민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치열한 과제를 부여받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의미 부여를 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와 희망이 뒤섞인 교체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신중하다.

    한귀영 실장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대체관계라고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국민들에게는 아직 진보정당과 열린우리당이 구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진보개혁 세력의 분화가 필요한 시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선거가 뜨고 진보개혁 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찍을까, 민주노동당을 찍을까 고민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의제에 들어오고 해야 차별화도 되는 것인데 열린우리당이 퇴조하면서 진보개혁 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관심도 전반적으로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 퇴조하면서 진보개혁 지지 유권자 관심 약화될 수도

    홍형식 소장은 “민주노동당은 아직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존재로 비쳐지지 않고 있다”면서 “민주노동당의 싸우는 방식은 상대방을 한 사회에서 같이 살 수 없는 사람들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레디앙>이 실시한 창간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을 싫어하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만 한다’, ‘공격적’이라는 응답이 ‘노조편향적’이라는 응답 다음으로 많이 나온 바 있다.

    또한 홍 소장은 “호기가 있다고 해도 이를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준비가 아직 안됐다”면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민주노동당의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당 체제, 인물, 정책적 준비, 정치술 등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실장은 “박근혜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라”면서 “대중들은 세부 정책에 대한 인지가 높은 것이 아니고 구호와 구호를 전달하는 인물을 인지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대중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체론’을 제시할 인물을 갖고 있고, 정책을 압축한 슬로건을 갖고 있는 정당인가 하는 물음에 답변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민주노동당에는 정치적 역동성이 아니라 정파적 역동성만 존재한다”면서 “부르조아 정치 문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대안적인 정치 실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을 안 한다”고 밝혔다. 당 혁신위원회만 봐도 정치력 신장이나 민심을 얻는 의제에 대한 고민보다 조직체계의 혁신, 조직 형식적 접근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일

    대표 주자 교체론에 대해서 적극적인 의미을 부여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아직 민주노동당 지지도가 급성장 추세는 아니지만 유권자들이 서민 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선택하는 것은 예고돼 있는 일”이라면서 “대선과 총선을 거쳐 급속도로 발돋움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동당의 의지대로 대표교체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부족한 것들을 채워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귀영 실장은 “부산 지역의 민주노동당 지지도가 열린우리당을 치고 나왔다는 것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새로운 흐름일 수도 있다”면서 “김석준이라는 인물 요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이 크기 위해 대중적인 정치인을 키우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당 속에 사람이 묻혀가는 게 아니라 매력적인 좌파 정치인들을 당이 만들어내고 이들이 당을 견인해나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당직공직 겸직 금지 규정은 사람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실장은 “민주노동당에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은 실제 권영길, 노회찬 2명”이라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새로운 사람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형식 소장은 민주노동당이 “충격을 주고 합리적이고 입법을 시키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기는 ‘견제 비판 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현실적 접근을 주문했다. 당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어디까지 간다는 계획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은 매력적 좌파 정치인을 만들고, 이들이 당을 견인해나가야 된다

    홍 소장은 또 민주노동당의 정치인들이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단순히 먼저 의회에 들어간 사람이 아니라 엄연한 평가를 받아 먼저 들어간 것이고 의정활동 통해 스타급 국회의원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서 “기대와 역할이 큰 만큼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대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당구조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선거자금, 조직에서 약한 만큼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윤철 실장은 “대선과 관련된 정치 일정을 조속히 가시화해야 한다”면서 “인물군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민주노동당에도 이런 인물 자원이 있구나를 알릴 수 있고 다양한 정치적 상상력에 바탕한 구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준비하고 세력의 교체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심상정, "현실 정치 익숙한 여론주도층 주문이 가장 효과적인지 의문"

    전문가들의 견해는 ‘참고용’이다. 경청을 해야 한다. 심상정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현실정치에 익숙해있는 여론 주도층의 주문이 실제로 민주노동당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라면서 “강금실 후보가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니냐”고 말했다.

    심 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대선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에 들어갈 것이고, 인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이 진보개혁 세력으로서 청사진, 역량을 갖추는 작업과 함께 인물에 대한 활용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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