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영리병원 개원 허가?
    공론화 결정 존중 약속도 내팽개치나
    무상의료운동본부 "문재인 정부, 제주녹지병원 허가 방조"
        2018년 12월 04일 07: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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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민 공론화조사위원회에서 압도적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어, 녹지병원 개원을 허가할 경우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을 물론 문재인 정부에까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3일 오전 8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관련 총괄 검토회의’를 열고 “(불허 결론을 낸)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권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 및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개원 허가를 시사했다.

    <매경>은 “녹지병원은 이르면 내년 초 외국인(중국인)을 대상으로 본격 진료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날 회의에서 제주도는 다른 시도 외국인 투자 실적과 비교해 정체 수준이라는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녹지국제병원의 신속한 개원 허가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원 지사와 제주도청 및 서귀포시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녹지병원 현장을 둘러본 뒤 11시 30분 녹지병원 인근 지역인 토평동·동홍동 마을주민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원 지사가 “이번주 중 녹지병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청와대·정부 측과도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원희룡, 공론화 결정 따르겠다는 약속 내팽개치나?

    원 지사는 녹지병원 개원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공론조사위 ‘불허’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공론조사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공론조사는 녹지병원 개원이 환자 치료보다 이윤 추구를 더 중시하는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실시됐다. 공론조사위는 제주도민 180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 10월 제주도에 녹지병원의 개원 불허를 권고, 이 조사 참여한 제주도민 중 58.9%(106명)는 ‘영리병원 불허’를 선택했다. 도민들은 개원을 해선 안 된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로 ‘의료 공공성 약화’(66%)를 꼽았다.

    이러한 공론조사위의 권고에도 원 지사가 녹지병원 개원을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제주도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취지의 실시한 조사인 만큼 “제주도민의 뜻을 거스르는 도지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선 원 지사에 대한 퇴진운동까지 검토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4일 긴급 성명을 내고 “최소한의 민주주의 장치인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조차 거스르는 것은 반민주주의 폭거”라며 “원희룡 도지사가 녹지병원 개원을 강행할 시 시민사회는 퇴진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도민의 불허 권고안을 두 달이 가까이 되도록 이행하지 않으면서, 녹지국제병원 불허시 그 손해 배상을 제주도민의 세금으로 떠안을지 모른다며 우회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영리병원에 대한 책임은 제주도민의 것이 아니다. 영리병원이라는 악의 씨를 뿌리고 키운 건 박근혜 정권”이라며 “녹지국제병원과 관련된 모든 손해 배상과 그 정치적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도지사가 영리병원 허가 이유로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를 고려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회복해야 할 행정의 신뢰와 대외 신인도는 제주도민에 의한 민주주의에 뿌리내린 민주 행정의 회복이지 영리병원을 위한 행정이 아니다”라며 “원희룡 도지사는 도정의 실책을 도민에게 떠안기려는 정치적 술수를 중단하고, 정치적 실책을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본부는 문재인 정부가 제주도의 녹지병원 허가 추진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원 지사가 “청와대와 정부 측과도 긴밀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한 점은 역시 제주도만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영리병원에 대한 숨은 지지자 역할을 중단하라”며 “정부는 지금 당장 ‘의료 영리화를 반대한다’는 그 입장대로 원희룡 도지사가 영리병원 불허 권고를 거스르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제재해야 하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민이 무서워 못 열었던 영리병원인데…”

    노동계도 이날 일제히 보도자료를 배포해 녹지병원 허가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민의 민주적 결정을 희롱하지 말라’는 제목의 서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녹지국제병원는 영리병원 반대의 목소리를 우회하고자 국내 비영리의료법인이 중국자본의 탈을 쓰고 유치에 나섰다는 매우 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말이 병원이지 사실상 미용성형과 항노화를 중심으로 한 종합미용건강센터”라며 “녹지국제병원의 허가는 한국인지도 중국인지도 모를 투자자의 자본과 얼마가 될지도 모를 외국 의료쇼핑객을 최대한 배려해 존중하겠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민이 무서워 못 열었던 영리병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녹지국제병원 불허를 위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성명을 내고 녹지병원 허가에 대해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국민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원희룡 도지사가 공론조사 결과를 뒤엎는다면, 이는 정치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영리병원은 제주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국가적인 문제”라며 “도민들은 이를 충분히 고려해 불허 결정을 내렸으나, 원희룡 지사는 소수의 투자자만을 언급하면서 이 모든 심사숙고를 수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리병원 강행과 숙의형 공론조사 제도 무시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문재인 정부도 책임감 있게 나설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들을 기만하면서까지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행태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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