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동형 비례제’ 촉구
    야3당, 무기한 연좌농성
    정개특위, 3개안 제시···‘우리 실정 맞는 연동형’ 문구, 독소조항 우려
        2018년 12월 04일 06: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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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3당이 민주당과 자유당, 거대양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4일 무기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5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담판 회동’도 제안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 의원단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 홀에서 ‘연동형비례제 도입 촉구대회’를 열고 “오늘부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은 연동형비례대표제 결단을 촉구하며 결연한 각오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야3당은 이날부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이 처리될 때까지 국회 본청 본회의장 앞에서 무기한 노숙·연좌농성을 벌인다.

    야3당은 결의문을 통해 “민주당은 결단을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자유한국당 역시 명쾌한 결단을 회피하고 있다. 기득권 양당의 욕심이 정치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우리는 정치개혁의 책무를 외면하는 기득권 양당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에 ‘담판 회동’을 촉구했다.

    야3당은 “집권여당이 기득권에 매달려 개혁을 거부하는 지금, ‘정치개혁’과 ‘민생개혁’의 길을 열기 위해 대통령도 나서야 한다”며 “3일 뒤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다. 내일이라도 대통령과 5당 대표가 담판 회동을 개최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야3당 국회본청 연좌 농성(사진=유하라)

    야3당 대표들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동시 처리해야” 한 목소리

    선거제도와 예산안 연계에 소극적이었던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이날 선거제도 개혁과 내년도 예산안을 동시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민주당이 공약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하자 예산안 연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인 3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간 월례 오찬회동인 초월회에서 “예산안을 선거구제와 연결시켜서 통과 못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30년을 정치했는데 선거구제를 예산안과 연계해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처음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촉구대회에 참석한 야3당 대표들은 일제히 이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여당 대표가 예산안과 선거구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는데, 야3당은 선거구제를 개편하고자 하는 것은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해 국회의 권한과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을 동시 처리하는 것은 협치를 이루는 일이기도 하다”도 강조했다.

    정동영 대표는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협치 정신 파기”라며 향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정책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와 사회, 경제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개혁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 앞에 끊임없이 궤변과 기만으로 일관하며 개혁의 본진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염원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좌절시키는 것은 개혁세력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 정부를 개혁정부라고 믿고 조건 없이 도와왔던 야3당도 더 이상 정부를 도와야 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또한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협치 정신의 파기”라며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연대를 시도하고, 선거제도 개혁 무산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짬짜미를 시도한다면 거대정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국민들 역시 개혁 세력의 길을 포기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선거제도와 예산안을 12월 정기국회 내에 동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에게 정확한 선거구획정을 만들어드리기 위한 시한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해 “내년 4월에 획정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획정위원회도 제대로 구성이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왜 아무 소리도 하지 않나. 예산안 처리만큼 선거개혁 처리도 시급하다”며 “이 두 가지를 함께 처리할 때만이 가장 빠르게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공약 이행 촉구하는 야3당…문 대통령 “5당 대표 담판회동” 제안

    야3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자유한국당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더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라는 당론이자 대선·총선 공약을 부정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최근엔 의원정수 고정을 전제로 “연동형 비례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석 축소에 따른 현역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의원정수 고정+연동형 도입’ 방안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비례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제보다 의원정수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 자체를 후퇴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가 아닌 권역별 비례제가 당론이라는 주장을 편 것에 대해선 안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선거제도 이슈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민주당의 ‘이중 플레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정미 대표는 이를 겨냥한 듯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대륙을 향해 그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것이지 애초에 출항지로 다시 돌아가려고 이렇게 오랫동안 선거제도개혁에 대해 논의해왔던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그나마 연동형 비례제가 공약이라고 인정한 데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G20에 참석하기 전 당 지도부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야3당이 민주당을 움직이기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손학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했던 연동형 비례제 도입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정동영 대표는 “오늘(4일) 저녁에 귀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때부터 신념과 소신으로 밀고 온 선거제도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여당 대표, 여당 중진의원들, 여당 정치개혁, 야당 대표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5당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 지체 없이 만들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도 “대통령이 누차 얘기해 오신 선거제도 개혁이 국회 안에서 제대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면서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왜 행정부와 국회가 같이 머리 맞대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5당 대표와 대통령이) 한 자리에 앉아서 결단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길 대통령에게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편안 윤곽…3개 방안 중 하나로 좁혀질 듯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배분방식, 의원정수를 중심으로 한 3개의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정개특위 내에서 합의된 사항은 아니지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들이 논의 끝에 추려낸 안인만큼, 향후 논의는 3개 안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개특위는 전날인 3일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1소위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방안’ 3가지를 마련해 공개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3개의 선거제도 개편안은 정개특위에서 합의된 안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의원들과 각 정당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들이 정리한 것으로 본격적인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발제안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안은 ‘소선거구제 + 권역별 비례제(연동형) + 정수유지’ 방안이다.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고정해놓고, 지역구 의석(200석)과 비례대표 의석(100석)의 비율을 2:1로 했다.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은 1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1명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비례대표 의석은 권역별 연동형 방식을 적용하는데, 여기에 ‘우리 실정에 맞는 구체적 방안 논의’라는 전제가 달렸다. 석패율제 도입도 포함돼있다. 석패율제란, 한 후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입후보해 지역구에서 낙선했어도 득표율이 높은 경우에는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A안은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선거제도 개편안과 가장 근접하다. 지역주의 극복, 유의미한 비례성 확대, 비례대표의 대표성 강화, 지역 대표성과 국민 대표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있는 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해놓은 상태에서 비례의석수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지역구 의석을 축소해야 해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 배분과 관련한 연동형 비례제 논의 과정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이라는 표현으로 연동형 비례제 원칙까지 흔들려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안과 연계한 추가 의견으로 지역구와 비례의 비율을 3(225석):1(75석)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역구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아 큰 의미가 있는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역구와 비례를 1(150석):1(150석)로 하자는 과감한 개혁안도 함께 제시됐다.

    B안은 ‘도농복합 선거구제 + 권역별 비례제(연동형 또는 병립형) + 정수유지’으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과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에만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을 기본 틀로 한다. 이 방안 역시 의원정수는 300석으로 유지하고, 지역구(225석)와 비례대표(75석) 의석 비율을 3 대 1로 했다.

    특히 B안이 제시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는 한 선거구에서 최소 2명에서 최대 5명까지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농촌지역은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로 하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비례성을 개선할 수 있는 지역구 선출 방식으로 거론된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연동형과 현행 병립형 2개 방안 모두를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것인데, ‘연동형으로 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구체적 방안 논의’라는 표현이 담겼다. B안은 지역주의 극복과 비례성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당 정치를 약화시키고 선거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B안 역시 지역구 의원을 30석 가까이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현역 지역구 의원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C안은 ‘소선거구제 + 권역별 비례제(연동형) + 정수확대’로 요약된다. A안과 골격은 같지만 330석으로 해서 현행보다 30석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정수를 확대하는 C안의 지역구와 비례 의석 비율은 2(220석):1(110석)이다. A안에 비해 늘어난 의석수만큼 비례성은 더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A안과 마찬가지로 석패율제 도입이 포함됐다.

    C안은 3개 안 중 유일하게 의원정수 확대가 포함돼, 향후 정수 확대를 위한 공론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심상정 위원장은 360석까지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바 있고, 정치개혁공동행동도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다만 C안은 지역구 축소에 따른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과 정수확대라는 여론의 부정적 시각이라는 두 가지 장벽을 모두 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정동영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 구절, 독소조항 역할할 것 우려돼”

    야3당 일각에선 3개 방안에 전제로 붙는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이라는 추상적 표현이 향후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동영 대표는 이날 촉구대회에서 “정치개혁특위의 3가지 안엔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라는 독소가 들어있다”며 “유신독재를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포장했던 독재세력의 후예들을 닮으려고 하는 것인가. 수식어가 필요 없다. 연동형 비례면, 연동형 비례”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라고 해서 지역구 후보자에게 후보자들이 받은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을 합산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를 하자’고 했다”며 “이는 명백한 위헌이자, 위헌인지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2001년 헌법재판소가 지역구 후보자의 득표를 정당의 득표로 환산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17대 총선부터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1인2표제가 시행됐다.

    정 대표는 “조금만 들여다보았으면 알았을 내용을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라고 둔갑시킨 민주당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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