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문재인 정부
[경제산책]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2018년 12월 03일 10: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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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필자를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을 하고 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필자는 진보좌파로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적으로’ 지지해 왔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탄생시킨 가장 실력 있는 정부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측면에서 첫 단추로 가장 잘못 꿰여진 것은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상승=자영업자 몰락’이라는 프레임의 작동이다. 다급해진 민주당은 자영업자들,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지지를 돌려놓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법제화 했다.

최저임금이 너무 빠르게 오른 게 문제라면 2020년 상승률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정하면 되었다. 그러나 법제화를 통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결정해 버리면 노사정 공익대표들과의 협상의 길을 봉쇄해버린다.

과거 민주당 국회의원 추미애씨는 타임오프제도를 법제화하면서 노사간 자율 교섭에 의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결정을 사용자에 의한 노동자 매수하는 행위로 규정한 사례가 있다. 자본에게 축복을 내린 노동법 개정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최저임금위원회에 의한 자율조정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민주당은 왜 이렇게 서둘러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시키고 임금 상승의 효과를 낮추려 했는가? 그것은 지지율 때문이다. 애초에 대통령 지지율이 70%가 된 것, 취임 후 1년이 지난 후에도 60% 지지율이 지속되는 것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과도한 지지율에 집착하면서 민주당의 우왕좌왕은 시작되었다.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은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 경기후퇴 탓이다. 조선 산업의 붕괴와 자동차산업의 정체, 건설업 산출 감소가 경기후퇴의 원인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긴축재정-균형재정 정책을 유지해 경기침체를 심화시켰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허수가 끼어 있는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헛된 짓만 하고 노동자들로부터는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지지를 되돌리기 위해 탄력시간근로제 기간 연장을 내세웠다. 또한 사용자측이 원하던 법들을 한국당과 손잡고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노총의 저항에 대해서는 기득권 집단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섰다. 그들은 사용자 측의 편을 들면서 약자와 함께하는 노총을 기득권자라고 매도했다.

떨어지던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는가? 그렇지 않다. 집권 1년 6개월 지나 50% 지지율을 유지하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 측의 요구를 계속해서 들어준다면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던 시민들과 진보진영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집권당이 지지율에 집착해서 이도저도 아닌 일들을 하면 모두가 등을 돌린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급진적인 개혁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개혁 과제를 차근차근 해나가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탄력시간근로제의 확대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노동법 개악 시도이다.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남종석
부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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