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한나라 견제 아예 안했잖아요
    2006년 05월 26일 1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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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분위기면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을 한나라당이 몽땅 쓸어담는 지역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연일 눈물을 뿌리며 호소한다.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읍소’한다.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면 부정과 부패, 독재와 독선이 판을 칠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뽑아달라고 호소한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논리다.

여당 서울시의원들, 시정 견제도 한나라당 견제도 없었다

현직 서울시의원인 심재옥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말한다. "자신의 업보를 국민 탓으로 돌리지 마라." 지금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것은 그동안 지방정치가 그만큼 부실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큼, 그래서 그것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만큼 ‘우리동네 정치’를 잘 해내는 것, 그것이 지방정치를 살리는 가장 정직한 답이다.

여당이 내세우는 ‘거야견제론’도 "별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서울시의회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니 여당 소속 시의원들에게서 "서울시정과 서울시의회를 견제하려는 의지를 찾기 힘들더라"고 했다. 그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지난 4년간 내가 반대토론을 한 횟수가 여당 의원 전체가 반대토론 한 횟수보다 많다." 뿐이 아니다. "내가 반대토론을 할 때 여당 의원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많은 표결에서 반대표는 1표였다. 내가 던진 한 표."

무능하고 눈치보는 여당의원 수십명보다 할 일 제대로 하는 ‘진보 야당’ 의원 한 명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심의원은 몸소 실천을 통해 보여준 셈이다.

<레디앙>은 여당발 지방자치 위기론과 관련해 심재옥 의원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심 의원은 지난 2004년 경실련의 ‘서울시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최우수 시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한 반대토론, 여당 의원 전체가 한 것보다 많다"

– 여당은 연일 읍소다.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면 지방자치의 위기가 올거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 시장과 시의원을 특정 당이 독점하는 건 중대한 문제다. 지방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안 한다. 시의원이 같은 당의 단체장을 견제 안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시장이 5,000억원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고 하자. 예산 집행상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세세하고 따지고 문제제기 하겠느냐.

전체적인 의정에 시장의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것을 지방정부가 뒤집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하긴 심각하다.

–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 서울시의회 산하에 ‘수도이전 반대 특위’라는 게 있었다. 행정수도특별법 통과되고 난 다음 이거 해체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 반대 특위’라는 걸 새로 만들었다. 여기에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 102명을 다 집어넣었다. 이건 시의회 규정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원래 특위는 희망자에 한해 12명까지 두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냥 밀어붙였다. 시의회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반대토론을 했지만 한나라당 안대로 그냥 통과됐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 여당의 ‘견제론’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거 아닌가.

= 여당의 견제 발언, 별로 설득력이 없다. 서울시의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독주를 막느라 열심히 싸웠나? 아니다. 또 서울시장을 제대로 견제했나? 전혀 아니라고 본다. 행정수도 문제 가지고 청와대와 국회에서 얼마나 시끄럽게들 싸웠나. 그 때 서울시의회는 조용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주도하는데도 여당 의원들 전혀 싸우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수수방관했다. 어떤 논쟁과 발언도 없었다. 여당 소속 의원들에게는 서울시정을 견제하고 한나라당을 견제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

서울시 의회 워낙 비상식적이라서…

– 현안에 대한 반대토론 같은 건 있을 것 아닌가.

= 지금 서울시의회 의석 분포가 한나라당 81석, 열린우리당 6석, 민주당 3석, 민주노동당 1석이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여당 의원들 전체가 한 반대토론 횟수보다 내가 한 반대토론 횟수가 더 많다. 오죽하면 ‘반대당 만들라’는 얘기까지 들었겠나. 그것 뿐이 아니다. 내가 반대토론을 할 때 한 명의 여당 의원도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표결을 않고 그냥 피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표결에서 반대표는 1표였다. 내가 던진 한 표.

– 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나.

= 여당 소속 시의원 중에는 한 때 한나라당에 몸 담았던 분이 제법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또 서울시의회가 워낙 비상식적이라 포기하고 체념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비상식적인 현실은 그것대로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조금이라고 바꾸려도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번 선거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의해 전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공천 제도를 문제삼을 소지도 있을 것 같다.

= 지역에서 당의 정책과 노선을 실천하는 걸 문제삼을 수는 없다. 지역을 생활정치라고 해서 정당과 떼어두는 건 또 다른 편향이자 오류다. 그리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지역을 가보라. 정당공천 하지 않아도 각 정당에 의해 사실상의 내천이 이뤄진다. 실질적으로는 정당과 연계의 끈을 가지고 움직이는데 정당의 이름을 떼낸다는 것은 그저 사실을 은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주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은폐하는 것이다.

지방정치 중앙에 예속되는 건 주체들의 무능 때문

– 그럼 지방정치의 ‘지방화’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 정당공천 때문에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정치 주체들의 무능 때문이다. 주민들이 보기에 지방의회는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관심도 없고 누가 의원인지도 모른다. 누구를 선택할 기준이 따로 없다. 그러니 중앙정치 흐름에 맞춰버리는 거다.

중앙 정치의 예속을 피하려면 지역의 정치 주체들이 지역 문제를 쟁점화하고 그것으로 주민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동네 정치’를 누가 가장 합리적으로 하느냐, 이걸 유권자들이 관심 있게 보고 평가하도록 해야한다는 거다. 이번 선거도 그렇다. 여당이 무능해서 한나라당에 몰표가 가는 것, 이렇게 해서 한나라당이 과도하게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것, 이게 지방자치에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처지에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투표를 하는 것이다. 지역의 정치 주체들이 지역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문제들, 중요한 생활상의 문제들을 평소에 잘 챙기고, 그래서 주민들이 그런 활동 내역을 잘 알게 되고, 그에 따른 혜택을 피부로 느끼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민들이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쌓아두었다면 지금처럼 특정 정당에 몰표가 가는 일이 있겠나.

민주노동당 미래 낙관적이나 반성할 점도 많아

– 그런 비판은 민주노동당에도 해당되는가.

= 민주노동당도 반성할 점이 있다. 좀 더 꾸준한 지역활동을 통해 대안세력으로 인식된다면 여당의 무능에 염증을 느끼는 주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좀 더 많이 선택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정치를 좀 더 활발하고 내실있게 해야한다는 과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지역정치를 제대로 한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지역민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건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실제로 학교급식 문제나 장애인 문제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지역 활동을 접해 본 주민들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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