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국회는 소임을 다하라!
정쟁 대신 에너지전환 당론과 입법화
[에정칼럼] 국회, 책임 방기 먼저 반성하고 주장하라
    2018년 12월 03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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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정국에 선거제도 개편 논쟁 말고도 국회가 시끄럽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찬반 주장이 들끓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일방적’이고 너무 ‘급격한’ 탈핵-탈석탄 정책에 대한 보수야당들의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이런 주장들이 더욱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까닭은 얼마 전 실시된 대만의 국민투표 때문이 크다.

대만에서 가동 중인 6기의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이 다하는 2025년을 기점으로 탈핵을 명시한 전기사업법 조항에 대해 찬핵운동 조직이 그 찬반을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발의했고, 국민당의 민진당 정부 심판론이 호응을 얻는 분위기 속에서 유권자의 다수는 이 조항의 폐지에 찬성의 뜻을 표했다.

물론 대만의 핵발전 시장과 사회적 조건이 수명연장을 하거나 신규 건설을 시도하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러했다. 그리고 이를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탈핵을 선도하던 대만이 국민의 반발로 핵발전 재개로 선회하게 된 것으로 해석하고픈 언론기사가 반갑기 그지없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정부 정책 까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월 30일에 열린 국회 에너지특위 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주장과 함께 탈핵 정책에 대해 대만과 같이 국민투표에 붙일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으로는 정책 찬반 국민투표(레퍼렌덤) 실시가 여의치 않기도 하거니와, 불과 몇 년 전 그들이 집권하고 있을 때는 삼척과 영덕에서 신규핵발전소 유치를 놓고 주민들이 시행한 주민투표의 결과를 전혀 수용할 생각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며 내로남불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로 정책과제를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에너지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탈핵운동 진영에서도 찬성 못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촛불항쟁 이전에 탈핵운동 일각에서는 에너지전환 국민투표 운동을 진지하게 논의한 바 있다.

2016년 주민들의 삼척 영덕 원자력발전소 반대 퍼포먼스(사진=그린피스)

하지만 새삼스레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에너지 정책에서 국회의 본분은 무엇이고 그것을 국회가 제대로 해왔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을 때, 보수야당에서는 국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아무런 법적 책임과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무작위 추출 시민들에게 정책을 맡긴다며 격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국회는 가장 중요한 법정 에너지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또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대해 심지어 해당 상임위조차 특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행사하지도 않았다. 밀양 송전탑 갈등과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신규 핵발전소 반대에 대해서도,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해서도, 핵폐기물 처분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는 사후약방문으로 민원을 해결하려 하거나 개별적으로 논평을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활동하며 입법 논의를 벌였지만 구체적인 에너지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법률적 근거가 미비했다면 국회가 그동안 임무를 방기했음을 반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가 할 일을 더욱 고민했어야 했다.

마침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요국 탈원전 정책의 결정 과정과 정책 시사점”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대만, 일본 등 탈핵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은 공론화 과정과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결여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 정권이 바뀌면 에너지 정책의 방향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충분한 공론화와 입법 과정, 국민투표를 통한 여론 확인을 거친다면 적어도 행정부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보다는 지속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이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한 정권의 임기가 아니라 수십 년이 걸릴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상정한 2080년대의 탈핵까지는 아직 60년이 넘게 남았다. 물론 탈핵운동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고 생태적인 탈핵 사회로 나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많은 논쟁과 사업과 제도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당과 야당 모두,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단순한 방어와 공격의 태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각 당이 중장기 범위의 국가 에너지 정책을 당론으로 정리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당내에서 먼저 토론하고, 각자의 에너지 비전을 책임있게 뒷받침할 입법 과제를 제시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미 지난 2012년, 녹색당은 ‘탈핵기본법(탈핵 및 에너지전환 기본법’(안)을 작성하면서, 핵발전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을 명시하고 추진 기구로 대통령 직속의 ‘탈핵 및 에너지전환 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6년이 지났지만 녹색당이 목소리를 국회는 받아 안지 않았고,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회의 사실상의 무능력 상태도 바뀐 것이 없다. 그리고 지금, 핵폐기물 처분과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의 문제들 역시 주요 정당들은 사실상 ‘분명한 당론 없음’과 함께, 개별 의원의 지역구 민원 대응과 예산 따내기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할 일은 소임의 리스트부터 작성하는 것이다. 정책 국민투표 요건도 완화해야 하고, 에너지전환을 뒷받침할 전반적 입법과 정비 과제들도 뽑아야 한다. 산업부와 환경부, 지경부, 국토부에 흩어져 있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 수단들을 통합하고 예산과 관련 부처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언성을 높이고 싶은 국회의원이라면 에너지전환이 그만큼 크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부터 인식하고 그간 국회의 책임방기를 반성하는 것에 비례해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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