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 건달'과 '정치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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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6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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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운동도 운동이라고 한다면 이 안에도 약간의 농담과 자조 같은 말들이 존재한다.
    ‘생태 건달’은 그 중 하나다. 이런 용어를 외국에서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사용된다. 좋은 의미로도 사용되고 좋지 않은 의미로도 쓰인다.

    좋은 건달과 나쁜 건달

    좋은 의미로 사용될 때에는 자본주의적 관계에서의 노동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데, 약간 억지로 기원을 찾아올라가자면 마르크스의 사위였던 폴 라파그의 ‘게으름의 권리’까지 생각의 기원이 올라갈 수는 있다. 좋은 활동가가 스스로를 겸손하게 표현할 때에도 이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쁜 의미로 사용될 때에는 저질 환경운동가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산 좋고 물 좋은 데로 놀러 다니다가 무슨무슨 위원장 같은 자리는 기가 막히게 찾아서 해먹고, 별로 책임지지도 않는 데다가 여차하면 정부에 들어가서 한 자리 해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활동을 가로채는 사람들은 꼭 있다. 이들은 비난할 때 이런 용어를 사용한다. 같은 말이라도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가 있기 마련인데, 생태건달 같은 용어는 맥락에 따라서 뜻이 전혀 달라진다.

    어른들한테 이런 말을 썼다가는 제 명에 못 살 각오를 해야 한다. 친구들끼리 할 수 있는 용어이다.

    ‘정치 건달’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자주 쓰이는 용어는 아닌데, 지역 특히 동이나 면 단위로 움직이는 풀뿌리 단체나 그런 작은 수준의 활동에서 가끔 쓰이는 용어이다. 이 경우에는 좋은 의미의 뜻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치건달과 지역 유지

    생태건달이라는 말이 한 단어 내에서 뜻을 파생하고 응용되는 것과는 달리 정치건달이라는 용어는 ‘유지’ 혹은 ‘지역유지’라는 말과 댓구를 이룬다. 어디까지가 지역유지이고 어디부터 정치건달인지의 구분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유지라고 좋게 불러줬다가 하는 양태가 영 마땅치 않으면 정치건달이라는 싸늘한 용어를 붙여주게 된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게 되면 나름대로 지역정치의 작은 구도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데, 이게 심하면 고약한 지역유지가 되거나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정치건달 이상은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지역에서는 세대교체나 경쟁 중인 다른 세력 사이의 교체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지역유지가 되면 나름대로는 힘 좀 쓸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그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는 물론이고 지역에서의 네트워크 같은 것들이 전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치건달이라고 매도하기는 어렵다.

    정치건달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지역유지가 한나라당 소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작은 풀뿌리 단위로 갈수록 열린우리당 소속의 정치건달이 더 많은 경우도 종종 있고, 민주노동당의 지구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게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좋은 한나라당 단체장과 나쁜 시민단체 사람

    물론 이런 범주에 일부 시민단체의 지역의 간판스타들도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지역정치가 중앙보다 오히려 힘들고 열악하다. 그리고 천사표의 얼굴을 하고 원칙만을 주장한다고 해서 지역의 일들이 풀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늘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중앙정치와는 달리 지역의 동네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당이나 세력 사이에 항상 분명한 선명한 선이 그어지는 건 아니다. 구체적인 구도 내에서는 오히려 한나라당의 단체장이 좋은 활동을 하는데, 시민단체 명함은 가지고 있지만 정말 상종하기 어렵고 죄질이 무거운 사람도 종종 있다. 그야말로 작을수록 더 어렵다는 말처럼 동네의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전부 그리고 아주 혼돈스럽게 섞여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역정치에는 불문율이 한 가지가 있다. 중앙정치나 낙하산으로 내려와서 선거에 참가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선거에 패배하고 다시 중앙선거로 떠나면 ‘정치건달’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명예로운 일이 아니지만 조직에도 누가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지역 떠도는 건달들, 민주노동당에도 있다

    지역정치는 작은 정치이고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동네에서 하는 일이라고 우습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가는 다시 추스리기 어려운 구설수에 휘말리고 ‘낙하산’이라는 낙인이 영원히 남게 된다. 그래서 지역정치는 아무나 하겠다고 함부로 나서기에는 또 나름대로의 법칙과 흐름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이제 곧 지방선거가 끝이 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우리나라 정치의 여러 가지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겨야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당을 걸고 출마했든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든 나름대로는 선의와 의지를 가지고 지난 몇 달 간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이 선거 이후에 정치건달이라는 뒷소리를 듣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한데, 특별히 개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소리를 안 듣기도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어쩌면 사람 사는 곳에서는 늘상 벌어질 일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지역토호와 유지들 그리고 그것도 권력이라고 작은 권력에 탐닉해있는 지역의 뒤틀어진 구조와의 길고도 긴 싸움은 선거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아무쪼록 선거에서 쓴 맛을 본 많은 사람들이 정치 건달이라는 이름보다는 훨씬 고상하고 좋은 의미로 불리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개인의 삶의 고단함들을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선거 이후에 지역에서 후퇴하지 않고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큰 열매를 위해서 조금씩 동네의 시간에 맞추어서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는 좋고도 보람 있는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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