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동형 비례제 도입, 한 걸음 진전
    민주당 “수용”, 자유당 “원칙적 동감”
    심상정 “환영···'선당후사' 아닌 '선민후사'로 논의”
        2018년 11월 29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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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내주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본격화한다. 연동형 비례제에 부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양당이 사실상 ‘수용’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꽉 막혔던 정치개혁 논의에도 긍정적 기류가 흐를 전망이다.

    정의당 의원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환영한다”면서도 “비례성 강화라는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각 당은 ‘선당후사’가 아닌 ‘선민후사’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개혁에 저항해온 양당을 견제했다.

    심상정 위원장은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민주당의 원칙임을 확인했다고 들었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요구하는 야3당의 입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선거제도 개혁의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 따지거나, 의원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이런 말은 개혁을 위한 말이 아니고 당익을 앞세운 기득권의 말”이라고 지적했다.

    기자간담회를 하는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사진=유하라)

    민주당 “권역별 비례제 기본 틀 위에 연동형 적극 수용”
    자유한국당 “연동형 비례 도입에 원칙적 동감”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앞서 민주당은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1로 맞추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도 비례성 강화를 위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했으나, 최근 심 위원장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돌연 입장을 바꿔 공약 후퇴 비판이 일었다. 권역별 비례제가 당론일 뿐, 연동형 비례제는 명시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기본 목표로 삼고, 우리 당이 주장해 온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기본 틀 위에 연동형 제도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난 20여년 동안 일관되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해 왔다”며 “비록 연동형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추구해 온 선거제 개혁에는 내용상 연동형 배분 방식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수용 쪽으로 방향을 튼 데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과 여론의 역풍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야3당은 전날 공동 결의대회를 여는 등 민주당의 연동형 비례제 반대에 강하게 반발하며 문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G20 참석 차 출국하는 날 여당 지도부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고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수용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며 “그런 대통령의 뜻을 받아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협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개혁 과제에 대한 집권여당의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좀처럼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자유한국당도 이날 연동형 비례제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야3당이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도 원칙적으로 동감과 공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셈법에 따라 입장을 번복하는 민주당에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개헌을 하자고 하다가도 정작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고 하니까 뒤로 슬쩍 발을 빼고,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하다가도 막상 연동형 비례제 하자고 하니까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며 “이쯤 되면 민주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에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당부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립서비스 하고, 민주당은 말장난 한다”며 “야3당이 주장하는 내용을 민주당부터 먼저 수용하는 그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그렇게 계산기만 두드려왔는지 모르지만 맨날 계산기 두드려봤자 손가락만 아프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역시 표면적으론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한다고 하지만, 당내에선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대양당,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끝나지 않은 정치개혁 저항
    심상정 “정수 확대 반대한다면 지역구 축소라도 결의하라”

    심상정 위원장은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60~370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 위원장은 “대표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의원정수 확대는 필요하다. 국회의원 1인당 17만 명을 대표하는 체제는 대표성에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적은) 국회의원 (수로 인한) 희소성이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큰 특권”이라며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300석부터 370석 사이에서 국민 공감을 구하면서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선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정의당 등 야3당은 거대양당이 언제든 연동형 비례제를 다시 반대하고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호중 총장은 “국민 여러분의 뜻이 있기 때문에 정수가 유지되는 안에서 개혁안이 도출되길 희망한다”며 “그럼에도 현행 의원 수에서 개혁이 어렵다는 정개특위 합의안이 나온다면 그 부분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의원정수 확대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당 일각에선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었다.

    거대양당에서 지역구 의석수 축소에 동의하지 않는 만큼,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2:1로 조정하는 방향의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양당의 주장은 사실상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 위원장은 “만약 양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면 지역구 의석 축소에 대한 결의를 해줘야 한다”며 “이런 정도도 하지 않고 ‘지역구 의석 축소는 어렵다’, ‘의원정수 확대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불신으로 인한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도 “그래도 국회 내에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출판기념회와 의원 보좌관 겸직이 사라졌고, 무엇보다도 불가능할 것 같았던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이뤄냈다”며 “국회도 더 이상 변화를 외면할 수 없는 국면에 와있다고 본다. 정수 확대에 대해서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것은 국회가 좀 더 과감한 개혁으로 응답하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방송화면

    심상정 “12월내에 여야 기본적인 합의 이뤄낼 것”

    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올 연말까지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활동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심 위원장은 시한 내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심 위원장은 “12월 안에 기본적으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1년 전엔 선거구획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2월 임시국회에선 마무리돼야 한다. 이 때문에 가급적이면 12월 안에 선거제도 문제는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라고 하니까 각 당에서 지금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이 됐고, 각 당의 지도부도 12월 안에 합의를 이루자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선거제도만으로 정개특위의 임무가 마무리되는 것 아니다”라며 “선거연령 하향,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핵심 내용이 많기 때문에 가장 기준점이 되는 선거제도를 선 합의한 후 나머지는 병행하겠다”며, 활동 시한 연장 가능성도 열어놨다.

    아울러 “이번 정개특위는 연극으로 치면 서막 아닌 종막이다. 거듭된 논의와 공감을 토대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위한 정개특위”라며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심 위원장은 “‘민심 그대로 국회’로 나아가는 길에 당익을 앞세워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간 정개특위 운영의 교훈이다. 현재의 승자독식구조에선 국민도 성공할 수 없고, 어떤 정부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내부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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