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쪽방촌 철거 주거이전비 미지급 평등권 침해"
        2006년 05월 25일 0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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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단체가 여관, 여인숙 등 상업시설에 거주하는 쪽방생활자들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영등포구청이 영등포 쪽방 밀집지역에 대해 철거계획을 수립하면서 여관 여인숙 등 세칭 ‘쪽방’에 장기간 거주해온 쪽방생활자 9명에게 상업시설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주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 및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구청에 “강제퇴거자 9인 중 사망한 1인을 제외한 8인에 대하여 다른 지급대상자들에게 적용한 지급기준에 따라 4백24만8천840원의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영등포구청은 지난 2003년 쪽방생활자 9명을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주거이전비는 반드시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지급하는 것”이라며 “여인숙 및 여관 객실을 임대하여 장기 거주하는 세입자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해당되지 않아 주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주거용 건축물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공부(관청이나 관공서에서 법규에 따라 작성, 비치하는 장부)상의 표시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실지용도에 따라 정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시설이 실제로는 단기숙박이 아닌 주거를 위한 시설로 사용되어 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생활한 쪽방내부(사진=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들이 4~26년간 월세를 지급하면서 거주해 왔고 △실내 쪽방의 구조 및 설비 등이 여관의 객실이라기보다는 항구적인 거주의 목적으로 개인소유 물품들을 갖추고 있으며 △피해자의 일부는 전입신고까지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급여를 지급받기까지 했고 △단기 숙박객이 거의 없이 장기거주자들이 다수를 이뤄 평상시 여인숙, 여관의 기능을 하지 못했던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쪽방생활자의 거주지를 인정함으로써 최소한의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공공개발이라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게 된 영등포와 달리 민간개발의 경우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민간개발에도 적용하는 한편, 주거이전비를 받아도 다시 쪽방으로밖에 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주거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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